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선혜 Aug 30. 2022

똘똘이

방구방구 탐정단_6

  떡볶이의 국물은 바짝 졸아서 떡이 더 찐득찐득하게 보였다. 벌써 두 개의 계획이 실패하고 더 이상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심지어 우리 방구방구 탐정단은 이미 학교에서 유명한 놀림거리가 되어버렸다. 

담임선생님도 성냥갑 사건 이후로 우리를 싫어하는 것 같았다. 선생님이 나를 좋아하지는 않았어도 싫어하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물론 명하는 원래 싫어했으니 상관없었다. 우리가 점점 범인에게 가까워질수록 우리를 더 싫어할 것이다. 우리가 곧 범인을 맞출까 봐 불안해서 그런 거다. 그러니까 담임선생님이 범인인 것이 확실했다.

  우리 중 아무도 떡볶이에 손을 대지 않았다. 포크로 괜히 뒤적거리기만 했다. 

  “오늘은 떡볶이가 맛이 없어?”

  곰돌이 아줌마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평소처럼 재잘대지도 않고 떡볶이를 먹지도 않으니 이상해 보였나 보다.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왜 범인 잡는 게 어려워?”

  곰돌이 아줌마는 어묵 세 개를 가져다주며 말했다. 우리는 곰돌이 아줌마가 ‘범인’이라고 말해서 놀랐다. 생각해보니 우리가 방구방구 탐정단이라는 사실을 곰돌이 아줌마가 모를 리가 없었다. 이곳은 우리의 아지트였기 때문이다. 

  “이건 서비스야. 훌륭한 탐정들이 이렇게 기가 죽어있으면 어떡해.”

  우리는 감사하다고 말하며 곰돌이 아줌마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모두 말했다. 처음 방귀 소동이 일어난 일부터 우리가 탐정단을 만들고 용의자를 찾던 일, 우유에 바나나 식초를 타는 것에 실패하고, 마술 성냥갑으로도 범인을 잡지 못한 것까지 모두 이야기했다. 곰돌이 아줌마는 가만히 우리의 말을 들어주었다. 우리가 말을 마쳤을 때 똘똘이가 짖어댔다. 손님이 왔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똘똘이라는 이름은 어떤 개보다 똘똘하다고 해서 곰돌이 아줌마가 붙여준 이름이었다. 처음 그 이름을 들었을 때는 촌스럽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똘똘이라는 이름이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작년에 똘똘이가 곰돌이 아줌마의 열쇠를 찾아줬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곰돌이 아줌마는 손님을 보내고 다시 우리에게 왔다. 그리고는 방귀 뀐 범인을 찾을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우리는 어묵 세 개를 서비스로 주었을 때보다 더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곰돌이 아줌마를 쳐다보았다. 

  "그보다 먼저! 다른 사람 먹는 거에 이상한 거 타는 건 나쁜 행동이야. 음식 가지고 장난치지 않기! 이거 먼저 약속해."

  곰돌이 아줌마는 새끼손가락을 번쩍 들어 올렸다. 나는 그날 바나나 식초를 먹고 못생긴 똥을 그날을 떠올렸다. 그때 그 냄새는 떠올리기만 해도 지독했다. 그러니까 그건 아줌마 말대로 그건 정말 나쁜 짓이었다. 

  나는 그때 바나나 식초 넣기를 말했던 명하를 슬쩍 보았다. 명하는 잔뜩 혼이 난 애처럼 풀이 죽어 있었다. 평소 명하의 모습과 달라서 마음이 무거웠다. 나는 새끼손가락을 번쩍 들고, "약속!"이라고 크게 외쳤다. 그러자 유나가 나를 따라 똑같이 "약속!"이라고 소리쳤다. 눈을 굴리던 명하도 그제야 웃으며 "약속!" 했다.

  곰돌이 아줌마가 그런 우리를 보고 웃으며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비밀 이야기를 하듯 속삭였다.

  “우리 똘똘이가 똥 냄새는 기가 막히게 잘 맡아. 똥개거든. 그렇게 대단한 방귀라면 우리 똑똑한 똘똘이가 못 찾아낼 리가 없지.”

  곰돌이 아줌마는 범인을 찾기 위해서라면 똘똘이를 흔쾌히 빌려주겠다고 했다. 이번에는 꼭 성공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유나는 탐정 수첩을 꺼냈다. 네 번째 장을 펼쳤다. 이번이 마지막으로 수첩에 쓰는 글씨일 것이다. 쭈글쭈글한 종이 위에 우리의 세 번째 계획을 적었다. 이제는 진짜 마지막 계획이 될 것이었다.   

<게획3>
탐정개 똘똘이    


  “대신 똘똘이가 범인을 찾아내면 학교에 우리 똘똘이 자랑 좀 해줘.”

우리는 꼭 그러겠다고 다짐했다.

이전 05화 마술 성냥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