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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 May 28. 2024

숨고 싶지만 민달팽이가 된 것 같은 날

그런 날이 있다.
연락을 전혀 하고 싶지 않은 날,
나를 세상에서 떨어뜨리고 싶은 날.

주말이 되면 그런 날이 나에게 온다.
특히 인스타를 하고 싶지가 않다.
한 번 들어가고 나오기 쉽지 않으니.
카톡도 하지 않는다.

'해야 하는' 일도 놓는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
시간의 개념이 사라진다.

그게 두려울 때가 있다.
외로울 때도 있다.
그래서 무언가로 막 꽉꽉 채우고
모른 척하고 지나갈 때도 많다.

죄책감이 올라온다.
내가 하지 않은 많은 것들에 대해,
시간과 공간을 없애는 것에 대해,
그러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게 나를 무겁게 하면서
동시에 나를 자유롭게 한다.
나는 잘 쉬고 싶다.
나는 잘 놀고 싶다.
나는 나로 있고 싶다.

그러면 만난다.
내가 쌓아두었던 나의 이야기를.
슬픔이 있다. 답답함이 있다.
그리움이, 공허함이, 귀찮음이,
즐거움이, 기대가감이 있다.

내가 죽는다면 무엇을 가장 후회할까?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할까?
나는 무엇이 가장 아쉬울까?
무엇을 놓고, 무엇을 잡을까?

나의 죽음은 정해져 있다.
죽음은 사실이다.
그 과정을 어떻게 축제로 만들까?

글을 쓰고 싶지만 글을 쓰기가 힘든
그런 날들을 지나고 있다.
역할자로서는 잘 나타나지만
무언가가 비었다. 뭐가 빠졌다.
'이게 아닌데'
그게 무엇일까?

몸을 밀어붙인다.
요가수련의 강도를 올린다.
고통 속에서 평온할 수 있음을
몸을 통해 배운다. 다시 기억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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