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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건 Jan 02. 2024

[오늘의 밥상 #3] 닭한마리

닭한마리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

이 이야기는 새해가 밝기 전, 그러니까 2023년 12월 30일의 이야기다.


몇 주 전, 남양주에 사는 친구가 나에게 본인 동네에 있는 ‘닭한마리’ 맛집을 극찬하며 한 번 놀러 와 맛보라고 제안했다. 마침 연말 스케줄이 비어 있던 나는 “그러면 내가 연말에 한 번 찾아가마”라고 말하며 당당하게 제안에 응했다.


그리고 몇 주 뒤인 12월 30일,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침부터 서울 및 경기도에 많은 눈이 날리기 시작했다. 창밖으로 흩날리는 눈발을 보며 나는 빠르게 ‘차를 가지고 가는 것은 무리다’라고 판단했고 지하철을 타고 약 2시간가량 걸리는 남양주 친구네 동네로 향했다.


그렇게 저녁 6시에 출발해 7시 50분에 도착한 친구네 동네는 생각보다 길바닥 상황이 좋지 않았다. 질척 질척한 눈길을 종종걸음으로 약 20분에 걸쳐 횡단했다. 중간에는 친구가 포장 예약을 해 둔 닭한마리를 픽업하기도 했다. 춥고 힘들어 육두문자가 조금 나올 뻔했지만 간신히 참아냈다.


그렇게 친구네 집에서 맞이한 닭한마리. 나는 사실 닭한마리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이전에 맛보았던 닭한마리들은 백숙보다는 국물이 진하지 않은 것 같고, 그렇다고 엄청나게 건더기가 푸짐하다고 느끼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나의 편견일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닭한마리는 달랐다. 깔끔하면서도 뜨끈하면서도 진한 국물, 그리고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닭고기가 나의 지친 몸을 녹여주었다. 국물에서 푹 익은 감자와 사장님이 서울의 어느 떡집에서 매일 수령해 오신다는 쫄깃한 떡사리도 일품이었다.


모든 것은 전환점을 맞이할 때가 있다. 2023년 12월 30일의 닭한마리는, (다음에 먹으면 비록 그 맛이 안 날지라도) 내 생에 정말 잊지 못할 닭한마리가 되었다. 앞으로는 눈 오는 날이면 닭한마리가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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