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Portugal
드디어 유럽 여행의 마지막 기항지인 포르투갈 리스본에 도착했다. 리스본에 도착했다는 것은 이제 집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다는 걸 의미한다. 함수가 집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가 없었는데, 그 이유는 험난한 장기 항해가 바로 코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통 다음 기항지에서 사용할 지폐를 미리 환전해놓는다. 하지만 리스본에서 달러 사용이 가능할 거라 착각을 하는 바람에 난처한 상황이 발생했다. 그래서 나와 동료들은 환전소를 찾기 위해 리스본 골목을 돌아다녔다.
동료들은 어땠을지 모르지만, 나는 리스본 골목이 워낙 형형색색 아름답게 꾸며져 있어서 걷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던 중 모든 여행을 통틀어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포착했다. 당시엔 보슬보슬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우리 앞에 한 노부부가 우산 하나로 길을 걷고 있었다. 아름다운 리스본의 골목, 살짝 떨어지는 빗방울, 어깨동무와 살짝 젖은 할아버지의 어깨는 완벽한 멜로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결국, 환전소를 찾지 못해 카드 사용을 하게 됐지만, 이미 마음이 훈훈해져서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노부부의 한평생 사랑은 어땠을지 상상해보았다. 시작은 흔한 연인들의 설렘과 열정으로 그리고 점점 서로에게 의지하고 신뢰하고 존중하며 사랑을 굳건하게 지켰을 것이다. 함께 성장하며 서로를 보호하지만, 할아버지의 포근해 보이는 팔처럼 억압하지는 않았으리라...
문득 항해 중에 읽었던 책의 내용이 떠올랐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는 결혼과 사랑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다.
그러나 당신 부부 사이에 빈 곳을 만들어서, 그대들 사이에서 하늘의 바람이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서로 구속하지는 마라. 오히려 당신들 영혼의 해변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두어라. 각각의 잔을 비워라. 그러나 한 잔으로 마시지는 마라. 각자의 빵을 주어라. 그러나 같은 덩어리의 빵은 먹지 마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라. 그러나 각각 홀로 있어라. 현악기의 줄들이 같은 음악을 울릴지라도 서로 떨어져 홀로 있듯이.
마음을 주어라. 그러나 상대방의 세계는 침범해 들어가지 마라.
생명의 손길만이 당신의 심장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함께 서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붙어서지는 마라.
사원의 기둥들은 떨어져 있어야 하며,
떡갈나무와 사이프러스 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서는 자랄 수 없기 때문이다.
- [예언자] 중에서
동료들과 걸어 다니면서 찍은 리스본의 모습이다. 리스본은 단색으로 이루어진 건물들로 도시가 이루어졌는데, 여타 유럽과는 다른 매력이다. 사진 속 에그타르트는 리스본에 가면 꼭 먹어보라는 추천 디저트인데, 170년 전통이 있는 만큼 굉장히 긴 웨이팅을 기다려야 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맛은 보장한다. 가격은 저렴하니 나처럼 5개만 시키지 말고 20개 정도 구매해서 커피 한잔과 먹는 것을 추천한다.
맨 위에 있는 사진 속 커플이 이번 글의 주인공 노부부이다. 이 사진을 볼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데,
언젠가 나도 저런 사랑을 하게 될까?
리스본 여행이 좋았던 가장 큰 이유는 음식에 있다. 모든 음식이 맛있었고 특히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나오는 양이 감동적이었다. 리스본은 체리와인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나는 마셔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그날 많은 사람들이 취기가 올라서 돌아온 것을 보면 유명세에 어울리는 맛이었나 보다.
포르투갈은 가톨릭이 90프로이기 때문에 도시 곳곳에 성당이 자리하고 있는데, 다른 유럽 성당과는 달리 화려한 느낌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