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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Mar 07. 2024

두 아이의 사뭇 다른 입학식 풍경

이제는 적응해야 할 때

두근두근 떨리는 날이 왔습니다.

한 아이에겐(작은 아이) 그토록 기다렸던 날이지만 다른 한 아이(큰 아이)에겐 오지 않았으면 좋겠을 그 날이 말이지요.

두 아이의 너무 다른 성향 답게 입학을 준비하는 마음가짐도 극과 극입니다.


부모에겐 같은 날 두 아이의 입학식이 있다는 건 누군가 한 명(보통은 첫째)의 입학식을 포기해야 한다는 이야기와 동일시되는데요. 신기하게도 두 아이의 입학식 시간이 전혀 겹치지 않더라구요. 오호~

오전엔 작은 아이, 오후에는 큰 아이의 입학식이니,  라떼와 전혀 다른 학교 내부 모습 만큼이나 생경하기만 합니다.


요즘엔 중학생 입학식에 학부모는 안간다던데 어찌해야 좋을지 부모는 마음을 정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큰 아이는 왔으면 하는 눈치인 것 같아, 일단 에미 혼자만이라도 가보기로 했지요.


1. 초등학교 입학식(오전)

작은 아이 졸업식 때 만들어둔 조화 꽃다발을 가져가야 하나 망설였는데, 가는 부모님들 손에 작은 꽃다발들이 들려있기에 갈팡질팡하다가 가져가보기로 합니다.


작은 아이는 설레서 한 시간 전부터 빨리 가자며 채근합니다.

채근당하는 부모는 일찍 가봐야 선생님들이 준비하느라 바쁜 모습이 눈에 그려져 난감한데, 아이는 그저 빨리 가고 싶은 마음 뿐인가봅니다. 허 참...


시작 시간 30분을 남겨놓고, 아침공부중인 형아를 집에 두고 오롯이 엄마,아빠를 독차지 하며 학교로 걸어가는 내내, 작은 아이는 양 손에 엄마아빠 손을 잡고 신이 납니다.


다행히 시골에 유학 갔다 서울 와서 어린이집 1년을 동네에서 다니다보니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도 눈에 띕니다. 워낙 반 아이들 대부분이 순한 편이기도 하고, 두루두루 원만하게 지내다보니 여기저기서 아이를 부르며 반가워하기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며 긴장을 풀 수 있었습니다. 1시간 여, 입학식 진행 내내 밝은 얼굴로 애국가도 '목청 높여 크게' 부르고, 교장선생님 질문에 크게 대답도 하며 즐겁게 입학식을 마무리합니다. 입학식이 끝나고, 여기저기 다니며 친구들과 사진도 찍는 동안에도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는 작은 아이를 보면서 저희 부부도 절로 즐거워집니다.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내일을 기약하며 집으로 돌아왔지요. 


아이가 학교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아 부모도 안심이 됩니다.


2. 중학교 입학식(오후)

큰 아이는 입학식 30분 전 먼저 등교해야 해서 먼저 보내놓고 보니, 참석하는 게 맞는지, 참석한다해도 우르르 가족 다 가는 게 맞는지 망설여집니다.

중학교 입학식은 굳이 안가도 된다는 라떼 시절을 주장하는 남편님과, 입학식으로 내심 긴장했을 작은 아이를 남겨두고 엄마 혼자 입학식에 참석하기로 합니다.


공사중인 학교에 인적이 없어 돌아갈까 하는데 저 아래 입구가 하나 더 있네요. 당연하다는 듯 들어가는 학부모가 몇 있기에 용기를 내어 들어가봅니다.


강당이 공사중이라 각 교실에서 방송으로만 진행되는 조촐한 입학식.

각 교실에서 하다보니 부모는 거의 안 왔을거라고 예상했는데요. 웬걸요. 각 반 앞 복도에는 부모님들로 북새통입니다. 교실 입실도 안되는 입학식에 이게 웬일인가 싶으면서도 얼른 아이 반을 찾아 복도 한 구석에 서서 아이를 바라봅니다.


아직 식이 시작되기 전이라 적막한 교실.

아이도 선생님도 아무 말도 없이 기다리는 어색한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입학식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이대로 복도에 계속 서있어야 하나 싶었는데 다행히 한 선생님이 오셔서 교실로 들어가시라고 외쳐주시네요.

이렇게 많은 학부모가 올 거라고 예상 못하셨던 것 같기도 하구요.

입학식 내내 조용한 교실.

초등학교 입학식을 다녀와서 그런지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에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만, 이게 평범한 중학교의 모습이겠거니 싶기도 합니다.

침묵 속에 입학식이 끝나고 교과서를 받고 나니 체육복을 사기 위해 몰려든 아이와 학부모로 기나긴 줄이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40분도 훌쩍 넘게 기다린 끝에야 체육복 두벌을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아이는 학교 가기 싫다, 교복이 불편하다. 블라블라~하며 투덜투덜이네요.

(하아....아들아. 불편하고 싫다고 안 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에미 앞에서 싫은티 팍팍 내믄 니 맴은 편터나?!잉?!)


작은 아이에게 듬뿍 받은 해피바이러스가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어 그나마 다행이었어요. 휴우...

사춘기 아이 엄마의 길은 참으로 멀고 먼가봅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뿐이니, 하아....


하루동안 무한 긍정의 작은 아이 세계와 무한 부정의 큰 아이 세계를 왔다갔다하다보니, 에미 마음도 사춘기 소년들 마음마냥 변화무쌍하게 온냉탕 사우나까지 하고 온 느낌입니다.


기진맥진, 앞으로 한 달. 늘 가는 회사 가기만 하면 되는 아빠와 달리, 입학해서 새 환경에 직면한 두 아이도, 그런 두 아이의 감정을 오롯이 느끼며 때론 달래고, 때론 공감해주어야 할 에미도 적응의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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