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큐레이션
올해 초부터 그림책 큐레이션을 맡아서 진행할 수 있는 감사한 기회를 얻었다. 천안에 위치한 새라미술교습소에서 진행하는 창의융합수업을 위한 큐레이션으로, 다양한 그림의 매력을 아이들에게 소개해줄 수 있어 기쁘다.
2월, 처음 큐레이션은 속도감 있는 '선'이 매력적인 그림책들로 정했다.
나는 주로 단정한 느낌의 선보다 빠르고 거친 느낌의 선을 매력적이라고 느낀다. 빠르게 그려내도 완성도 있는 작품을 보면 어쩐지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기도 하거니와 선 자체가 춤추는 듯 역동적인 느낌이 들어 괜히 기분이 업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할 책들은 그런 거침없는 드로잉으로 독자의 눈을 홀리지만, 그에 비해 다정하고 섬세한 마음을 담고 있는 작품들이다.
바로 소개할 작품은 조미자 작가의 <수수바의 눈사람 친구>이다. 수수바 시리즈 모두 매력적인데, 2월 큐레이션으로 가장 잘 어울릴 만한 신작을 선택했다.
거칠면서도 부드럽게 느껴지는 굵은 선들은 마치 아이들이 막 굴려서 만든 눈사람의 재질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거대한 눈사람과 수수바의 따뜻한 우정을 보면 괜히 따뜻해지는 느낌이 드는 그림책이다.
다음 그림책은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전미화 작가의 <어느 우울한 날 마이클이 찾아왔다>이다.
이 작품은 내가 우울할 때 꼭 펼쳐보는 그림책인데, 비단 '선'뿐 아니라 '색감'도 '서사 진행'도 모두 거침없고, 뻔뻔하다. 무턱대고 공룡이 찾아와 춤 대결을 제안하다니, 어쩜 이렇게 뻔뻔하고 재치 있을까.
아무튼, 책을 덮고 나면 마음에 쌓인 부정적인 감정이 신나는 그림 덕분에 모두 털려나간 기분이 든다. 우울한 사람에게 어떤 위로를 건네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그림책을 추천한다. 그 어떤 다정한 말보다 더 효과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치만 책임은 못 져요...)
다음으로는 이수지 작가의 <강이>이다. 이수지 작가의 작품은 대부분 선이 매력적인 작품이라 하나만 딱 고르기 어려웠는데, 왜 하필 <강이>를 선택했냐 하면... 그건 내 마음이니까,
<강이>는 이수지 작가가 키우던 반려견에 대한 이야기로, 마치 '강이'와 함께 했던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빠르게 그려낸 느낌이다. 장면마다 강이를 기억하고자 하는 다정한 마음이 독자에게도 닿아 뭉클해지는 그림책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책은 최은진 작가의 <나비 아이>이다.
가볍고 빠른 드로잉 덕분에 나비가 되어 날고 싶다는 아이의 꿈이 더 자유롭게 느껴진다. 금방이라도 날아올라 세상을 노란빛으로 물들일 것 같은 그림책이다. 글이 없는 그림책이라 그런지 더 환상적이고, 더 가뿐한 느낌이 든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처럼 아이들이 자유로운 선 속에서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다 보니 첫 큐레이션은 모두 한국 작품으로 이루어졌는데, 그만큼 한국 그림책 중 멋진 작품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아 뿌듯하다.(내가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