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아버지와 구급차를 타고 하염없이

by 웃자

아버지는 병동에서 요주의 인물이 되었다. 중환자실 트라우마와 수면 부족 때문에 환각을 보고 환청을 들었다. 섬망과 불면으로 폭언을 하고 난리를 떨었다. 요구사항을 빨리 들어주지 않으면 짜증을 내고 의료진과 보호자를 못살게 굴었다. 원래 성격이 급해서 잠시라도 기다리지 못했는데 병원에서는 아들도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절제를 하셨다. 밤마다 향정신성 의약품을 복용했다. 여전히 잠은 오지 않았고 불안은 가라앉지 않았다.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잠을 자야한다는 강박 때문에 고통을 받았다. 삼사일 동안 눈을 붙이지 못하다가 겨우 서너시간 자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나중에는 향정신성 의약품을 복용하지 않았다. 어차피 잠은 오지 않았고 고통만 심했다. 하루빨리 퇴원해서 집에서 자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예전에 하루이틀 출장을 가도 모텔에서 잠들지 못했는데 병원에서 도저히 잘 수가 없다고 하소연을 하셨다. 당연히 의사는 아버지가 회복한 후에 퇴원할 수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아버지는 고통이 심해서 보호자를 배려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함부로 말하고 온갖 짜증을 냈다. 계속 자살할 거라고 협박했다. 잠시라도 매점이나 화장실에 가면 빨리 오라고 재촉했다. 밤중 내내 병상의 각도를 조절하고 몸의 위치를 바꾸라고 요청했다. 그동안 자신은 가족을 위해서 희생했는데 이제는 가족이 자신을 외면한다고 말씀하셨다. 마음에 없는 말씀이라고 생각했지만 화나고 섭섭했다. 하루만에 그만두었던 간병인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들도 옆에서 견디기 힘든데 생판 남이 참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가래를 휴지에 뱉어서 그냥 바닥에 던졌다. 작은 쓰레기통이나 비닐봉지에 넣으라고 부탁했지만 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해서 그것조차 힘들었다. 보호자 침대에 누워있다가 가래로 축축한 휴지에 맞을 뻔해서 바닥에 던지기 전에 최소한 반으로 접으라고 부탁했다. 잠시라도 산책을 할 수 있으면 좋았을텐데 코로나 때문에 보호자를 엄격하게 통제해서 바람을 쐬러 나갈 수 없었다. 조금씩 스트레스가 쌓였고 참다가 갈등이 폭발했다.

아버지의 한마디에 마음 속에서 작은 불꽃이 튀었다. 불꽃은 점점 커져서 활활 타올랐다. 꾹꾹 잘 참았던 분노와 원망을 쏟아냈다. 화를 내지는 않았다. 그냥 담담하게 말했다. 아버지와 나의 기억은 너무 달랐다.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을 그렇게 미워하는지 몰랐다고 말씀하셨다. 마음 한 구석에서 나쁜 기운이 스며들었다. 아버지가 어린 아들에게 상처를 주었던 방식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다. 고함을 지르고 싶었다. 물건을 던지고 싶었다. 욕을 하고 싶었다. 난폭운전을 하면서 협박하고 싶었다. 친척집에 맡기고 싶었다. 연락을 끊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와서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나의 방식이 아니었다. 화를 대물림하고 싶지 않았다. 작년에 화나서 고함을 질렀던 적이 있었다. 귀청이 울렸고 온몸이 흔들렸다. 내 자신이 너무 싫었다. 그후로 다시는 고함을 지르지 않았다. 나중에 아버지는 아들이 그렇게 힘들었는지 몰랐다고 미안하다고 과거는 잊고 앞으로 잘 살자고 말씀하셨다. 아들은 아버지가 사과해서 감사하다고 앞으로 회복에 집중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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