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톱니바퀴가 한번 바뀌다

- 지금은 성산중학교가 된 성산여중을 다녀오다

by 서서희


운명의 톱니바퀴가 한번 바뀌다

- 지금은 성산중학교가 된 성산여중을 다녀오다


글, 사진 서서희


초등학교부터 내가 다닌 학교를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학교 순례를 시작했다. 초등학교를 가보았을 때는 초등학교 모습은 거의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는데, 중학교는 달랐다. 학교 주변(합정역, 옛날 당인리 발전소가 있던 곳이라고 기억된다)은 많이 바뀌었지만 주택가 한가운데 자리 잡은 학교를 보니 옛 기억이 났다.

합정역에서 내려 한참을 물어물어 찾았다. 주민이 가르쳐 준 길을 따라 골목길로 들어서니 학교 후문이 먼저 보였다. 후문을 보니 아, 여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후문에 선생님이 서 계셨고(서 계셨는지, 등굣길에 만났는지?), 나는 늦지 않기 위해 많이 뛰었던 기억이 있다. 겨울이면 집에서 학교까지 꽤 걸었는데 그때는 무척 추웠다(교복이 치마에 검은 스타킹이니...) 여름이면 아침부터 하얀 교복에 땀이 배었던 기억도...

학교는 본관 건물 하나만 있던 것으로 기억된다. 운동장에서 체육대회를 하면서 단짝인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아무리 뒤져도 찾을 수 없었다. 졸업앨범만 겨우 찾았다. 앨범 속 친구들의 얼굴과 그 시절 내 얼굴을 보니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든다. 세 명이 단짝이었는데 한 친구는 지금도 소식을 주고받지만, 한 친구는 고등학교 시절 갑자기 연락이 끊기더니 소식을 알 수가 없다. 그때 집안 사정이 나빠져서 멀리 면목동으로 이사 간다고 했던 것 같다. 아, 보고 싶다... 숙희야...

선생님들 사진을 보니 기억나는 분들이 몇 분 계신다. 공부를 잘하지 못한 것 같은데 선생님들이 예뻐해 주셨다는 믿지 못할 기억이... 그중에서도 수학선생님을 좋아해서 수학에 흥미를 느꼈다 할까? 이때 재미를 붙인 수학 공부(수학선생님을 좋아하니 수학 공부가 재미있어지더라는 이야기)가 고등학교까지 이어져(고등학교 때도 수학선생님을 좋아해서...) 고2 때 문과에서 이과로 바꿀까 하는 고민까지 했었다. 수학은 찾는 과정이 복잡하지만 고생 끝에 정답을 찾으면 소리를 지를 정도로 기뻤기 때문에...

그리고 중학교 때부터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집안이 어려워서 책을 사 볼 수 없었는데, 학교 도서관에서는 마음대로 책을 빌려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중학교 때 <빨간 머리 앤> 전집 10권을 밤을 새우다시피 읽었던 기억이 있다.(내 기억을 믿지 못하겠다. 고등학교였나?) 보통 빨간 머리 앤을 한 권이라고 아는데, 앤이 커서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고, 이웃들 얘기까지 담겨있는 방대한 내용이라 10권이다. 지금 다시 보려고 찾아봤지만 지금은 10권으로 나온 책이 없는 것 같다. 그 외에도 연애소설을 포함해 정말 많은 책을 읽었다. 닥치는 대로...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뭔가 생각지도 못한 일로 운명이 바뀐 일(?)이 몇 번 있었다. 첫 번째가 중학교 졸업 때이다. 그때는 졸업할 때 인문계 고등학교를 가는지, 상업계 고등학교를 가는지 고입원서를 썼다. 고입원서를 쓰는 상담을 한다고 엄마가 학교에 오셨다. 엄마는 담임선생님께 상업계 원서를 써 달라고 하셨단다. 그때 제일 좋은 학교가 서울여상이었다. 담임선생님은 여상을 갈 거라고 생각지 않아 열심히 공부하란 얘기를 안 했다면서 서울여상 성적이 안 되니 청구여상을 쓰면 어떻겠느냐고 하셨단다. 그랬더니 서울여상을 가지 않으면 취직이 잘 되지 않으니 그냥 인문계 고등학교로 원서를 써 달라고 하셨단다. 그래서 그때 운명이 한번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서울여상 성적이 되어서 서울여상으로 진학했으면 지금 나는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해진다. 당인리 발전소, 서울여상, 청구여상... 지금은 말해도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그런 데가 있었느냐고... 당인리 발전소는 지금은 서울화력발전소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성산중학교(내가 다닐 때는 성산여중이었다)는 주택가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학생들과 주민들을 위해 여러 종류의 나무를 심고, 연못도 만들고, 앉아서 쉬는 탁자와 의자도 설치하고, 탁구대가 있는 다목적실도 만들고... 작은 것 하나하나 신경을 쓴 흔적이 보였다. 교장선생님의 생각이리라. 삼척 진주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 방송반을 운영하신 것처럼 성산중학교 교장선생님도 학생들을 사랑해서 여기저기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 모습이 보기 좋았다.

과거로의 여행은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 시절이 즐거웠다는 것을 의미하리라. 요즘같이 왕따나 학교폭력이 없던 시절이라 모두가 학교에 오면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고 공부를 잘하지 못하더라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더 즐거웠으리라.

오늘 몇십 년 만에 졸업앨범을 보면서 이 글을 정리하니 너무 행복하다. 다음 달에 갈 고등학교가 기다려진다.


성산중학교 후문(아침마다 이 길로 뛰어온 기억이 난다)
성산중학교 정문
졸업앨범 속 학교 전경
1975년 졸업앨범 속 학교 모습(이렇게 질서 정연할 수가? 놀랍다)
운동장에서 바라본 본관
예전에는 없던 별관(?)과 체육관
교문 옆 다목적실
교문을 들어서면 화단 앞에 에코스쿨이라고...
사색하기 좋은 장소...
교문 앞으로 가면 자그마한 연못까지..
교문 앞에 핀 복숭아꽃(?)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좋은 구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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