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퇴원을 간절히 원했다. 죽어도 상관없으니 집에 가겠다고 말씀하셨다. 아무도 병원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회복한 후에 퇴원하자고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섬망이 심할 때는 의료진과 보호자가 음모를 꾸며서 자신을 가둔다고 생각했다. 나중에는 공황장애 때문에 병원에 갇혀서 지내기가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산소호흡기 용량이 줄었고 수액들이 하나씩 사라졌다. 의사는 혼자서 앉았다 일어설 수 있으면 집에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아들이 부축하면 겨우 일어설 수 있었다. 아버지 몸상태로 병원 재활의학과에서 치료를 받기는 힘들었다. 병실에서 조금씩 운동을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회진 때마다 아버지는 퇴원을 요청했고 의사는 회복이 우선이라고 답변했다. 어느날 아버지는 영혼이 허깨비 같은 육신에 갇혀 있는 것 같다고 집에서 마음 편하게 회복에 집중한 후에 치료를 받겠다고 의사에게 말했다. 의사는 잠시 고민하다가 알약과 드레싱을 줄테니 일주일 후에 보자고 답변했다.
퇴원이 결정되고 집에서 필요한 물건을 정리했다. 산소호흡기는 간호사실에서 소개한 업체에서 가정용 1대와 휴대용 2대를 1개월 동안 대여했다. 보험이 적용되어서 가정용 1대와 휴대용 1대는 저렴하게 대여할 수 있었다. 혹시 장거리를 이동할 때 긴급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휴대용 1대를 추가로 대여했다. 퇴원 수속시 산소치료처방전과 산소치료급여 대상자 신청서를 발급해서 원본을 업체에 제출했다. 업체에서 집에 설치해 주기도 하는데 아버지는 구급차가 아니라 자차로 퇴원해서 병원에서 산소호흡기를 받았다. 휠체어와 산소농도측정기는 병원 지하에 있는 매장에서 구입했다. 대형매트, 뉴케어, 화장실 낙상 방지 손잡이, 일어서기 서포트 지팡이, 간이 소변통 등은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대형매트는 집에서 재활할 때 사용했고, 뉴케어는 입맛이 없을 때 식사 대용으로 드셨고, 화장실 낙상 방지 손잡이는 화장실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설치했고, 간이 소변통은 화장실까지 가기 힘들 때 안방 침대 옆에 두고 사용했다.
온가족이 아버지의 귀가를 도왔다. 어머니는 전날에 집에서 대청소를 하고 죽을 끓였다. 당일 아침에 아들은 병실을 정리하고 퇴원 수속을 밟았다. 쓸만한 것들은 대충 가방에 넣고 쓰레기는 오물실에 버렸다. 원무과에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데 대기인원이 백명을 넘었다. 삼사십분 기다려서 비용을 지불했는데 증명서류는 환자가 직접 오거나 대리인은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해야 발급할 수 있었다. 또다시 기다릴 생각에 막막했는데 다행히 원무과 직원이 환자를 데리고 자기한테 바로 오라고 말했다. 아버지를 모시고 내려가서 서류를 발급하고 지하주차장으로 갔다.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과연 퇴원이 옳은 결정인지 집에서 재활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회복할 때까지 입원해서 치료를 받자고 나중에 입원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입원할 수 없다고 퇴원 직전까지 설득했지만 아버지의 결심은 단호했다. 그렇게 아버지는 소원대로 집에 돌아왔다. 집에서 아버지는 온수에 샤워한 후 따뜻한 죽을 먹고 침대에 누웠다. 병원에 있을 때와 다르게 편안한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