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당 Apr 30. 2024

야유회

4월의 마지막 토요일 아침

고향의 중학교 친구들 야유회 날입니다.


동래역에서 7명이 관광버스를 타고 언양을 지나 남명 원서 가인 송백 임고 긴늪숲까지 친구들을 태워가는 일정입니다.



[고향길 차 타고

마을 지날 때마다

그 동네 살았던

친구 얼굴 떠오릅니다.


얼음골에서 희곡까지

차창에 떠오르는

옛 신작로 자갈길, 중학 교복의 모습들]



각 지에서 온 그리운 얼굴들이

하나 둘 버스에 오르면서 왁자지껄해집니다.


가끔 보는 친구,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 등 반가움에 이름 대신 박양이라 부르기도 하고, 성을 잘 못 부르기도 했지만 개의치 않습니다.


모두 24명의 친구들이 자리를 잡고서 버스는 고속도로에 올랐지요. 총무가 김밥 족발 떡 소주 비누선물 등이 든 까만 봉지를 나눠주면서 버스는 웃음꽃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회장은 마이크를 돌리며 자연스레 모든 친구의 인사말을 유도하는 능숙한 배려심을 발휘했으며, 신속하게 노래방으로 이어갑니다.

(감기에 특효약인 노래갈증이 컸었나 봅니다.)


고장 난, 청춘, 보약, 친구, 그리움, 님 등 익숙한 노랫말을 울리며 관광버스는 신나게 달립니다.


활옥동굴 가까이 차창 밖에는 충주호의 푸른 물빛과 하얀 이팝, 철쭉이 예쁘게 어울렸습니다.


테마별로 꾸며진 서늘한 동굴을 걸어가서 타 본 보트는 동굴 속 탐험의 신비감을 더했으며, 고향 개천의 어릴 적 물놀이 향수를 일깨웠습니다.


충주시내 횟집에서 점심을 먹고 자투리 시간에 구경했던 수주팔봉의 풍경은 예상 밖이었으며, 구름다리를 지나 전망대까지 더위에도 아랑곳 않고 모두 청년처럼 씩씩하게 다녀왔습니다.


여행에서 되돌아오는 버스 안에는 마지막 우정을 확인하는 의식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락부장 친구가 마이크를 잡고 빠른 템포의 춤을 리드합니다. 아프다는 친구가 더 많이 흔들어 됐으며 빠짐없이 우리는 하나였습니다.


달리는 고고클럽 안에서

박, 이, 김양 등이 지친 소년들에게 소주와 오이를 입에 밀어 넣어주면서 춤을 강권하지만 즐거울 따름입니다.


우리들의 불법적인 의기투합의 몸짓은

석식을 하게 될 긴늪숲까지 계속되었습니다.


기쁜 만남, 빠른 이별이라 했습니다.

아침에 탑승했던 역순으로 친구들이 내리며 떠나갑니다. 즐거웠던 야유회가 막을 내리나 봅니다.


싱그러운 봄날

초록보다 더 짙은 강물이 흐르고 떨어진 꽃잎은 그 위를 떠내려 가는데, 우린 어디쯤 흘러가고 있는지요!


환갑 때 갔던 이틀간의 인제 곰배령여행,

칠순을 앞둔 오늘 충주여행이 오래도록 기억에 생생하리라 생각됩니다.


흐르는 세월 속에서

좋은 추억을 되씹고, 또 만들어낼 수 있도록 귀중한 친구들의 강녕을 바랍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