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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파랑 Dec 19. 2024

친구




친구


좋은 친구는 보석과도 같습니다.

자주 꺼내어 닦아야 그 빛을 발하죠. 우리는 종종 친구가 겪고 있는 깊은 고민을 잘 모를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속마음을 알게 된다면, 그저 말로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정에도 '업데이트'가 필요합니다. 오늘 친구에게 무엇이 고민인지 물어보세요. 나의 고민도 함께 나누며 마음을 터놓고 상의해 보세요. 우정은 그렇게 자라나고 더 단단해집니다.




프랑스 화가 밀레의 그림은 마치 시처럼 아름다웠지만, 당시의 화풍과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그림이 팔리지 않았고, 그는 생활고에 시달리며 힘겨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부인과 어린 자식들이 배고픔과 추위에 떨고 있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으니, 그 일상은 참으로 괴로웠지요.


어느 날, 친구 루소가 밀레를 찾아왔습니다. 밀레의 화실은 두꺼운 외투를 입고 있어도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추웠습니다. 루소는 이미 성공한 유명한 프랑스 풍경화가로, 그의 삶은 밀레와는 달랐습니다.


루소가 말했습니다.

“좋은 소식이 있어. 자네 그림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네. 그림을 고르라고 돈까지 미리 보냈다네.”


밀레는 얼마 전 완성한 <접목하는 농부>라는 그림을 선택했습니다. 그 돈으로 그는 물감과 음식을 살 수 있었지요. 몇 년이 지나 밀레가 성공한 후, 그는 루소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그곳 거실에, 그가 팔았던 그림이 걸려 있었습니다.


친구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루소는 자신의 돈으로 밀레의 그림을 사들이고, 거짓말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밀레는 루소의 따뜻한 마음을 떠올리며 그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논어>에서는 이익이 되는 친구를 이렇게 말합니다. 거짓이 없고, 보고 들은 것이 많은 친구가 그 예이지요. 반면, 손해가 되는 친구로는 말만 많고 아부하는 친구, 겉으론 부드럽지만 성의가 없는 친구, 마음이 삐뚤어진 친구를 꼽습니다.


친구의 진심 어린 충고만큼 값진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그 충고를 통해 인생에서 저지를 수 있는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친구와의 나눔은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듭니다.




프랑스 화가 모네는 쉰 살이 넘어 그린 <수련> 연작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주위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 생활하곤 했습니다. 반면, 부모로부터 넉넉한 재산을 물려받은 동료 화가 에두아르 마네는 가난한 후배 화가인 모네를 위해 생활비를 지원했습니다. 마네가 그린 <아르장퇴유 배 위에서 그리는 모네>라는 그림에도 후배를 아끼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지요.


모네는 나중에 성공한 후, 마네의 우정에 보답했습니다. 마네의 그림 <올랭피아>가 미국인에게 팔리자, 그 그림을 되찾기 위한 운동을 벌인 것입니다. 이는 친구를 향한 깊은 우정과 감사의 표시였지요.




미국 시인 랠프 에머슨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친구를 얻는 유일한 방법은 먼저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도시에서 온 소년이 호수에 빠졌습니다. 마을에 살던 한 소년이 옷을 벗어던지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그를 구했습니다. 그가 구한 아이는 다름 아닌 귀족의 아들이었습니다.


10년의 세월이 흐른 뒤, 귀족 아들은 그날의 장소를 다시 찾아가 마을 소년을 만나고 싶어 했습니다. 마을 소년의 꿈은 의사가 되는 것이었지만, 가난 때문에 대학에 갈 수 없었습니다. 귀족 아들은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했고, 덕분에 마을 소년은 의과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이 마을 소년이 바로 포도당구균을 연구해 페니실린을 만들어 낸 영국의 미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입니다. 그리고 귀족 아들은 후에 영국의 정치인이 된 윈스턴 처칠이었죠.


1940년, 처칠은 전쟁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중동을 방문하던 중 폐렴에 걸렸습니다. 당시 폐렴은 생명을 위협하는 병이었지요. 그때 플레밍의 페니실린은 동물 실험을 마친 단계에 불과한 미완성의 약이었습니다. 처칠을 살리기 위해 고심하던 끝에, 실험 중인 페니실린을 사용하기로 결정했고, 처칠도 자신이 실험 대상이 되는 것에 동의했습니다. 다행히 페니실린은 탁월한 효과를 보였고, 처칠의 폐렴은 완치되었습니다.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는 소설 <레미제라블>을 수십 년 동안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습니다. 마침내 원고를 출판사에 넘겼지만, 독자들의 반응이 몹시 걱정되었지요.


그는 출판사 사장에게 짧은 편지를 보냈습니다. 편지에는 단 하나의 물음표만 있었습니다.

“?”


위고의 친구이자 출판사 사장은 곧 답장을 보냈습니다. 답장 역시 단 하나의 느낌표만 있었습니다.

“!”


위고는 “내 작품이 어때?”라고 물었고, 친구는 “아주 좋아!”라고 답한 것이지요. 오랜 세월 공감과 신뢰를 쌓아온 친구였기에, 그들은 문장부호 하나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정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친구가 나를 알아줄 때, 인생의 기쁨은 두 배가 되는 법입니다.


미국 정치인 벤저민 프랭클린도 친구의 가치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보물입니다. 형제는 위안이지요. 친구는 보물이면서, 위안입니다.”


그리스 희곡작가 메난드로스 역시 말했습니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습니다.”




프란츠와 알베르트는 오랜 친구였습니다. 둘 다 화가가 되기를 꿈꾸었지만, 가난 때문에 그림 공부를 할 형편이 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프란츠가 알베르트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한 사람이 공부를 마칠 동안, 다른 한 사람은 일을 하며 학비를 대주자는 것이었지요.


알베르트는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먼저 프란츠가 일을 하며 알베르트의 그림 공부를 도왔습니다. 몇 년 후, 알베르트는 실력을 인정받는 화가가 되었습니다.


이제 프란츠가 공부할 차례였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힘든 일로 세월을 보내며 그의 손은 너무나 거칠어져,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알베르트 뒤러의 유명한 작품 <기도하는 손>은 바로 그 친구 프란츠의 손을 그린 것입니다. 프란츠가 자신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던 그 손을 기억하며, 알베르트는 이 작품을 남겼지요. 비록 두 친구의 길은 달랐지만, 서로를 향한 깊은 우정과 헌신은 변함없었습니다. 친구란 내 슬픔을 함께 짊어지고 가는 사람입니다.


스페인 격언에도 이런 말이 있습니다.

“좋을 때 초대해야만 오는 사람이 아닌, 어려울 때 부르지 않아도 찾아오는 사람이 참된 벗이다.”




아무리 좋은 향수도 병 속에만 머물러 있다면 그 가치를 발하지 못합니다. 마개를 열고 뿌려야 비로소 향기가 퍼져 나가듯,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도 표현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진정으로 전해집니다.


플라시도 도밍고와 호세 카레라스는 오랜 라이벌이자 앙숙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카레라스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에 걸려 투병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막대한 치료비로 인해 그는 모든 재산을 잃고 말았지요.


그때, 마드리드에 있는 에르모사 재단이 운영하는 백혈병 전문병원에서 카레라스는 무료로 치료를 받으며 극적으로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다시금 꿈꾸던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죠.


건강을 되찾은 카레라스는 감사의 마음으로 에르모사 재단의 후원회원으로 등록했습니다. 그러나 재단의 정관을 읽던 중, 그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재단의 설립자가 다름 아닌 도밍고였던 것입니다. 도밍고는 카레라스의 자존심을 다치지 않게 하려고, 익명으로 재단을 운영해 온 것이었지요.


카레라스는 도밍고의 공연장을 찾아가, 공연이 한창인 무대에서 무릎을 꿇고 관객들 앞에서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도밍고는 아무 말 없이 그를 껴안았습니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은 더 이상 적이 아닌 좋은 친구이자 경쟁자로서 함께 멋진 공연을 펼쳐 나갔습니다.


어느 날, 기자가 도밍고에게 에르모사 재단을 설립한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습니다.

"카레라스의 목소리를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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