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어린이집 가면 나는?
발이 손가락 하나 정도 되었던 아이는 바다 도깨비를 무서워하는 30개월이 되었다. 그 무렵 아이 첫 사회생활 될 어린이집을 상담 다니기 시작했다. 또래 친구들에게 물건을 뺏기고 울고 했던 순한 아이였기에 치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나의 자유시간이 생긴다는 설렘을 갖고 5곳의 어린이집을 상담 다녔다. 그 동시에 내 머릿속엔 ‘아이 어린이집 가면 그 시간에 나는?’이라는 물음 떠다녔다. 아이 등원 시키고 남편이 출근하면 그 흔적들을 정리하고 다시 돌아 올 가족들을 위해 안락한 공간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금세 하원 시간이 된다는 걸 알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었다.
집안일과 육아만 하는 내 모습을 원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잘하는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었다. 작고 소중한 아이가 나에게 온 후로 30개월 동안 나의 생각 회로는 온통 아이였다. 아이 이유식, 돌잔치, 개월수 별해줘야 할 것들, 영유아 검진, 잠자는 시간 체크, 내 가방 속은 온통 아이 물건들. 30개월 아니 임신 기간부터 아이와 나의 삶의 동선은 동일했다. 그러니 내가 원하는 것을 모를 수밖에. 나는 출산 후 앞으로의 내 인생에서 ‘엄마’ 외의 모습을 그려본 적이 없었다.
아이 어린이집 갈 시간에 나는 뭐 하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제작 스티커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작지만 소소히 무언가를 해 나가는 과정은 나에게 활력소를 주었다. 그에 대한 성과로 감사한 후기와 소액의 돈이 들어오니 일을 더 잘하고 싶어 졌다.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세상을 보니 그러한 사람들의 일상이 보였다. 각 커뮤니티에서 서로 응원하고 공부하고 책을 읽고 기록하는 모습들은 시골에서 좁은 시야로 사는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내 일을 더 잘하고 싶다’라는 마음과 ’다들 왜 이렇게 열심히 살지?’라는 호기심에 그들과 함께해 보았고 나는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무언가에 마음을 다해 시간을 쓰는 그 과정들은 내면을 단단히 하고 더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 주며 지인과 가족에게도 선순환을 준다는 것을.
나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간절했기에 마음을 다해 시간을 쓰기 시작했다. 아이 간식값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일과 내 삶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낮에는 육아를 해야 했기에 새벽시간을 사용했고 좁은 시야를 넓히기 위해 줌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했다. 아이 잘 때 핸드폰 게임을 하던 나는 틈만 나면 책을 읽었다. 그렇게 나를 위해 시간을 쓰고 나니 내가 조금씩 보였다. 나는 잘하는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었던 게 아니라 나를 잘 모르고 있었다.
다양한 경험들과 조금은 버거운 질문들에 답을 해 나가며 나는 나만의 성장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전자책 작성을 통해 내 경험을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환경에 나를 두며 내가 모르는 내 모습을 찾아보려고 한다. 이것밖에 안되나 싶어 좌절하겠고 때로는 막연해지겠지만 그 과정 속의 내 모습이 기대된다. 어떤 나를 만나 보게 될지 설렌다.
시골에서 아이와 남편만 바라보며 툭하면 울기만 했던 20대 주부가 육아하며 나만의 일을 찾는 동시에 나를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얻은 선순환과 자유로움들이 누군가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