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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성민 Jun 17. 2023

계속 달리지 말고 쉬어가자!

버티기 위해 필요한 휴식과 여유

요즘 주말에 일정이 많아 장거리 달리기를 못했다. 평일에는 동네를 자주 뛴다. 아침시간에 20분가량 뛰면서 상쾌하기도 하지만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주변에서 건강해 보인다는 이야기도 많이 한다. 아침 달리기의 효과라고 생각되지만 건강만을 위한 달리기는 재미가 없다. 


작년 이맘때 글을 다시 보니 회동저수지에 달리기를 한 이야기가 눈에 띄었다. 당시에도 숙제가 되지 않고 즐거운 피크닉처럼 되기 위한 고민을 썼다. 그래서 이번주 주말에는 꼭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을 뛰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역시 토요일 아침은 쉽지 않았다. 평일 매일 저녁 일정으로 늦게 집에 돌아와 주말에는 늦잠을 자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올라왔다. 날씨도 덥다고 하는데 해가 지면 달릴까 라는 고민도 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몸을 일으켜 겨우 밖으로 나갔다. 


어렵게 집 문을 나섰는데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았다. 계단을 통해 내려왔는데 한여름과 같은 더위가 밖을 나서기 전에 느껴졌다. 밖은 7월의 날씨와 같이 무더웠다. 스스로 날을 잘못 잡았다 자책했다. 하지만 회동저수지 숲으로 들어가자 선선한 기운이 올아왔다. 숲이 햇빛을 가려 무더운 날씨를 막아주었다. 숲 속에서 달리기는 상쾌한 기분을 넘어 건강한 기운을 듬뿍 받는 경험을 하게 했다. 


오늘은 쉼 없이 달리지만 않겠다고도 다짐했다. 중간에 서서 저수지를 구경하며 혼자서 폰 셀카를 찍으며 온갖 쇼를 했다. 역시 사진은 셀카가 아닌 누군가 구도를 잡고 찍어줄 테 가장 잘 나왔다. 대충 찍고 다시 뛰고 쉬고 했다. 속도와 거리에 연연하지도 않았다. 딱 1시간 3분 이상만 뛰자고 마음먹고 나왔기 때문에 다른 부분은 신경 쓰지 않았다. 배가 아파 화장실이 급하면 잠시 볼일 보고 또 뛰고, 철봉을 만나면 멈춰서 미숙하지만 꾸준히 하고 있는 턱걸이를 하고 또 뛰었다. 


끝이 나지 않는 오르막길 구간에는 심장이 터질 뻔도 하고, 내리막길 구간에는 이래서 오르막길을 힘들게 올랐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많이 힘들면 조금 쉬고 다시 뛰고 그렇게 1시간 3분 8초에 8.71km를 뛰어 집으로 돌아왔다. 


MBTI 검사를 100% 신뢰하지 않지만 내 성향은 ENTJ에 가깝다. 외향적이며 계획성을 가지고 일을 추진하며 감성보다 냉철함이 앞서는 성격이다. 그렇다 보니 모든 일에 열심히 하는 편이었다. 꾸준함이 무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 달리면서 생각한 것은 꾸준함은 오로지 계속해나가는 것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운동을 하며 여러 가지 고비가 있었다. 지금까지 그 고비를 버텨온 것은 나의 꾸준함이라고 착각했었다. 내가 이 길을 포기하지 않고 달려왔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안정적인 활동가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휴식과 여유가 있었다. 2010년에는 자전거, 2018년 여행, 2020년 달리기 등 일을 꾸준히 나가면서도 휴식과 여유를 가지기 위해 무엇을 했다. 그리고 여유를 가지는 동안 내 역할을 나눠준 주변 동료들 덕분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 


정권의 노조 탄압 속에서도 달리기는 계속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일을 꾸준히 해나가기 위해서 무엇보다 마음과 몸이 건강해야 버텨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노조 탄압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우리 내 일상은 심각하기만 한 것도 아니니 조금 여유를 가지고 하나하나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주 5일을 뛰었는데 내일은 쉬고 늦잠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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