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에서 보고 느꼈다, 우리는 무늬만 저상버스라는 걸...
대만 저상버스를 보고 느꼈다, 우리는 무늬만 저상버스라는 걸...
- 대만에서 보고 느꼈다, 우리는 무늬만 저상버스라는 걸...
올해 7월 29일부터 아르코에서 문학창작실을 지원해 주어서 산본 공유오피스를 다니고 있다. 사는 곳은 인덕원 근처이고 공유오피스는 산본역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집에서 거리가 좀 있고 독립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작업을 하려면 노트북을 들고 다녀야 한다. 노트북과 책을 가방에 넣어 메고 다녔더니 허리에 무리가 가는 것 같았다. 작업을 할 때도 일반 책상 높이에 노트북을 놓고 작업을 하니 이른바 거북목 증후군이 나타났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가 보았더니 노트북 거치대를 쓰는 것 같아 작은 노트북 거치대를 마련했다. 그런데 별생각 없이 싼 걸 샀더니, 싼 게 비지떡이라고 노트북 무게를 견디지 못해 노트북이 뒤로 넘어갔다. 넘어가는 노트북을 뒤에서는 지탱해 줄 게 없고 노트북 거치대를 또 사기도 애매해서 받침으로 쓸 두꺼운 책을 가져와 올려놓고 쓰고 있다. 노트북을 올려놓으니 키보드가 따로 있어야 하고 많은 사람이 쓰는 공간이다 보니 키보드 소리가 나지 않게 덮개도 있어야 했다. 여기에 읽을 책도 수시로 몇 권씩 챙기고 점심 도시락도 싸서 가져와야 한다.(시간도 절약하고 돈도 절약하고 건강도 챙기고 다이어트도 하기 위해 냄새나지 않는 고구마나 호박, 그리고 야채와 단백질 위주의 점심 도시락)
모든 걸 배낭에 넣어 다녔다. 그런데 배낭에 지고 다니기에는 너무 무거워 시장바구니로 쓰는 캐리어에 담아 다녔다. 문학창작실을 다니는데 시장바구니를 갖고 다니는 게 좀 초라해 보여 작은 여행용 캐리어를 하나 샀다. 네 바퀴가 있어서 가지고 다니는데 어려움은 없지만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들어야 하니 가방이 무거운 날은 조금 힘이 들었다. 그래서 계단이 있는 버스보다는 조금 기다리더라도 저상버스를 많이 이용하게 되었다. 저상버스는 계단이 없어 캐리어를 들고 한 계단만 오르면 되기에 힘들다 생각하지 않고 두 달을 다녔다.
이번에 3박 4일 대만 탐조를 다녀오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대만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공항에서 시내 호텔까지 거리가 좀 멀었다. 호텔까지 가기 위해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서 호텔로 갔다. 다음날도 버스를 타고 동물원, 식물원, 공원을 다녔다. 우리나라보다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시내를 많이 다니는 걸 보았고 혼자서도 별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휠체어가 서 있으면 운전하시는 분이 알아서 버스를 오른쪽으로 내린다. 그러면 휠체어를 그냥 밀고 타는 것을 보았다.(뒤에서 밀어주는 사람이 있는 경우) 운전수가 내릴 필요도 없었고 이렇게 해 달라고 할 필요도 없이 그냥 자연스럽게 다녔다. 그때까지도 저상버스는 휠체어를 탈 때만 버스문이 내려오는 줄 알았다.
마지막날 공항을 가기 위해 캐리어를 들고 버스를 타는데 저상버스 문이 인도로 내려오는 것이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캐리어를 들고 탔다. 그런데 타고나서 생각하니 캐리어를 들지 말고 끌라는 의미였다. 그래서 내릴 때는 들지 않고 끌고 내렸다. 여행 마지막 날은 선물용으로 자잘한 걸 사서 넣다 보니 가방이 무거웠기 때문에 운전수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져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저상버스는 대만과 다른가?' '운전자가 버튼 하나만 누르면 휠체어든 캐리어든 편안하게 오르내릴 수 있는 장치가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만에서는 저상버스가 인도에 있는 손님 가까이 버스를 정지시켰다. 그리고 손님에게 필요하다 싶으면 버튼을 눌렀다. 버스 오른쪽이 내려가고 그러면 인도와의 사이가 우리나라에서 전철을 내릴 때의 간격 정도가 벌어지기에 휠체어도 캐리어도 오르내리는데 문제가 없었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저상버스에 휠체어를 탄 사람이 오르내리는 걸 본 적이 없다. 막연히 운전수가 내려서 휠체어를 도와줘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지, 휠체어를 싣기 위해 기계가 내려온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나는 정상인이라 무거운 짐을 들고 버스 계단을 오르내리는 정도는 너끈히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리 아픈 노인분들이나 휠체어를 탄 사람들은 그런 문제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분들에게 조금만 신경 쓰면 훨씬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나도 그런 대접을 받고 싶은데 내가 그 정도 마음이면 나보다 더 다니기 힘든 사람은 어떤 생각이 들까? 한동안 지하철에서 시위하는 장애인 분들이 있었다. 그때는 그분들에게 어느 정도로 절실한 문제였는지는 실감하지 못했다. 이번에야 그 차이를 알게 되었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고 실천하면 그분들이 편해질 수 있다는 걸...
무늬만 저상버스인 버스는 모두에게 의미가 없다. 실제로 문턱을 낮춰 모두를 편하게 할 저상버스가 필요하다 버스에 그런 장치가 안 되어 있다면 그런 장치가 있는 버스를 만들어야 하고, 그런 장치가 있다면 불편한 사람들을 세심하게 살피는 운전자의 배려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버스를 저상으로 만들어주는 저상버스를 운행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