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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선혜 Aug 31. 2022

범인

방구방구 탐정단_7

  세 명의 용의자는 모두 잔뜩 화가 난 표정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그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이 구경하고 있었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짓이야!”

  담임선생님의 얼굴은 빨간색 신호등이 켜진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똘똘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저번에 범인을 잡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당연히 방귀 소동이 일어났다. 이것으로 아홉 번째였다. 이번에 뀐 방귀는 평소보다 더 우렁차고 지독했다. 범인은 자신이 잡히지 않았다는 것을 자랑하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아니면 우리 방구방구 탐정단을 놀리는 것 같기도 했다.

  이번에 우리는 수업이 끝날 때까지 잠자코 기다렸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나는 밖으로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밖에는 곰돌이 아줌마가 똘똘이를 데리고 서 있었다. 나는 똘똘이를 받아 들고 다시 교실로 재빠르게 뛰어갔다. 명하와 유나, 그리고 주번을 뺀 모든 아이들은 모두 책가방을 메고 교실 밖으로 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명하와 유나가 세 명의 용의자를 교실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교실 안으로 들어섰다. 명하와 유나가 끈질기게 붙잡아 놓은 덕분에 세 명의 용의자는 교실 앞에 한 줄로 서게 되었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야. 잘 부탁해.”

  나는 똘똘이를 내려놓으며 작게 소곤거렸다. 똘똘이는 내 손에서 벗어나자마자 세 명의 용의자가 있는 곳으로 달려들었다. 역시 똑똑했다. 똘똘이는 어떤 냄새를 맡았는지 계속 코를 들썩였다. 그러다 마침내 똘똘이는 어느 한 곳에서 멈추었다. 바로 김보경의 엉덩이였다. 김보경은 똘똘이를 피해 교실 이곳저곳으로 도망 다녔다. 하지만 똘똘이는 끈질기게 보경이의 뒤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녔다. 엉덩이에 코를 박고 계속 킁킁거렸다. 다른데도 아니고 엉덩이 주변을 자꾸 서성이는 거 보니 김보경이 범인임이 분명했다. 유나와 명하의 표정을 보니 두 사람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동시에 소리쳤다.

  “찾았다!”

  “범인은 바로 김보경, 당신이야!”

  명하가 김보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마치 만화에 나오는 탐정 같았다. 만화에서라면 이제 범인임을 스스로 인정하면서 엔딩곡이 흘러나오며 멋지게 끝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학교에서 유명한 명탐정이 되는 거였다. 하지만 김보경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기대와는 달랐다.

  “나 아니야! 진짜 아니야!”

  김보경의 목소리가 떨렸다. 입술을 꾹 깨물고 씩씩댔다. 곧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 김보경은 끝까지 아니라고 우겼다. 하지만 똘똘이가 거짓말을 할 리가 없었다. 그러니까 김보경이 범인임이 확실했다. 우리는 방구방구 사기단이 아니라 방구방구 탐정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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