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모 Sep 05. 2023

엄마 수선

수선이 필요한 날


큰아이 가방이 찢어져 수선을 맡기러 갔다 오는 길에 새로 생긴 햄버거 집도 들러볼 겸 아이에게 같이 나가자고 했다.

돌아온 대답은 엄마 혼자 갔다 오라는 것.  

굳이 둘이 갈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


사춘기가 온 13살이 가끔 차갑고 냉랭한 말을 하는데 들을 때마다 서운하고 예상 못한 대답에 당황스럽고 천불이 난다.

철이 덜 든 엄마는 가끔 숨을 한번 몰아쉬기도 하고 애를 불러 앉혀놓고 잔소리와 훈계가 섞인 서운함을 토로하지만 아이는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다.

늘 내가 원하는 대답을 듣고 나서야 그러지 말자고 화해 아닌 화해를 한다.


뒤돌아 생각해 보면 사실 아이 말은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이번에도 내가 배가 고픈데 햄버거는 먹어보고 싶고 혼자는 가기 싫어서.  네 가방이 찢어진 거고 사실 나도 귀찮은 데 가주는 거라는 쪼잔한 마음이 들어서. 그랬던 거였다


결국 나는 아이의 빈 가방을 메고 '엄마수선' 집에 혼자 갔지만 고칠 수 없다는 대답을 듣고 가방 사망소식을 아이에게 전해줬다.

본인도 뻘쭘했는지 슬슬 다가와서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는데

나도 사춘기 딸이 처음이지만, 너도 이런 엄마가 처음일 테니 우리는 쌤쌤인 거라고 생각하며 그녀의 수다에 맞장구를 쳤다.


엄마도 수선이 필요한 날이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