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WA Jun 04. 2022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려워.

그래서 더더욱 모든것을 회고하여야 한다.

어쩌면 알고 있었지 모든 걸 아니 알고 있었어 전부터
왜 모르겠어 I ain't dumb
이별은 어렵지만 피할 수 없는 거 같아 준비는 예전부터 했는지도 몰라

-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려워 (Feat. Leellamarz) (Prod. by TOIL)


최근 여러 종류의 이별을 겪는 중이다. 전 X와의 이별 그리고 가족과의 이별.
불과 얼마 
전 X와의 만남에 대한 회고를 적었는데 또다시 이별에 대한 회고를 적게 될 줄이야


하지만 이전에 적었던 이별에 대한
회고를 해보며 확실히 회고로 인해 마음 정리가 되며 아픔과 후회는 머무르게 하고, 지금 현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명확한 목표를 보여줬기에 이번에도 역시 짧막한 회고를 해 보고자 한다.


( 이전 만남에 대한 KPT 회고 법에 관한 글은 → KPT로 만남을 회고하는 법 참고 )

KPT회고법 ( keep -Problem-try)




#1.prologue: 첫 이별

어른이 되고 가족을 보내는 이별을 겪었던 건 일본에서 살던 시절이었다. 거의 내게는 부모님 역할을 했던 할머니가 담도암 말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지만 가족들은 일본에 홀로 있던 내가 걱정할까 봐 이 사실을 숨겼고, 참다못한 언니의 양심폭로(?)로 이 사실을 가족 중 제일 늦게 알게 되었다.

그 길로 허겁지겁 회사에 삼주 정도 휴가를 받고 한국으로 잠깐 귀국해 할머니와 시간을 보내다 일본에 다시 복귀한 지 얼마 안돼서 할머니를 보내야 했는데,


이 기억으로 인해 당시 할머니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이 엄청났었다. 할머니를 보내는 마음의 준비나 회고 같은 건 하지도 못한 채 바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이 건강하지 못한 이별에 대한 감정은 나를 좀먹는 트라우마가 되었다.

해당 기억을 지금 다시 K.P.T 로 회고해본다면, K는 없다. 그야말로 P(문제)의 투성이었다.



문제의식 : Problem

1. 가족들이 내게 할머니 병을 진작 알려주지 않았던 점. 할머니를 자주 찾아뵙지 못했던 것

 = 내가 대체 뭐 대단한 걸 한다고 가족들이 내 눈치를 보게 만들까 하는 미안함과 20대의 절반을 일본에서 지내면서 할머니를 자주 찾아뵙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내내 시달렸다.

2. 할머니의 장례 후 충분한 휴식이나 마음의 준비 없이 바로 다시 일본으로 귀국해 일한 것

 = 업무적으로 일본으로 바로 복귀해야 했기에 충분히 슬퍼하고 추억할 시간이 없었다.

3. 그 당시 일본인 병(습관적으로 괜찮아요.죄송합니다.를 남발하는 것)에 걸려 주변 지인들의 걱정에도 전부 괜찮다.를 남발했던 것

 = 악몽으로 깨는 밤과 술만 마시면 과호흡 할 정도로 울어댔지만 맨 정신으로는 주변 누구에게도 한 번도 힘들다고 말한 적이 없다. 외국 생활을 혼자 하다 보니 슬픔마저 홀로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사랑한 만큼 이별도 충분히 해야 한다.

어렸고 처음으로 가족을 떠나 보낸 이별이었기 때문에 깊이 사랑했던 시간만큼 충분한 이별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방법을 몰랐다.

결국 이 기억은 내 깊은 마음속 어딘가에 머물게 되어 심리적으로 가장 힘들었을 때 불쑥 나와 나를 지독히도 괴롭혔지만, 다행히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이 회피했던 이별의 시간들을 마주 보게 되었고 그제야 할머니를 내 기억 속에서 제대로 보내주면서 차츰 나아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필연적으로 겪게 될 다음 이별에 대한 나의 Personal Try도 여러 번 생각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 Try List

가족과 같은 땅에 있기 [✔️]

최대한 많이 만나고, 사랑한다는 말 아끼지 말기 [✔️]

견디기 힘들 땐 어딘가에 털어놓기도 하고 울기도 할 것 (브런치 포함) [✔️]

내가 할 일은 꾸준히 할 것 (일,운동,계획한 일들) [✔️]

죄책감 가지지 말 것 [✔️]

용기를 주는 에세이, 자기 계발서 여러 권 읽기 [✔️]

(나는 기독교인이기에) 믿음 붙들기, 기도하기  [✔️]


이렇게 Try를 세워 회고를 한다고 해도 가족과의 이별이 익숙해지거나 금방 괜찮아지는 건 절대 아니다. 익숙해지지 않은 슬픔에 마음이 찢기 듯이 아프고 신의 뜻에 불쑥불쑥 화도 나지만, 중요한 건 후회 속에 머물러 살며 나아가지 않는다면 또 다른 실수를 반복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회고로 이별의 프로젝트를 끝마치고 다음 스프린트로 나아가야 한다. 앞으로 조금이라도 덜 후회하기 위해.


할아버지 요양원 들어가셨을때 심심할까봐 만들어본 수제 놀이 북. 끝내 전해드리진 못했다.



 짧막한 회고를 끝마치며, 

나는 종교가 있기에 사후를 믿는다.
그래서 언젠가 내가 천국에 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날 순간들을 생각하면 후회 속에 절여있을 시간이 없다. 지금 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고 챙기면서 열심히 살아서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다시 만난 날 자랑하고 싶기에, 이별에 대한 슬픔과 후회는 이 회고와 그대로 접어두고 다시 나아가고자 한다.


사랑해 우리 가족들

또한 이 글을 보는 후회에 머무르고 있는 누군가들에게도 용기가 되길 바라며,



- 이별에 대한 회고 끝 -

작가의 이전글 기다림과 신뢰를 파는 서비스, 캐치테이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