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씩

아버지와 구급차를 타고 하염없이

by 웃자

산소호흡기를 교체했다. 그동안 거대한 주름관이 엄청나게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고용량 산소를 주입했다. 주름관은 병상 머리 위 고정판넬에 연결되어 있었다. 고정식이고 길이가 짧아서 아버지의 움직임을 극도로 제한했다. 경직된 자세로 누워있을 수 밖에 없었다. 누구라도 좀이 쑤시고 견디기 힘들 것 같았다. 아버지는 산소호흡기가 빠지지 않고 주름관이 꼬이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몸을 이리저리 조금씩 움직였다. 한밤에도 불편하고 고통스러워서 침상의 각도를 조절하라고 누워있는 자세를 바꾸어 달라고 말씀하셨다. 아들은 잠이 부족해서 하루종일 멍했다. 어느날 주치의가 회진하면서 산소포화도 수치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다음날 매끈하고 얇은 콧줄이 보글보글 조용한 소리를 내면서 저용량 산소를 주입했다. 아버지는 호흡이 편하다고 좋아하셨다. 초록색 산소통을 들고 외출할 날이 가까운 것 같았다. 그동안 숨쉬기를 의식조차 하지 않았는데 당연한 것이 아니구나 생각했다.

아버지는 입원한 후 처음으로 휠체어를 타고 병동 밖 풍경을 보셨다.

주렁주렁 달려있던 수액들이 하나씩 사라졌다. 진정제, 영양제, 항생제 순으로 사라졌고 대신에 알약이 늘어났다. 수액선들도 사라졌다. 그것들은 마치 넝쿨처럼 복잡하게 얽혀서 아버지를 병상에 옭아맸는데 이제는 병상에서 내려와서 이동식 변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마음이 조금씩 놓이는 것 같았다. 변이 두려워서 식사를 거부하셨다. 아들이 괜찮다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었다. 아직 회복하기 전에 이동식 변기를 사용하려고 시도하다가 새벽에 난리가 났었다. 정도로 청결하고 민감해서 수치심을 참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들이 아버지를 안아서 변기에 앉히고 용변이 끝나면 물티슈로 닦고 침대에 눕혔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예방 차원에서 속옷 대신에 기저귀를 착용했다. 육아 경험이 있어서 힘들지는 않았다. 다만 간이 변기가 여자용 샤워실에 비치되어 있어서 불편했다. 한밤에 변기를 가져오라고 말씀하시면 여자용 사워실 밖에서 사람이 있는지 눈치를 보다가 간이 변기를 얼른 가져왔다. 왜 남자용 샤워실에는 간이 변기가 없는지 궁금했다.

휴대용 산소호흡기

휠체어를 탔다. 간호사실 앞에 휠체어가 있었고 간호사실 옆에 산소통이 있었다. 환자는 많은데 휠체어는 부족했다. 예약제가 아니고 선착순이라서 조금 늦으면 휠체어를 사용하기 힘들었다. 아침 일찍 휠체어를 차지하기 위해서 눈치 싸움을 했다. 복도에서 휠체어 뒤에 산소통을 고정한 후에 병실에서 아버지를 안아서 휠체어에 앉혔다. 산소포화도 측정기는 아버지 무릎에 올렸고 소변줄은 휠체어 옆에 묶었다. 이불을 반쯤 덮고 복도를 한바퀴 돌았다. 창문 밖 풍경을 보면서 자신이 산송장이라고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구급차를 타고 하염없이 기다렸고 겨우 응급실에 들어갔다. 중환자실에서 생사의 기로에서 죽음으로부터 돌아왔으니까 산송장이 맞다고 아들이 말했다. 아버지는 빨리 퇴원하고 싶어서 마음이 급했다. 아들은 수액 대신에 알약을 복용하고, 기저귀 대신에 이동식 변기를 사용하고, 휠체어를 타는 작은 변화들이 기적이라고 앞으로 점점 좋아질 거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짜증을 냈고 부정적인 말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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