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면 다 못 먹고 버리고, 없으면 꼭 찾는 아이들 덕분에(?) 우유를 살 때마다 500을 살지 1000을 사야 할지 고민을한다. (나라도 시리얼을 넣어 팍팍 없애고 싶지만 생우유를 못 먹는 일인)
가격도 많이 차이 나지 않아서 마켓컬리 온라인 장보기 할 때 1리터로 샀는데 이렇게 많이 남았다.
2023.05.15라고 적힌 숫자를 째려본다.
유통기한은 말 그대로 유통되는 날짜인데 이틀 지났다고 해서 버리기에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치즈를 만들기로 한다.
치즈는 어차피 발효와 숙성 식품 아니던가!!
그래서 집에서 만들 수 있는 리코타 치즈를 만들기로 했다.
우유를 냄비에 과감하게 콸콸 붓고 생일에 쓰고 남은 휘핑크림을 꺼냈다.(요구르트나 생크림을 넣으면 맛이 더 좋다고 하는데 없으니까 휘핑크림을 넣어도 그냥 우유보다는 고소하지 않을까) 그리고 소금을 코딱지만큼 넣었다. 조금 더 짭짤한 치즈를 원한다면 더 넣고 설탕을 조금 넣어도 좋다고 한다. (나는 죽염을 톡톡)
불의 세기를 약하게 놓고 은근하게 데워질 정도로만 기다리고 냄비 위로 막이 생기기 시작하면 식초나 레몬즙을 넣는다. 나는 레몬즙이 있어서 한 스푼 넣었다.
이때 많이 저으면 안 되고 아주 살살 저은 후 기다린다. 그럼 몽글몽글 뭉쳐지면서 흡사 순두부처럼 된다.
10분 정도 약한 불로 기다려보고 유청이 다 분리된 것 같으면 불을 끈다. 덜 된 것 같으면 15분도 ok.
미지근하게 식히고 유청을 분리한다. 일회용 면보자기나 유청분리기로 분리하면 되는데 오래전 면 보자기로 했을 때 수분이 잘 빠져서 쫀쫀한 치즈가 되었던 것 같고 이번에는 분리기가 있어서 사용해 봤다.
수분은 내려가고 건더기만 남았다.
하루 냉장고에 넣어두었더니 수분이 살짝 남아있다.
이대로 빵에 발라먹으려고 수분을 더 빼지 않았다.
분리된 유청은 세수할 때 사용하면 좋다고 하는데... 왠지 이걸로 세수를 하면 얼굴에서 꼬릿 내가 날 것 같아서 못하겠다.
완성된 리코타 치즈.
베이글에 치즈 듬뿍 올리고 블루베리 잼을 올려서 맛있는 간식(한 끼)이 되었다. 시판 치즈보다 간이 덜하지만 심심하면서 더 고소한 치즈의 맛이다.
이렇게 맛 좋은 치즈가 되었는데 하마터면 유통기한 지난 우유를 싱크대에 그냥 버릴뻔했다.오천 원은 아낀 것 같아 괜히 흐뭇하다.
일도 하고 살림도 하고 애도 둘 키우고 글도 쓰다니 대단하다는 댓글을 읽었었는데 감자는 싹이 나서 반은 버렸고 우유도 유통기한을 넘길 만큼 신경을 쓰지 못하고 산다.(살림은 대충 하고 있다는 얘기)
아이들과 먹는 유일한 저녁 한 끼도 잘 시켜 먹는데 재료를 여러 개 사는 것보다 더 저렴할 때도 있다.
청소도 대충 머리카락이 많은 것 같으면 부직포 밀대로 밀고 땡이고 빨래도 모아서 겨우 돌린다. 건조기에 다 마른빨래는 다음 빨래가 나올 때까지 건조기가 제자리인 듯 며칠 들어있기도 하다. 설거지도 많아야 하루 두 번이고 한 번만 해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살림도 꾸준함.이라는 무기가 있어야 실력이 느는데 한번 놓아버린 살림 에너지는 돌아 올 생각이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