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성민 Jul 14. 2024

러닝의 진짜 재미는?

나의 달리기 일지 10

7월 초 3,000km 러닝을 달성했다. 


2,000km 달성과는 많이 달랐다. 1,000km는 러닝을 처음 시작할 그 해에 뛰었다. 하지만 2천은 힘겨운 시기였다. 일과 결혼식 주요한 일들이 겹치고 목과 허리 통증까지 겹쳐 러닝을 지속하지 못했다. 2년 반 정도만에 2천을 돌파했을 때 정말 뿌듯했다. 하지만 3천은 생각보다 빠르게 달성했다. 1년 조금 넘은 기간 안에 가뿐히 3천을 뛰어냈다. 


러닝 일지를 시작하면서 더 이상 속도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첫 해 러닝에는 1km 당 5:40으로 달리며 10km를 1시간 내에 완주한 기록이 꽤 있었다. 하지만 다음 해로 넘어가면서 그 기록이 이어지지 않았다. 점점 속도는 줄고 뛰는 거리도 줄게 되었다. 점점 뛰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러닝이 재미보단 의무감으로 다가왔다. 새로운 재미를 찾아야 했다. 


고민의 첫 시작은 새로운 장소에 가자였다. 매번 똑같은 집 앞 온천장 공원을 뛰는 것이 아니라 부산의 명소에 가서 기분전환도 할 겸 달려보자는 마음이었다. 명소에 가는 만큼 뛰기만 하지 말고 맛있는 맛집도 들렸다. 처음에는 잠시 여행에 오는 것과 같이 좋았다. 색다른 먹거리도 먹을 수 있어 행복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다고 러닝 자체가 재밌지는 않은다는 사실이었다. 


여름 러닝을 하면서 진짜 러닝을 재미를 찾다


러닝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재밌고 의미 있어야 했다. 내가 계속 왜 스스로 힘든 러닝을 계속하지 라는 고민이 들었다. 여름에 러닝을 하면 더욱더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평소보다 덥고 땀이 범벅이 되고 빨리 지친다. 와이프도 여름 러닝을 하고 옷을 널어두면 쩐내가 집안에 진동한다며 핀잔을 줬다. 여름 러닝은 버텨내야 하는 마음을 갖는 것도 쉽지 않고 쩐내 나는 옷을 자주 세탁하는 것도 귀찮은 일이다. 


문득 여름 러닝을 하면서 왜 내가 뛰고 있는지 궁금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듯이 러닝을 시작할 때 마음과 끝날 때 마음이 다르다. 시작할 때는 고민으로 머리가 가득 차다. 하지만 러닝이 끝날 때쯤 되면 내 생각에 집중하기보다는 숨 쉬는 입고 코에만 집중을 한다. 또한 여름이 되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땀이 주룩주룩 흐른다. 특히 뒷 머리에 땀이 목과 몸으로 타고 올 때 묘한 쾌감을 느낀다. 그때쯤 되면 모든 고민은 해결책도 찾지 못했지만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숨 쉬는 나와 땀 흘리는 나의 모습에만 집중하게 된다. 고수들은 이 상태가 세컨드윈드 라고 해서 숨이 차지 않아 계속 달릴 수 있다고 한다. 난 아직 그 단계는 아니고 힘들긴 하지만 마음과 정신은 맑아진다. 


러닝의 진짜 재미는 복잡한 자아를 단순하게 만들어주는 힘이다. 더 이상 속도와 거리 등 기록에 집착하지 않고 내가 움직이는 몸과 숨 쉬는 입과 코에만 오로지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3,000km를 달성했을 큰 성취감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3천 보다 내가 달리면서 느끼는 그 감각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ps) 오늘 최장시간 러닝 1시간 15분도 달성했다. 기록에 집착하진 않겠다고 하지만 올해 하프를 뛰는 게 목표다. 조금씩 늘려가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러닝이 숙제가 되지 않기 위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