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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TS May 18. 2024

32th. 학생들에게 상류층이 되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정하 시인의 <낮은 곳으로>를 읽습니다.

                   낮은곳으로


                                                       이정하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 찰랑 고여들

네 사랑을 온 몸으로

받아들 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나가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것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높은 곳에 올라서 내려다보는 통쾌함 좋겠지.

나를 올려다보는 다른 이들의 시선을 느끼는 것도

제법 짜릿하다는 걸 해한다.

한 번 사는 인생 폼나게 살고 싶겠지.


그런데 이런 삶도 있더라.

저기 높은 산이 되기 보다 오름직한 동산이 되며

자기 길만 비추기보다는 누군가의 길을 비주는

그렇게 다른 길을 선택하는 삶도 있더라.


 남자가 있다. 꽃거지 한영훈.

이 남자가 살아가는 법은 나를 늘 전율하게 한다.

7년 전부터 지켜 본 이 남자는

그 후로 결혼하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지만, 한결같다.


https://m.blog.naver.com/happysnail7/110190765789


이렇게 안 살아도 된다.

용기가 없어 실천 못하는 나라는 인간도 있다.


그래도 알아야 한다.

낮은 곳으로 가서 찬란히 빛나는 삶도 있다.

너를 위해 나를 기꺼이 비우는 삶도 있다.

사랑이 그런 것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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