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겨울 달리기와 아침 러닝의 효과
부산 겨울 달리기는 서울과 다르다.
유튜버를 보면 겨울 달리기의 복장에 대해서 장황하게 이야기한다. 귀마개, 패딩베스트, 기모티셔츠 등 영하권의 날씨를 버티기 위해서 다양한 장비를 착용할 것을 권유한다. 무장하고 나가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서울과 같은 날씨에는 적절한 이야기다.
처음에는 나도 겨울이면 얕은 패딩을 입고 뛰었다. 하지만 금방 더워지고 옷에 땀이 차서 러닝 후 개운하않다. 추위를 막기 위해서 두꺼운 옷을 입었지만 패딩류는 러닝과 어울리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심지어 부산은 영하 5도 이상도 잘 떨어지지 않는다.
2023년과 2024년 겨울은 유독 따뜻하다. 부산에서 영하로 내려간 날씨를 손에 꼽을 정도다. 올해 복장 선택은 난감했다. 2022년처럼 패딩을 입기에는 너무나 덥고 그렇다고 반팔을 입고 뛰기엔 추운 상태였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얕은 긴팔 티셔츠와 바람막이 정도를 입고 뛰었다. 영상의 날씨에는 이 정도만 해도 바람을 잘 막아줘서 춥지 않았다. 부산은 러너들에게 축복과 같은 날씨를 만끽할 수 있는 도시이다.
그럼에도 겨울 달리기는 시작이 힘들다. 첫 해에는 겨울 달리기를 일주일에 1~2회 정도밖에 하지 않았다. 무서운 찬바람을 맞기가 두려웠다. 하지만 이번 겨울은 달랐다. 날씨가 유독 따뜻한 것도 있긴 했지만 아침에 일주일에 3~4회 뛰겠다는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다. 비결은 러닝이 숙제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러닝이 숙제가 되지 않기 위해서 - 아침 러닝
재작년까지는 저녁 러닝을 주로 했다. 출근하기 바쁜 시간에 러닝까지 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가혹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주변 러너들의 조언으로 아침 러닝으로 바꿨다. 우리 삶에서 ‘운동’이라는 것은 숙제와 같은 일이다. 꼭 해야 하는데 하고 싶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기간이 촉박할 때 해치워버리는 것이 너무나 똑같다. 러닝을 저녁에 하다 보면 숙제같이 느껴져서 즐겁게 해내지 못한다. 마치 숙제 기간이 임박해 대충 해버리는 것과 같다.
하지만 하루를 시작하는 러닝은 다르다. 아침에 기상과 동시에 러닝을 하기 때문에 숙제와 같이 미뤄질 일이 없다. 뛰고 나면 힘찬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물론 처음부터 상쾌하지는 않았다.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러닝을 하고 오전에 회의가 있으면 꾸벅꾸벅 졸곤 했다. 러닝이 숙제가 되지 않았지만 피곤을 몰고 왔다.
그래서 무리하지 않고 딱 아침에 30분만 뛰자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최근 많은 동료들이 러닝을 시작했다. 10km 완주부터 풀코스까지 나보다 오래 뛰지 않은 사람들이 금방 완주했다. 또한 그들이 SNS에 올리는 기록을 보니 조바심이 났다. 1년도 안돼서 1km 5분대를 뛰는 사람들이 보니 30분 정도 뛰어가지고 따라가겠나 싶었다.
하지만 조바심을 낼수록 러닝이 즐겁지 않고 건강에도 도움을 되지 않았다. 2023년 무리하게 10km를 완주했던 적이 있다. 주변에서 워낙 잘 뛰는 사람들이 많아 나도 10km 정도는 일주일에 한 번은 뛰어야지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딱 2주 하고 포기했다. 몸에 맞지 않는 목표 설정은 건강에 무리를 줬고 결국 2022년에 고생했던 허리 통증이 재발했다. 혼자 하는 운동을 하면서도 타인을 신경 썼고 결국 건강에 무리를 왔다.
20203년 하반기는 그래서 딱 아침에 30분만 주 4회 뛰었다. 하지만 30분 러닝은 새로운 변화를 만들었다. 이전까지는 러닝을 하면 하루가 힘들었다. 하루종일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30분 러닝을 6개월 정도 지속하니 무거운 느낌이 점점 없어졌다. 그리고 사람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 또한 변화되는 모습을 보고 러닝을 새로운 맛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2500km를 뛰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나에게 맡는 러닝을 찾았다. 평일에는 아침에 30분 정도 뛰고 주말을 이용해서 조금씩 시간을 늘려나가는 방법 말이다.
2024년에도 오래오래 뛸 수 있기를 기원한다!
ps. 올해는 러닝화를 바꿔야 한다. 추천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