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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선혜 Sep 03. 2022

새로운 용의자

방구방구 탐정단_10

  화요일이 되었다. 유나가 없으니 이제 더 이상 방귀 소동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점심시간이 끝나자 자연스럽게 창문을 열었다. 마치 오늘도 방귀 소동이 일어날 것처럼 말이다.

  5교시가 시작되었다. 나는 벌써부터 심심했다. 수업이 더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방귀 소동이 없다니.’

  앞으로 그 방귀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 허전하고 섭섭했다. 냄새도 지독하고 더럽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학교에서 가장 재미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았다. 엄마는 아빠한테 자주 미운 정이 들었다고 말을 했다. 나는 미운데 어떻게 정이 드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유나의 방귀에 정이 든 모양이었다.

  수업이 귀에 들어오지 않아 교과서 귀퉁이에 낙서를 했다. 갑자기 배가 꾸르륵거리며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나는 두 손으로 배를 부여잡고 허리를 숙였다. 순간 내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뿌우우우웅!

  나는 깜짝 놀랐다.

  ‘내가 뀐 건가?’

  여태까지 내가 들었던 방귀 소리 중에 가장 우렁찬 소리였다. 내가 이렇게 큰 방귀를 뀌다니!

  “박유나가 아니었어?”

  아이들이 웅성이기 시작했다. 담임선생님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교탁을 교과서로 탁탁 내리쳤다. 하지만 아이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아이들은 다시 범인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나는 곧 내가 범인임을 들킬 것 같았다. 그러면 전에 있었던 방귀 소동의 범인도 내가 될 것이고 나는 놀림거리가 될 것이다. 눈앞이 흐릿해졌다. 아이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어지러웠다. 얼굴이 점점 달아올랐다. 그때 누군가 소리쳤다.

  “야 정소라 봐봐. 얼굴 엄청 새빨개졌어! 정소라가 범인 아니야?”

  나는 얼굴이 더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명하가 벌떡 일어나 말했다. 

  “거봐, 유나가 아니라니까! 유나가 오해받은 게 억울해서 화난 거잖아!”

  명하의 말에 아이들은 금방 내 눈치를 살폈다. 짝꿍은 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했다. 나도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명하 덕분에 방귀쟁이가 되지 않았다.

  눈이 빨갛게 부은 채로 명하와 같이 하교를 했다. 나는 명하에게 오늘 방귀 소동의 범인이 나라는 사실을 말할까 말까 망설였다. 그때 명하가 말했다.

  “점점 더 재미있어지고 있어! 나는 정말로 유나가 범인인 줄 알았다니까! 그런데 역시 소라 너는 유나를 끝까지 믿었구나. 넌 정말 좋은 친구야!”

  나는 또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다음 주에도 다다음주에도 범인은 또 방귀를 뀔 것 같아.”

  “당연하지! 방구방구 탐정단은 끝나지 않았어!”

  명하는 그렇게 말하고는 휘파람을 불며 실내화 주머니를 빙빙 돌렸다. 나도 명하를 따라 실내화 주머니를 흔들거렸다. 우리가 엉터리 탐정단이라고 한 말을 금세 까먹었나 보다. 나는 슬쩍 웃었다.

  다음 주에도 다다음주에도 방귀 소동은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또 다른 용의자를 찾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 수첩에 이렇게 쓸 것이다.     

<용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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