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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파랑 8시간전

사랑과 미련, 관계에 드리운 그림자




사랑과 미련, 관계에 드리운 그림자


사랑이란 두 사람이 함께 빚어낸 아름다운 그림이라면, 미련은 그림에 남은 지워지지 않는 흔적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를 사랑했던 기억은 추억으로 남아 따스하게 우리를 감싸지만, 미련은 그 추억에 머물러 발목을 붙잡는 감정으로 다가옵니다. 미련이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는 것은, 우리가 더 나은 사랑을 위해 나아가는 데 중요한 단초가 됩니다.


심리학적으로 미련은 미완의 감정에서 비롯됩니다. 상대방과의 관계가 끝났지만, 끝이 불완전하다고 느낄 때, 우리는 여전히 마음속에서 관계를 이어가려 합니다. 이는 ‘감정적 자원 투자(Escalation of Commitment)’로 설명됩니다. 이미 많은 시간을 투자한 관계를 포기하는 것이 어려워, 끝난 관계를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미련을 품게 됩니다.


하지만 미련이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끝난 관계에 대한 집착은 새로운 관계의 시작을 방해하며, 상대방에 대한 불필요한 기대와 아픔을 지속시킵니다. 특히, 미련은 현재의 현실을 왜곡하여 과거를 이상화하게 만듭니다. 떠난 사람의 장점만을 기억하고 단점은 잊어버리며, 우리가 놓아야 할 이유를 스스로 지우는 것입니다.


미련은 관계를 되살리려는 시도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메시지를 보낼까 말까 망설이는 밤, 상대방의 SNS를 몰래 들여다보는 행동, 그리고 우연히라도 마주치고 싶어 일부러 주변을 맴도는 순간들. 이러한 행동들은 상대를 붙잡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관계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습니다. 미련은 개인의 감정일 뿐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무거운 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미련은 자신에게도 큰 상처를 남깁니다. 관계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과거를 곱씹는 행위는 스스로를 갉아먹는 과정과도 같습니다. 이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를 차단하고, 자신을 더 깊은 고독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


미련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하지만 이 감정이 삶을 지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를 직면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 과정을 ‘감정의 재해석(Emotional Reappraisal)’이라고 부릅니다. 즉, 미련을 집착으로 여기지 않고, 그 관계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었는지, 무엇을 배울 수 있었는지를 성찰하는 것입니다.


미련을 극복한다는 것은 과거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무게에서 벗어나 현재를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사랑이 남긴 흔적을 인정하되, 그것이 더 이상 지배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사랑은 떠나보내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미련을 완전히 버리기는 어렵겠지만, 그것이 현재의 나를 묶어두지 않도록 할 수는 있습니다. 과거를 사랑했기에 오늘의 내가 있고, 미련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을 통해 더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습니다.


미련은 사랑의 끝자락에 남은 작은 그림자와 같습니다. 그 그림자를 쫓아다니는 대신, 이제는 새로운 빛을 향해 걸어가야 할 시간입니다. 과거의 사랑이 우리의 일부로 남더라도, 더 넓고 밝은 세상에서 또 다른 사랑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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