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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선혜 Sep 01. 2022

방구방구 탐정단 해체?

방구방구 탐정단_8

  뒷문을 열고 반으로 들어가니 먼저 도착해 있던 아이들이 박수를 쳤다.

  “오오! 명탐정님이시다!”

  나는 뿌듯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게 부끄러웠다. 고개를 푹 숙이고 빨리 내 자리로 가서 앉았다. 명하는 내가 온 다음에야 왔는데 아이들의 환호를 즐기면서 연말 시상식에 온 연예인처럼 들어왔다.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이제 우리들은 학교의 영웅이었다. 더불어 김보경도 유명해졌다.

  “야! 여기에 방귀대장 있다며?”

  3반과 5반 아이들이 우리 반 앞에서 얼쩡거렸다. 그중에서도 장난기 많은 아이들은 손등에 입을 붙여 방귀소리를 내고는 도망갔다.

  “어 뭐야? 저거 방귀 도시락 아니야?”

  점심시간, 아이들은 보경이가 도시락을 꺼내자 방귀 도시락이라며 놀렸다. 결국 김보경이 울어버렸다. 하지만 놀리던 아이들은 김보경이 울자 더 심하게 놀려댔다. 나는 놀리는 아이들을 모두 혼내주고 김보경의 등을 토닥여주고 싶었지만 다가갈 수 없었다. 김보경을 방귀쟁이로 만든 것은 바로 우리였기 때문이다.

  오늘은 5교시가 있는 목요일이었다. 김보경이 학교에 오지 않았다. 담임선생님은 아파서 못 왔다고 했지만 아이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쉬는 시간에 한데 모여 김보경이 범인인 걸 들켜서 안 오는 것이라고 속닥거렸다.

  “우리는 명탐정이야!”

  명하는 아이들이 말하는 소리를 듣고 뿌듯해했다. 하지만 나는 한 편으로 김보경이 걱정되었다. 유나도 웃지 않는 것을 보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때, 선생님이 우리를 불렀다.

  “정소라, 김유나, 오명하는 선생님 따라와.”

  담임선생님의 목소리는 딱딱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나는 눈치를 보며 자리에서 슬며시 일어나 담임선생님을 따라나섰다. 반 아이들 모두가 우리만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나는 명하와 유나의 얼굴도 살폈다. 유나도 나처럼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명하는 재밌는 일이라도 생길 것처럼 속도 없이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니들이 한 탐정놀이 때문에 보경이가 얼마나 속상해하고 있는지 아니? 보경이 어머님한테 전화 왔다. 어제 하루 종일 울다가 잠들었대. 지금 너희가 하고 있는 일이 그냥 놀이처럼 보이지? 함부로 사람을 의심하고 선생님한테 대드는 게 탐정이라고 생각하니?”

  담임선생님은 쉴 틈 없이 쏘아붙였다. 우리는 가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왠지 머리 위로 담임선생님의 침이 다다다 튀어 정수리가 푹 젖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 담임선생님은 지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그리고 너희의 추리는 형편없어! 보경이가 범인이 아니라고 하면 범인이 아닌 거지! 끝까지 범인으로 몰아가고! 너네한테 용의자라느니, 범인이라느니 하면 기분이 좋겠니?”

  담임선생님의 말을 듣다 보니 내가 굉장히 나쁜 아이가 된 것 같았다. 집에서 울고 있을 보경이를 생각하니 미안했다.

  “보경이네 집에 가서 사과하고, 반성문 공책에 꽉꽉 채워서 써와!”

  나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어떻게 집에까지 찾아가서 사과를 하지, 보경이가 사과를 안 받아주면 어떡하지, 사과를 하면 우리의 추리가 틀린 것이 되어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나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로 교실에 들어갔다. 유나도 자리에 앉자마자 책상에 고개를 푹 파묻었다. 명하만 여전히 발랄하게 웃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조회 때부터 계속 보경이가 신경 쓰여 수업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쉬는 시간에는 명하가 재잘재잘 말을 걸어왔지만 떠들 기분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 급식에 스파게티가 나와서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

  그런데 유나는 나와 달리 입맛이 없다며 깨작깨작 먹었다. 혼난 것 때문에 여전히 우울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음식을 남기는 것을 싫어하는 담임선생님 때문에 결국 꾸역꾸역 밥을 다 먹을 수밖에 없었다.

  5교시가 시작되고 20분이 지났다. 하지만 방귀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보경이가 없으니까 당연했다. 그렇지만 담임선생님 말대로 보경이가 범인이 아닐 수도 있었다. 나는 속으로 조금 더 기다려보았다. 유난히 시계 초침이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20분 하고도 5분이 더 지났다. 그런데도 여전히 방귀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역시 우리의 추리가 맞았던 것이다! 나는 명하와 유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우리가 제대로 맞췄다는 것을 명하와 유나도 기뻐하고 있을 것이었다.

  쿵!

  그때, 갑자기 교실 바닥에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선생님과 아이들은 모두 그 소리에 깜짝 놀랐다.

  뿡이 아니라 쿵?

  이건 분명히 방귀 소리가 아니었다. 바로 유나가 쓰러지는 소리였다. 유나는 하얗게 뜬 얼굴로 교실 바닥에 누워 있었다.

  유나는 구급차에 실려 갔다. 운동장에 하얀 구급차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들어오고 아이들은 모두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구급차를 내려다보았다. 두 명의 구급대원들이 우리 반으로 들어와 유나를 데리고 나갔다.     

  그날 저녁 엄마와 함께 유나가 입원한 병원에 갔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유나는 하얀 침대 위에 누워 곤히 잠을 자고 있었다. 왼쪽 손목에는 주삿바늘이 꽂혀 있었다.

  “유나 많이 아파요?”

  나는 걱정스럽게 말했다.

  “배에 가스가 가득 차서 배가 아프대. 우리 유나, 전에도 한 번 장이 꼬여서 쓰러진 적이 있거든. 아무튼 급성 맹장염이 아니라 다행이야. 어후, 아까 전화받고 깜짝 놀랐다니까. 오늘내일 금식하고 가스만 빼면 괜찮아질 거야. 소라는 방귀 참지 말고 뿡뿡 시원하게 잘 뀌어야 해.”

  유나네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빠르게 말을 뱉어냈다.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마치 백 미터 달리기 하는 사람 같았다.

  나는 괜찮아질 거라는 말에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방귀를 잘 뀌라니. 유나네 엄마는 정말 이상했다. 똥을 잘 싸기 위해 바나나 식초를 먹는가 하면 방귀를 잘 뀌는 게 좋다고 하다니. 유나네 엄마의 방귀와 똥은 향긋하고 예쁜 게 틀림없었다. 아니면 사실 방귀는 더러운 게 아닐지도 몰랐다.

  유나가 쓰러진 다음 날 조회 시간, 담임선생님은 유나가 입원했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방귀 소동의 범인이 보경이가 아니라는 말도 했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은 유나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그런데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박유나가 범인이네. 그날 방귀를 못 뀌어서 쓰러진 거야.”

  유나가 범인이라니. 나는 그 친구들에게 당장 달려가 화를 내었다. 우리는 탐정이지 범인이 아니었다. 증거도 없이 유나를 범인으로 몰아가다니……!

  “박유나가 확실해! 쓰러지기 전에 표정이 똥 참을 때 표정이었다니까!”

  나는 아픈 유나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반 친구들에게 화가 났다. 얼굴이 붉어졌다. 유나가 범인이라고 한 마디만 더 하면 진짜로 싸울 작정이었다. 그때 명하가 잔뜩 화가 나 있는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유나가 방귀 뀐 거 맞대. 어제 우리 엄마가 병원 갔다 와서 말해줬어.”

  그 말을 들으니 문득 유나네 엄마가 병실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배에 가스가 가득 차서 배가 아프대.’

  그러고 보니 유나의 방귀 소리를 들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심지어 유나는 화장실에 같이 가는 것도 싫어했다.

  ‘혹시 유나가?’

  나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하지만 유나가 쓰러진 그날 아침 같이 나눠 마신 콜라가 자꾸 신경이 쓰였다. 나는 항상 콜라를 마시면 배가 꾸르륵하는데 유나 옆에 갔을 때도 계속 유나 뱃속에서 그 소리가 났었다.

  이럴 수가! 진짜 범인은 바로…… 유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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