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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구 Jun 24. 2023

45. 가을 부채는 시세가 없다.

2021년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는 17개국 19,000명 성인에게 ‘무엇이 당신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듭니까?’라는 개방형 질문을 했다. 14개 국가는 ‘가족’이 1순위였고 3개 나라만 답이 달랐다. 스페인은 건강, 한국은 물질적 안정(돈), 대만은 사회공동체를 꼽았다. 복수 선택이 가능한 항목인데도 한국은 62%, 일본은 59%가 딱 하나의 답을 선택했다. 교육의 문제다. 학교 입학은 보고 느끼고 질문을 던질 줄 알던 아이가 객관식 세계로 입문하는 과정이다. 수능부터 운전면허 시험까지 획일화된 정답 찾기 교육으로는 사물에 대한 안목을 키우고 새로운 생각을 이어 나가는 확장성 생각 통로를 만드는 가지 늘리기 교육이 어렵다.     


현대 사회는 봄이면 밭 갈아 씨 뿌리고, 여름이면 김매어 가꾸고, 가을이면 거둬들여 겨울에 배 채우며 살던 시대가 아니다. 평균 수명은 길고 직업 수명은 짧아 알파 세대(스마트폰 출시 이후 태어난 세대)는 평생 4~5개 직업을 옮겨가도록 끊임없이 새로운 능력을 갖추는 교육을 받고 노력해야 한다. 미래학자들은 지금까지 겪은 변화보다 다가올 20년간 더 많은 변화를 겪으리라 예측한다.     


국가 경쟁력은 인재 양성에 있다. 획일화된 교육으로는 S급 인재를 배출하지 못한다. 핀란드는 학교의 예산 배정과 운영은 자율이다. 같은 학년이어도 학교마다 다른 수업방식과 내용이 다르고 같은 교실에서도 학생마다 진도가 다르다. 교육 평가는 교사가 스스로 방향을 잡고 결정하여 실행한다, 상부 기관의 학교 사찰, 검정 교과서, 교원 평가제도 등이 없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뿐 아니라 인간의 생각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대혁명이다. 변화는 개인의 천재성이나 우연이 아닌 정부의 기획하에 틀이 짜인다.     


2023년 5월 15일 EBS 뉴스는 대학과 기업이 진행한 디지털 수업 현장을 보도한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에서 주관한 ‘디지털 새싹 캠프’로 학생들이 조정기 대신 명령어로 하나씩 코딩으로 입력하여 드론을 날리고, C언어를 이용하여 디지털 피아노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예상 인원 10만 명을 넘어 18만여 명이 참여한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이 경쟁을 즐기면서 학습 능력을 배우는 교육의 지평을 열었다. 교육부는 학기 중에도 기본과정에 심화 과정을 추가한 맞춤형 서비스로 확장 제공한다고 한다. 전북 지역 참여 학생은 2% 정도로 4,118명이다.     


명심보감 천리(天理)편에 “오이씨를 심으면 오이가 콩 씨를 심으면 콩을 얻는다.”라는 말이 있다. 2년 후 디지털 교과서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업이 시작된다. 미래의 일자리 수업사례개발, 디지털 보급과 확산은 교사에 대한 연수 차원이 아닌 교직과정으로서 전문교사 양성이 필요하다. 학교 밖 선생님과 하는 수업은 한계가 있다. 10년 전만 해도 인공지능이나 빅 데이터 등에 관련된 전공이 없었다.     


발명의 시대는 지고 조합의 시대가 왔다고 한다. 스마트폰 하나에 25만 개의 특허가 조합돼 있고, 미국 특허의 90%는 최소 2가지 이상의 특허가 조합돼 있다. 속도가 생명이다. 연결지능, 협업에 출구가 있다. 변화를 꿈꾸는 교실은 다양한 직종의 교사자격증 발급과 임용이 있어야 가능해진다. 소프트웨어‧인공지능 교육이 일회성 체험이 아닌 정규교과에 스며들어 학교에서 지속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실에 적응하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어야 한다. 가을 부채는 시세가 없다. 꽃이 피는 것은 힘들어도 지는 것은 잠깐이다.


2023년 6월 7일 새전북신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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