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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때알 May 01. 2022

힘 좀 빼!

5월은 이렇게


이틀 내 무섭게 쏟아부은 비에

봄도 멋쩍은 걸까.


계절의 여왕을 맞을

준비가 안 된 게 미안했는지

아침부터 눈부신 파란 하늘이다.


뚝 떨어진 공기는 좀처럼 오르지 않고

세탁해서 정리했던 겉옷을 주섬주섬 꺼내 입는다.


‘봄이 뭐 이래!’


앗차차!

뾰로통한 입을 여왕님에게 들켜버렸다!


봄이 바로 반격에 나선다.


“어디 봄 맛 좀 봐라!”


그늘 없는 봄 길을 십여 분 걸으니

금세 옷이 거추장스럽다.


그래,
가끔 흔들려 보이지만
봄은 사실
온 힘을 다해 중심잡기를 하고 있어!


결국 시원한 커피를 손에 들고 그늘로 숨어 들어간다.





서늘한 벤치에 앉아

벌컥벌컥 차가운 것을 몸에 들이붓는데

소리 하나가 가까워진다.


‘텅그닥 텅그닥 텅그닥’


귀를 쫑긋 세우고 소리에 집중한다.


나무 그늘은 어느새 작은 객석이 되고

자전거를 끈 백발의 할아버지가

무대에 등장한다.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바람 빠진 자전거를 끌고

대사 한 마디 없이 지나간다.


안장에 칭칭 감긴 올이 다 풀린 노끈도,

모자 사이로 삐져나온 새하얀 머리카락도,

못되게 장난치는 바람에 노여워하지 않고

하늘하늘 나비처럼 춤을 춘다.


삐그덕거리는 두 몸뚱이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바삐 지나가는 사람들,


“저기 저기요,

봄은 이들처럼요.

5월은 이렇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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