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llo Earth Mar 07. 2024

내가 엄마들 모임에 안 가는 이유

바야흐로 엄마들 모임 전성시대가 다시 도래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는 아이를 둔 엄마들은

조만간 걱정 반 설렘 반으로 학부모 총회에 참석하겠지요.


3월은 아이도 엄마도(육아빠 포함) 적응하느라 바쁜 시간입니다. 특히 비교적 자유로운 보육 기관에서 엄격한 규칙이 적용되는 교육기관으로 첫 발걸음을 내딛는 아이를 둔 엄마라면, 이런저런 정보를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기도 하지요.


유튜브에서 입학 관련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고, 아는 엄마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이런저런 정보들을 교환하기도 합니다.


첫째 때는(벌써 6년도 지난 얘기니 라~~~떼는 시전인가요??) 하교 시간이면, 첫 돌도 채 안된 작은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학교 정문을 서성이곤 했습니다. 누군가 말을 걸어주기 바라면서요. 그리고 3월이 채 지나지 않아, 엄마들을 통해 큰 애의 친구들을 만들어줄 수 있었죠.


성향이 아니라, 그냥 같은 반 친구면 일단 같이 놀자 하고 다가간 겁니다. 어찌되었든 같은 반이니 1년 동안 같이 지낼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아이의 성향이 내성적이라 친구들과 깊이 사귀질 못하는 게 내심 걱정이었던 첫째 엄마라 당연히 친구는 엄마들과 가까이 지내다보면 아이들도 서로 가까워지겠거니 한 것이었죠. 하지만, 엄마들끼리 카페를 가서 커피를 마시는 자리가 늘어나고, 서로 친해지면서 둘째가 있는 저는 조금씩 소외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하죠. 어리디어린 둘째를 케어해야 하니, 커피숍에서 엄마들과 대화 나눌 여력은 없으니까요.


어찌보면 둘째는 핑계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난감한 커피 타임 자리엔 늘 둘째 핑계를 대곤 했으니까요. (아이가 순해서 갈 수는 있었겠지만 굳이....가고 싶진 않았습니다.


첫 아이를 13년을 키운 후에 양육 기질 상담을 통해 깨달았죠. 제 성격 자체가 다른 사람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 보다 나 혼자만의 시간을 더 중시하는 기질이라는 것을요.

엄마들과의 대화에서 나오는 정보에 귀가 팔랑거리는 스타일도 아니고,  교육관이 확고하게 자리잡으면 아이가 당장 따라주지 않더라도 끝까지 시도하는 스타일이라는 것도요.

그러니, 남들과 가는 길이 달라도 그에 대해 속상해하거나, 난 왜이러지? 이런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냥 그렇구나. 다른 사람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 그게 끝이니까요.


그러니 굳이 내 시간과 체력을 소모하며 엄마들과의 대화에 악착같이 끼어들고자 노력하진 않습니다. 하교시간에 대화를 나누는 엄마들 사이에 멀뚱거리고 홀로 서 있는 모습이 어색할 수도 있을 법하지만, 그것조차 본인이 괜찮다고만 생각한다면 문제가 되진 않더라구요.


 내성적인 큰 아이라 1학년 때 친구라고 생각했던 아이들과는 결국 학년이 올라갈수록 서먹하거나 데면데면하거나, 그냥 지나치거나 그랬습니다. 그렇다고 친구가 아주 없진 않더라구요. 친구 수는 적지만 바둑이라는 같은 취미를 공유한 친구는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괜찮다 위로해주고 있지요. 학교에서는 이사람 저사람 그냥 놀 거리만 맞으면 같이 놀더라구요. 쉬는 시간 탁구 놀이나, 체스 같은 보드게임을 즐기면서 말이죠.

결국 아이 친구는 아이가 만드는 거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큰 아이는 중학생, 작은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어 아이들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자니, 여전히 큰 아이는 낯을 가려서 신학기 교실에 없는 아이마냥 조용하게 지내는 것 같구요.

그래도 초등학교를 거쳐서 그런지 아는 아이들이 꽤 있어 그럭저럭 잘 다닙니다.

 작은 아이는 조용하지만 바른 생활로 선생님들께 눈도장은 확실히 찍고, 친구들에게 본인의 종이접기 기술을 시전하며 친구들과의 대화거리를 훅훅 늘려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첫날부터 종이 접어달라는 반 친구도 생긴 것 같구요.

어찌저찌 에미 없이도 알아서들 잘 적응해 나가는 아이들 입니다.


그래서요.

엄마들이 커피 마시며 대화하자고 하면 적당히 양해를 구하고 빠지려고 합니다. (필참 모임 빼고요.)

뭐 가끔 대화가 고플 땐 있는데, 그럴 때 엄마들과 대화를 하면 늘 말이 많아지더라구요. 그런 날은 어김없이 집에 와서 늘 후회를 하곤 합니다. 신나게 놀고도 찜찜한 기분인거죠.

'내가 실언한 건 없을까?'

이 생각 때문에요.


차라리 안 가고 조금 대화에 허기진 채로 사는 것도 나쁘진 않더라고요. 내 아이 남과 굳이 비교하고 싶지 않은데 엄마들 이야기를 들으면, 슬그머니 조급해지는 건 사실이니까요. 하하.


혹시 학부모 총회를 앞두고 고민하시는 맘들이 계실까 하여 제 경험을 글로 씁니다. 사실 정보 공유 목적이라기보다, 제 스스로 다짐하기 위한 글이긴 합니다만....


(가끔 이렇게 다짐하고 또 엄마들과 얘기하다 후회하는 경우도 있어서 말이죠. 커피숍은 안가지만, 그래도 동네 둘째 또래의 아는 엄마들은 있다보니 이래저래 마주치면 말이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네요....흑.)

작가의 이전글 두 아이의 사뭇 다른 입학식 풍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