할아버지.

From. United Kingdom

by 김시언

런던으로 가는 버스 안.


고모의 프로필 사진 속 가족사진에는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 뭔가를 직감한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만 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성급하게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직접 할아버지의 죽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어느 정도 마음을 가다듬은 나는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부모님께 전화했다.


"아빠, 할아버지... 돌아가셨나요?"


"그래... 할아버지 천국 가셨다... 손주 보고 싶어 하셨는데..."


"언제 돌아가셨어요?"


"너 미국에서 프랑스로 건너가실 때 돌아가셨다... 너 한국에 올 때까지는 가족들에게 비밀로 하자고 이야기했는데... 알게 되었구나"


한 달. 내가 할아버지의 죽음을 놓쳤던 한 달은 야속하게도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 당신의 마지막까지 너무 착하셨던 할아버지는 내가 절대 연락이 닿지 않는 곳에 있을 때 세상을 떠나셨다. 마치 나의 여행길에 슬픔이 동행하지 않길 바라신 것처럼...


모든 이별이 다 그렇듯 후회가 많이 남는다. 시간의 무거움을 외면했던 지난날들이 쇳덩어리로 변모하여 내 가슴에 내려앉았다. 할아버지는 언제나 강원도 양구에서 나를 반겨주고 한없이 웃어주는 존재여야만 했다. 그렇게 믿고 있었다. 물론 어리석고 허황한 바람이었다.


약간의 추억을 회상하자면, 내 기억 속 할아버지의 첫인상은 이렇다. 20년 전 강원도 양구의 겨울. 공해 없는 하늘에 알알이 박혀있는 별이 눈에 담길 때, 나는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있었다. 지금도 그때의 장면이 기억나는 걸 보니 아마 그때부터 할아버지의 존재를 인식한 것 같다.


가장 최근의 기억은 멕시코에서 할아버지와의 마지막 통화내용이다. 할아버지는 무심한 듯, 힘겹게 입술을 움직여서 몇 마디를 하셨다.


"밥은 먹었니? 거기 음식이 입에 맞니? 몸은 좀 어떠니? 그래도 손주 목소리 들으니까 좋네."


"할아버지!! 저 너무 잘 지내고 있어요!! 음식도 맛있어요!! 항해하면서 고래도 봤고요!! 이제 곧 유럽으로 가요!! 세계 일주 끝나면 꼭 만나서 선물도 드리고 이야기도 많이 해요!! 할아버지 몸은 좀 어떠세요?"


"좋아... 잘 지낸다니까 좋다... 그래... 다녀와서 이야기하자... 그때 보자"


결국 남은 대화는 천국에서 하게 되었다. 그 때문에 나는 여행을 선명하게 기억할 의무가 있다. 언젠가 천국에서 할아버지를 만나면 마치 방금 다녀온 듯이 말해야만 한다. 약속했다.


그때의 통화내용은 머릿속에 무한 반복되어 유럽 여행을 마치고 대서양 항해를 하는 내내 귓가에 맴돌았다. 지금도 가끔 잊지 않기 위해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떠올린다.


아직 통화음이 연결되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 부탁하자면, 통화버튼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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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포츠머스 항구에서 런던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런던의 모습은 평소 즐겨봤던 드라마의 모습 그대로였는데, 약간의 느릿한 잔잔한 분위기가 신사의 나라임을 알려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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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인들의 성지라 불리는 웸블리 스타디움의 모습이다. 방문했던 날에는 시합이 없었기 때문에 경기장 투어를 할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축구에 그리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라 설레고 가슴이 뛰지는 않았지만, 함께 갔던 친구들은 너무나도 좋아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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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밤거리의 모습이다. 특히 이날은 런던 시내에 사람들이 붐볐는데, 신비한 동물사전의 시사회를 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영화에 출연했던 모든 배우들 뿐만 아니라 영국의 왕세자도 왔다고 하니 붐빌만했다. 나는 타이밍이 잘 맞아서 배우 몇몇과 왕세자를 볼 수 있었는데, 워낙 복잡해서 별로 감흥이 안 들었다.


오히려 나중에 편의점에서 만난 유튜브 채널 '영국 남자'의 조니를 만난 것이 훨씬 신기하고 재밌었다. 눈이 마주쳐서 "엇! 혹시?"이라고 했더니 조니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맞아요. 영국 남자"라고 해주었는데, 영국에서 영국인이 그것도 내가 구독하는 채널의 등장인물이 한국말로 인사를 해주다니... 선물 같았다.


그것 말고도 킹스맨 촬영지, 셜록의 촬영지 등등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는 거의 가보았는데, 카메라를 안 들고 간 것이 매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