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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자별 Sep 17. 2023

두고 온 발리와 다가오는 한국 사이에서(1)

발리에서 6개월이란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을 마무리하는 글을 써볼까, 싶었지만 딱히 그런 마음이 올라오지 않았다. 비행기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내가 무엇을 배웠고, 느꼈는지를 적어 내려갔다. 그리고 자연을 가까이 하겠노라 다짐했다. 한국에 가서도 자연을 누리겠다고.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정신이 없었다. 모든 것이 편리하고, 빨랐다. 사람들은 똑부러졌지만 화가 나 있는 것 같았다. 어찌저찌 집까지 온 나는 매우 지쳤다. 짐이 무겁기도 했지만 공항을 지나, 서울을 지나, 분당까지 오는 길에 에너지가 다 소진되었다. 너무도 그리웠던 아름쌤 요가를 가야지!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그렇게 아파버렸다.


며칠이 지나도 몸은 회복되지 않았다. 그래도 친구들을 만나고, 기존의 일을 진행하고, 심지어 마케팅회사 면접도 봤다. 합격까지 해버려서 '서울에서 다시 살아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을 하기도 했다. 몸이 계속 신호를 보냈지만 듣지 않았다.


'이정도 쉬었으면, 이정도 잤으니 이제 움직여야지? 여긴 한국이잖아. 할 일이 많아!'


나는 무엇에 쫒기기라도 하듯 하루에 몇 가지 일을 소화하려고 했다. 머리는 바쁘게 돌아갔다. 새로운 시작, 새로운 계획, 내 앞에 놓인 기회들을 재고 따지며 저울질을 했다. 하루종일. 물론, 정리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한국을 비워둔 시간만큼이나 밀린 일들이 있었다.


7년 사귄 남자친구와의 이별도 그 중 하나였다. 우리는 같이 살고 있었기에 짐을 정리해줘야 했다. 이미 내 물건은 대부분 빠져 있었지만. 비워진 공간은 익숙한듯 낯설었다. 괜찮은줄 알았는데, 눈 앞에서 보니 아니었다. 나는 한 번 더 이별을 경험하고 있었다. 달라진 '우리집'은 아무 말 없이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작정이라도 한듯 전라도 광주로 내려갔다. 뭐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떠나야 하다는 것은 알았다. 집이 없어진걸까, 내가 집을 떠나온걸까 ,아니면 새로운 집이 나에게 찾아온걸까. 복잡한 상황도, 도시도, 마음도 다 비워두고 그저 나를 반겨주는 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밤 11시가 넘어 도착한 나에게 바테님은 무엇을 제일 하고 싶느냐고 물었다. 


나는 요가가 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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