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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Mar 14. 2024

알라의 나라 이슬람을 읽고...

알쏭달쏭 종교의 세계에 대하여...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작은 아이의 잠자리 독서로 삼국유사를 읽어주고 있는 요즘인데요.

마침 아이의 돌봄교실에도 있는 시리즈가 당근 나눔으로 나와있기에 재빠르게 데려온 삼국유사 시리즈에는 불교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부분 차지합니다.


학창시절에 유적 답사 동아리에 몸 담았지만, 동기들과 추억쌓기 중심이라 유적 조사는 거의 인터넷 정보를 짜깁기했더랬지요. 그래도 답사 동아리라는 명분 때문에 짜깁기한 역사적 지식을 같이 읽으며, 나름 유적 답사의 체면 정도는 살렸던 것 같아요. 주로 절, 궁궐, 탑 위주였는데 어려서부터 불교 영향을 받아서인지, 부처, 보살, 상징물, 수인(手印), 죽음 이후의 세계에 관심이 가더라구요.

물론 종교로서라기보다, 사람들의 정신세계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소재로서의 사후세계에 대한 관심이지요.


그 땐 참 조사하기 귀찮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 때 주워걸린 불교, 유적 유물 지식들이 아이들에게 삼국유사의 배경지식을 설명할 때 유용하게 쓰이더라구요.


그런 지식들이 배경이 되니, 시부모님 영향으로 천주교 신자가 된 지금도 불교, 이슬람교 같은 타 종교에 대해서 열린 마음이 됩니다. (죄송. 기독교만 빼고요.)

작은 아이 책 읽어줄 때 같이 와서 듣곤 하는 중학생 큰 아이도 불교 세계 이야기를 들으며 흥미로워하곤 합니다.

덕분에 불교 문화가 짙게 밴 우리나라 역사에서 시작해서 세계 종교, 종교분쟁, 국제관계에 대한 흥미로 저절로 연결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큰 아이와 세계사책을 읽다보면, 종교의 역사가 세계사에 끼치는 막대한 영향을 새삼 깨닫곤 합니다. 세계사 입문 초기엔, 당연히 보편화된 세계사 통사를 우선 익히기 때문에 유럽 중심의 기독교 역사 위주로 읽었는데요.


유럽사 위주의 세계사'속았다'는 배신감과 거부감이 생긴 이후로는, 새로운 시각의 역사적 해석을 위해, 상대적으로 그 역사적 의미가 과소평가된 서아시아, 이슬람 역사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이희수 교수님, 문정인 교수님의 강의와 저서들을 통해 이슬람에 대한 편견을 깰 수는 있었는데요.

여전히 이슬람 역사를 이해하기 어려운 건, 어휘들이 너무 생소하기 때문일 겁니다.


'알코올', '알고리즘'같은 많은 과학 용어들이 이슬람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서양사를 위주로 배워온 우리가 아랍어, 페르시아어 기반의 이슬람 역사를 이해하는 데는 꽤 많은 장벽이 존재합니다. 이슬람 문화권에 대해 알지 못하니 그들을 이해할 수 없는 건 당연하지요. (이해 못하는 게 당연하니, 그들을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아니지.)


이슬람을 이해하기 위해 관련 책들을 끊임없이 읽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해보입니다.


당장, 큰 아이가 저학년 땐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아이와 한 반이 되어 수업을 같이 한 적도 있었구요.

이제는 길에서 히잡을 쓰고 다니는 이슬람 사람들을 보는 게 자연스러울만큼 다문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죠.


영국은 신사의 나라라는 이미지가 덧씌운 편견에서 벗어나,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국가들이 아프리카 대륙을 통째로 도륙한 역사를 바로 알 필요가 있구요.


과학, 수학, 철학 같은 학문 발전의 기반이 된 이슬람 문화가 오스만 제국의 몰락과 함께 서유럽으로 역사 중심이 넘어가면서 폄훼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과소평가된 이슬람 문화의 세계사적 영향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십자군 원정, 노예무역의 역사에서 보듯 자신의 문화만 최고고, 다른 문화는 야만이고 미개하다는 편견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결과를 낳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문화의 '다름'을 인정하는 시각이, 다른 문화를 수용하고,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일겁니다.


이 책에는 페르시아의 마지막 왕자 피루즈와 신라 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쿠쉬나메'에 대한 이야기 담겨 있습니다.

물론 주인공 아비틴이 피루즈였다는 증거는 명확하지 않지만, 우리나라 역시 세계사적 흐름 속에 있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울 뿐입니다. 섬나라처럼 묘사된 조그만 나라였는데도 말이죠.


언젠가 쿠쉬나메에 관한 다큐를 본 적 있어서인지, 쿠쉬나메 이야기를 이 책에서 다시 보니 더욱 반가웠습니다. 쿠쉬나메가 실제 이야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쿠쉬나메를 통해 신비로운 문화인 이슬람 문화와 우리 문화가 연결된 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슬람 문화가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생전 모르던 남을 났는데, 알고보니 고향사람인 걸 깨달았을 때 느끼는 친근감 말이죠. 하하.


새삼 큰 아이와 같은 반이었던 아프가니스탄 아이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한국어에 서툴던 그 아이에게 다가간 아이는 많지 않았기에, 제가 아는 그 아이는 늘 쓸쓸한 표정으로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 신나게 놀고 있는 같은 반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죠.


짧은 영어로 그아이에게 다가갈 방법이 없어, 저 또한 그 모습이 쓰러워 마음으로만 응원하곤 했지만, 그 모습을 보고, 그 아이를 이해하고 싶어, 이슬람이라는 종교와 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마음으로는 이슬람이라는 삶의 방식이자, 종교이자, 가치관을 오롯이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그들 문화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 나니 이슬람 문화권의 서남아시아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도 괜찮은 이웃이구나 싶은 생각은 들지요.


아침에 등교를 준비하며 아침을 먹는 아이들 앞에서 이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그러자 큰 아이가 반색을 하며 자기가 아는 지식을 디밀며 질문을 쏟아냈어요.

"엄마, 근데 아랍어에서 '알(al)'이라는 말이 엄청 나오는데 도대체 무슨 뜻이야?"


음... 그게..

문정인 교수님인가 이희수 교수님 강의 때 듣긴 했는데...

'~의'라는 뜻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긴가민가한 에미 말에 궁금증 한가득 안고 큰 아이가 등교합니다. 마침 오늘 학교 자유학기 수업에서는 '명화로 보는 역사' 수업이 진행됩니다.


오늘의 주제는 이집트와 수메르 문화라니 아직 아랍 역사까지 가지는 못해도, 질문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하...선생님.

저희 아들의 질문에 답변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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