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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모 Sep 05. 2023

엄마 수선

수선이 필요한 날


큰아이 가방이 찢어져 수선을 맡기러 갔다 오는 길에 새로 생긴 햄버거 집도 들러볼 겸 아이에게 같이 나가자고 했다.

돌아온 대답은 엄마 혼자 갔다 오라는 것.  

굳이 둘이 갈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


사춘기가 온 13살이 가끔 차갑고 냉랭한 말을 하는데 들을 때마다 서운하고 예상 못한 대답에 당황스럽고 천불이 난다.

철이 덜 든 엄마는 가끔 숨을 한번 몰아쉬기도 하고 애를 불러 앉혀놓고 잔소리와 훈계가 섞인 서운함을 토로하지만 아이는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다.

늘 내가 원하는 대답을 듣고 나서야 그러지 말자고 화해 아닌 화해를 한다.


뒤돌아 생각해 보면 사실 아이 말은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이번에도 내가 배가 고픈데 햄버거는 먹어보고 싶고 혼자는 가기 싫어서.  네 가방이 찢어진 거고 사실 나도 귀찮은 데 가주는 거라는 쪼잔한 마음이 들어서. 그랬던 거였다


결국 나는 아이의 빈 가방을 메고 '엄마수선' 집에 혼자 갔지만 고칠 수 없다는 대답을 듣고 가방 사망소식을 아이에게 전해줬다.

본인도 뻘쭘했는지 슬슬 다가와서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는데

나도 사춘기 딸이 처음이지만, 너도 이런 엄마가 처음일 테니 우리는 쌤쌤인 거라고 생각하며 그녀의 수다에 맞장구를 쳤다.


엄마도 수선이 필요한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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