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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당 Jul 01. 2024

정선 평창 여행

비 오지 않는 장마라서 시원한 6월 말이다.

늘 분주한 둘째는 휴가를 얻어 8일간 일본으로 갔으며, 아내 첫째와 함께 정선 평창으로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금요일 일을 마치고 오후 2시에 출발해 정선읍에 도착하니 7시다. 저녁을 해결하려고 식당을 찾았으나 대부분 문을 닫았다.


30분 거리의 남면에 전화로 호텔을 예약하고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들고 어둠 속으로 산길을 달렸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아들은 식당과 숙소 예약, 아내는 볼거리를 찾으며, 나는 운전 담당이다.


조금 전 정선과 평창이 갈라지는 이정표 앞에서 정차를 하고 오늘밤 어디서 묵을지를 두고 작은 시비가 있었으나, 당초 아내와 아들이 계획한 정선으로 결정하면서 갈등은 봉합되었다.


일정 변경의 사유로 편의성과 경제성, 효율성을 따져본들 화합의 가치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여행에서 가치기준은 사리판단보다 다수의 기분판단에 좌우되는 게 좋을 수도 있지 않을까!


나이가 들수록 가족과 타인에 대한 이해와 포용심이 커지는 것 같아 스스로 대견스럽다.


늦었지만 호텔로 와서 구운 계란 김밥 소시지 맛동산에 막걸리 한잔으로 소박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아들은 야채를 먹어야 한다며 토마토를 내밀며 건강을 염려해 준다.


다음날 아침에도 차 안에서 토마토와 빵을 먹으며 평창 청옥산 야생화축제로 갔다. 풍력발전기가 도열한 해발 1,250m를 차로 올라가는데 마침 오늘이 축제 첫날이란다. 혼잡이 우려되어  우리는 풍경을 눈과 사진에 담고서 근처 봉평의 이효석 생가로 내려왔다.


12년 전 첫째의 군면회길에 처음 와 본 이곳 메밀꽃밭에서 느껴진 마치 첫눈이 내려앉은 듯 환하고 고요한 떨림이 아직도 남아있었지만 꽃은 9월이 되어야 핀단다.


(아마도 그 떨림은 어릴 적 읽었던 소설 덕일 것이다. 대화 장평 진부 등의 이정표 명칭에도 친밀감이 와닿았으니~ )


생가를 가운데 두고 양 옆의 두 곳 식당은 12시가 멀었음에도 만석으로 대기줄을 섰으며

우리는 늦은 아침의 허기와 이른 점심의 입맛으로 메밀국수와 전병을 깨끗이 비웠다.


오대산 흙길을 따라 상원사의 오래된 동종을 보고 내려와 월정사의 전나무 숲길을 천천히 걸은 후 9층 석탑을 보았으며, 절 아래 '달빛미소'에서 향기 짙은 산나물 반찬으로 곤드레밥을 먹은 후 장평의 숙소로 와서 쉬었다.


숙소는 이용 후기가 좋아서 선택했다는데 깔끔한 온돌방과 침구, 무료 사우나에 숙면을 취했다. 어제 호텔에 이어 숙소를 정한 아들에게 칭찬을 해주며 감사를 표했다.


밤새 굵은 빗소리가 아침까지 이어졌다.

갈까 말까 망설이다 올라가 본 정선읍 강 건너 병방치스카이워크에서 본 풍경은 압권이었다.


폭우가 내려치는 가운데 우산을 쓰고 기대 없이 올랐다가 잠시 비와 안개가 걷히면서 또렷이 나타나는 회돌이 강과 한반도 능선의 풍경에서 우리는 감탄사를 쏟고 또 쏟아부었다.


(지난봄 제천의 회돌이 강도 좋았지만 이에

미치지 못했으며, 미 서부 여행 때 본 콜로라도강의 말발굽 협곡의 감동이었다.)


나는 1인 2천 원의 입장료가 너무 싸다며 1만 원은 받아도 좋겠다고 했으나, 아들은 담양 여행 때 200m 길이의 짧은 메타스퀘이어길도 3천 원을 받았는데 거기 비하면 더 받아야 할 것은 맞다고 했다.


우리는 소문이 자자한 높은 기대치로 아껴둔 정선아리랑시장에서 수수 메밀 녹두 모둠전에 콧등치기 옹심이를 기어코 먹었다. 잊지 못할 맛이었으며, 더덕 단팥빵을 산 후 정선읍을 떠났다.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길이라는 솔치 삼거리(병방치 회돌이 강길)에서 동강을 따라 나리소 전망대까지 20여 km를 창문을 열고 강바람을 마시며 달렸다. 전망대에서 만난 내 또래 두 남자의 고향 사랑과 친절은 동강을 더욱 짙푸르게 만들었다.


첩첩이 포개진 높은 산과 키 큰 옥수수밭, 흰 꽃 핀 감자밭, 맑은 강물과 공기, 밝은 인심은 마치 먼 곳으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을 주었다.


우리는 언양 장터에서 한우곰탕으로 저녁을 먹고 귀가하면서 즐거운 여행을 마감하였다.


간간이 이야기에 빠져 내비를 잘못 보고서 길을 되돌아간 나의 실수는 몇 번 있었지만, 아내는 멋진 관광지를 잘 소개하였으며, 아들의 알찬 정보 검색으로 편안한 여행이 되었다.


다음에는 바쁜 둘째를 설득해 가족의 첫 여행을 계획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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