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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선혜 Sep 02. 2022

엉터리 탐정단

방구방구 탐정단_9

  나와 명하는 곰돌이 분식집으로 향했다. 유나가 범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우리는 기가 팍 죽어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다른 친구들 앞에서는 끝까지 모르는 척했다.

  분식집 앞에 도착하자 항상 그랬듯이 똘똘이가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었다.

  “똘똘이는 왜 보경이를 범인으로 찍었을까?”

  나는 중얼거리며 분식집 안으로 들어갔다.

  “야! 너 왜 그래! 저리 가!”

  그때, 뒤에서 명하의 목소리가 들렸다. 똘똘이가 명하의 엉덩이에 코를 박고 킁킁대고 있었던 것이다. 명하는 빙글빙글 돌며 똘똘이를 피했다. 방금 전까지 우울했던 나는 그 모습을 보자 웃음이 터졌다. 명하가 당황하는 모양이 우스꽝스러웠다.

  “너 똥 쌌어? 똥 냄새 맡았나 봐.”

  나는 킥킥거리며 명하를 놀렸다. 명하는 똘똘이를 피하느라 정신없는 중에도 절대 아니라며 씩씩거렸다. 한참을 그렇게 똘똘이와 실랑이를 벌였다. 곰돌이 아줌마가 똘똘이를 강제로 떼어 내주고 나서야 겨우 분식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명하는 의자에 앉으며 깊게 숨을 내쉬었다. 이마에는 땀이 약간 맺혀있었다. 우리는 가방을 한쪽 의자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곰돌이 아줌마 손에서 자유로워진 똘똘이가 안으로 들어와 가방에 코를 대고 앞발로 가방을 마구 쳤다.

  “얘 오늘따라 왜 그래?”

  명하는 똘똘이에게 저리 가라고 손짓했다. 하지만 여전히 똘똘이는 우리 가방에서 떨어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가만 보니 내 가방이 아니라 명하 가방에만 관심이 있는 듯했다.

  “너 가방에 뭐 들어있어?”

  명하는 가방 안을 살펴보았다. 그 안에는 그저께 학원에서 받은 크림빵이 그대로 들어있었다. 드디어 의문이 풀린 명하는 똘똘이를 쓰다듬어주었다.

  “너 엉덩이가 아니라 가방 냄새를 맡았나 보다.”

  그렇게 말하고 나자 내 머릿속에 번뜩 보경이가 떠올랐다.

  “어! 혹시 보경이도…?”

  우리는 그제야 똘똘이가 그날 보경이 엉덩이에 코를 들이민 것이 방귀 냄새 때문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사실은 보경이의 도시락 냄새를 맡았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되자 나는 보경이한테 더 미안해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보경이한테 사과하지 않을 거라고 하던 명하도 태도가 바뀌었다. 우리는 떡볶이를 다 먹고 보경이네 집으로 향했다.

  초인종을 누르고 보경이 엄마가 문을 열어주기까지 심장이 미친 듯이 쿵쿵거렸다. 보경이네 엄마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우리를 들여보내 주었다. 보경이는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우리를 보자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나는 쭈뼛쭈뼛 보경이에게 다가갔다. 그 사이 명하는 성큼 다가서서 말을 걸었다.

  “네가 범인이 아니었어! 사과하러 왔어. 미안해.”

  “거 봐! 내가 아니라고 했잖아.”

  보경이는 울먹거리며 말했다. 나는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 몰라 모기만 한 목소리로 미안해,라고 말하고 눈치를 보았다. 우리의 사과에도 보경이는 여전히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았다. 그러자 명하가 보경이 옆에 자연스럽게 앉아 이야기했다.

  “우리가 너한테만 말해줄게. 사실 우리는…… 엉터리 탐정단이야!”

  나는 깜짝 놀랐다. 명하가 스스로 엉터리라고 말하다니. 나는 자존심이 상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보경이는 푸훕-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희한하게도 보경이의 웃음소리를 들으니 나도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명하는 여전히 비장한 표정을 하고 말을 이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이제 만천하에 공개할 거야. 너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도, 우리가 엉터리 탐정단이라는 것도! 그리고 이제부터 널 놀리고 괴롭히는 애들은 우리가 다 혼내줄게!”

  보경이는 입술을 앙 다물고 명하의 이야기를 듣다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건 우리의 사과를 받아준다는 거겠지? 나는 그제야 편하게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보경이의 말에 심장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유나는 왜 안 왔냐고 물어본 것이었다.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아주 비밀스럽게 보경이 옆으로 가서 말했다.

  “이건 정말 너한테만 말해주는 건데 사실, 유나가 진짜 범인일지도 몰라.”

  보경이는 정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건 진짜 비밀이야.”

  내가 검지를 입술에 갖다 대자 보경이가 고개를 신중하게 끄덕였다.     

  보경이네 집에서 나온 우리는 문방구로 달려가 하얀 하드보드지 하나를 샀다. 우리는 그 위에 매직으로 또박또박 글씨를 적어 넣었다.      

안녕하세요, 우리는 방구방구 탐정단 입니다.
우리는 사실 엉터리 탐정단입니다.
김보경은 범인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 김보경한테 사과했습니다.
그리고 한동수와 담임선생님도 용이자로 올려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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