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아버지와 구급차를 타고 하염없이

by 웃자

사망신고와 채무조회를 하고 한정승인을 했다. 아버지가 보험금 수령인을 지인으로 설정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아마도 아버지는 끝까지 모르지 않았을까. 추측하건데 지인이 판매했던 보험에 가입하면서 지인에게 알아서 하라고 말씀하셨을 것 같았다. 생전에 아버지는 항상 바쁘셨고 무거운 책임감 때문에 힘들었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다고 하더라도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텐데 안타까웠다. 며느리는 아버지가 해도해도 너무했다고 어머니가 불쌍하다고 울었다. 어머니가 하소연을 하셨다. 하소연은 한시간이 넘었고 두시간 가까이 계속되었다. 끝없는 비난과 저주는 아들이 참을 수 있는 지점을 넘었다. 어머니를 위로하고 아버지를 비난하다가 어머니에게 그만하라고 화를 내고 말았다. 어머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한동안 어머니와 서먹서먹하게 지냈는데 다행히 용서해 주셨다.

한동안 동생과 서먹서먹하게 지냈다. 생전에 아버지는 작은 공장을 운영했다. 열심히 일하면 먹고 사는데 문제는 없다고 가업을 이으라고 말씀하셨다. 동생이 먼저 아버지와 일년 정도 일했는데 퇴사하고 같이 일하자고 권유했다. 그런데 어느날 동생은 다른 일을 찾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와서 말을 바꾸면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나중에서야 아버지가 채무 때문에 명의를 지인 앞으로 이전했고 제대로 일을 가르쳐주지 않아서 확신이 없었다는 동생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들은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젊은 시절에 아버지는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부모와 형제를 위해서 열심히 살았다. 그렇게 무거운 어깨짐을 짊어진 자신에게 엄격했고 본인의 연장선상에서 처자식을 배려할 여유가 없었다. 당시에 어르신들이 대부분 그렇게 살았다고 생각하니 아버지를 원망하고 싶지 않았다.

장례를 치르면서 아버지를 보내드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후에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원망하는 마음이 다시 생겼다. 그래서 아버지 영정사진을 조수석에 모시고 바다를 구경하러 다녔다. 아버지는 바다를 좋아하셨다. 옛날에 해변에서 회를 사먹고 바다를 구경했던 기억이 났다. 곳곳에 아버지와 함께 보냈던 추억들이 남아있었다. 예전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 반가웠다. 풍경이 변했으면 추억 속에서 옛날 모습을 떠올렸다.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며 혼잣말로 아버지와 대화했다. 아버지는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셨다. 이제는 무거운 짐을 모두 내려놓고 편히 쉬시기를 기도했다. 아버지가 처자식에게 함부로 대했던 시간도 아들이 아버지를 원망했던 시간도 모두 지나갔다. 병수발을 들면서 마음에 쌓였던 응어리가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속마음을 말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전 17화소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