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좋아하는 스타일에 대해 질문을 받았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늘어놓다가 사실 잘 모르겠다고 끝맺었다. 어릴 때는 이상형이라는 게 확고했지만, 이제는 그런 게 없다. 어떤 사람에게는 내가 싫어하는 점이 있어도 용서가 되고, 어떤 사람은 좋아하는 점을 갖고 있어도 좋아지지 않는다.
연애 스타일도 마찬가지로 사람 나름이다. 내게 정확히 뭐가 맞는다고 딱 부러지게 말하기 어렵다. 그저 내 앞의 사람이 궁금하다. 다 새로 배워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의 삶은 너무 달라서 늘 배울 게 있고 흥미롭다. 그래서 가족이나 오래 만난 친구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게 재밌다. 서로에게 배우기도 하고, 때때로 함께 부딪히며 같이 깨닫기도 한다.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는다고 해서 그 사람을 다 알 수는 없다. 사람의 속은 끝도 없이 드넓고 심지어 그의 삶은 계속해서 변화한다. 몰라서 새롭고 변화해서 새롭다. 무언가를, 누군가를, 계속해서 알려고 할 때 우리의 경계는 더 넓어지고 관계는 견고해진다.
지난번에 친구가 그랬다. 어릴 때와 달리 무얼 좋아한다고 딱 집어서 이야기 못하겠다고, 그래서 나 자신을 잘 모르는 건가 요즘 계속해서 고민했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답을 건넸다. 복잡한 길 사이에서 선택하고 판단하며, 그것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너 자신에게 적용할 줄 알며, 심지어 리스크를 감수하고 실행하고 책임까지 진다면, 그게 자신을 잘 아는 게 아니고 무엇이겠냐고.
한 단어로 좁히기엔 삶도 나도 너무 다양하고 복잡하다. 세계가 좁았던 어린 시절과 다르게 한 가지를 좋아한다고 쉽게 말할 수 없는 건 어쩌면 더 다양한 나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OO를 좋아하는 나를 발견하고, 그 이름표를 내게 붙이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다른 것을 좋아하는 나를 더 찾아보고 멀리까지 다 둘러본 뒤에 최대한 다양한 이름표를 가졌으면 좋겠다. 우리는 어떤 누구라도 동시에 될 수 있다.
아직 몰라서 가지는 호기심과 아는데도 다른 것을 더 발견해보려는 호기심은 다르다. 처음의 호기심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그걸 넘어 후자의 호기심을 유지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적당히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알고 나면 더 알기를 포기하고 덮어두므로. 그게 어른의 삶이라고 생각하므로.
계속해서 궁금해하는 건 노력이 수반되기에 조금 피곤한 일이지만, 한편으로 매우 짜릿하고 기쁜 일이기도 하다. 전자가 타인도 아는, 어제까지의 세계를 학습하는 일이라면, 후자는 소수만 아는, 혹은 나만 아는 디테일을 발견해내며 나의 세계를 넓히는 일이다. 그것이 삶이든 일이든 관계든.
나는 내 일에서도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다. 지속하고 있는 일에도 수시로 의문이 드는데, 계속해서 처음 보는 일이 눈 앞에 등장한다. 모르는 것 앞에선 늘 겁이 나고 마음이 쪼그라든다. 안락하고 따뜻한 이불속에 숨고 싶은 기분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나씩 알아가며 내가 발견한 디테일로 구성된 세계를 조금씩 넓혀 가면, 내가 안락할 수 있는 범위도 점점 넓어질 테다.
그래서 계속해서 궁금하고 싶다. 내일의 일도, 주말의 마감도, 이달에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해야 할 원고도, 벌려 놓은 일들의 결말도, 내일의 날씨와 주말의 날씨도, 꽃이 피는 시기와 다음 계절의 온도도, 그리고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당신은 물론, 지금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난 당신도.
모든 건 산 넘어 산이고 매번 두렵지만, 부딪혀 배우면 괜찮을 거라고 믿는다. 새로운 것과의 마찰보다 더 두려운 건 더 이상 궁금해지지 않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