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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구 Jun 07. 2024

55. 말로는 태평양도 걸어서 건널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3월 4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오스트레일리아) 대사로 임명했다. 그는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공수처 수사를 받는 인물이다. 지난 1월 이미 입건되어 출국 금지된 상태로 대통령실은 몰랐다 하고, 법무부는 공수처 출석 하루 만인 지난 8일 출국 금지를 해제하여 10일 출국시켰다. 12일 호주 공영언론 ABC(Australian Broadcasting Corporation)는 "한국 대사 이종섭, 자국 비리 수사에도 호주 입국"이라는 타이틀로 보도했다. 출국 허가를 두고 공수처는 “조사 과정에서 출국을 허락한 적 없다”라고 하고, 대통령실은 “(공수처 반응이) 대단히 부적절하다”라고 한다.   

  

14일에는 황상무 사회수석은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 내가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 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라고 ‘군 정보사 오홍근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했다. 그 자리에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두고도 "배후가 있다고 의심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증거가 없으면 주장하면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언론인 상대 강압 행사한 적 없어"라고 버티다가 엿새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선거는 프레임짜기와 전환하기의 싸움이다. 황상무는 자진해서 사퇴했고 이종섭 대사는 21일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 참석 이유로 조기 귀국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다 해결됐다.'라고 주장하고, 민주당은 "윤 대통령, 대사 임명 철회·사과"를 요구한다. 22일 한국일보는 1면 기사에 “오히려 이 회의가 급조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여론 무마를 위한 기획 입국'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라고 보도했다.     


19세기 말, 두 명의 천재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는 각각 직류 전기(에디슨)와 교류 전기(테슬라)를 발명한다. 두 사람은 자기가 발명한 전류 시스템이 우수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여러 전략을 사용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직류 전류가 교류 전기에 밀린다. 에디슨은 프레임을 짜기 시작한다. 광고와 책을 통하여 교류 전기의 위험성을 알리고, 기자들을 모아 놓고 교류 전기로 동물을 즉사시키는 장면을 연출한다.     


에디슨의 우위로 돌아섰던 여론은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 전기 조명 입찰에서 종결된다. 에디슨(에디슨 제너럴 일렉트릭)이 패하고 테슬라(웨스팅하우스 컴퍼니)가 따낸다. 박람회장은 교류 전류 시스템으로 불야성을 이루고, 전기의 미래가 결정됐다. 이후 현대 전기의 기초시스템은 교류 전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패장 에디슨은 ‘에디슨 제너럴 일렉트릭’의 경영권을 잃고, 승장 테슬라는 큰돈을 벌지만, 방만한 자금 운용으로 파산하여 노숙자로 인생을 마감한다. 우물이 깊으면 물이 쉽게 마르지 않는 법이다. 전기 전쟁의 최종 승자는 에디슨도 테슬라도 아닌 은행가인 JP 모건이다. 그는 양쪽에 모두 투자했다.     


정치는 사실보다 인식의 영역이라고 한다. 그래서 선거 때 각종 프레임이 난무한다. 그렇다 해서 사실을 비틀어 국민에게 사실과 다른 인식으로 국민을 오도한다면 그건 지속할 수 있는 게 아녀서 결국 국민에게 신망을 잃게 된다. 경험이 빠진 채 머리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많다. 선거의 계절이다. 책으로 자전거 타는 기술을 익힐 수는 없다. 선출직을 꿈꾸는 사람은 낮은 자리의 아픔을 손수 겪어본 사람이어야 한다. 스튜어디스는 목적지까지 걸어서 간다. 국민 속에 파고들어 실제 몸으로 부딪치며 국민 삶을 이해하는 사람, 좋은 세상을 절실하게 꿈꾸는 그런 사람이 선택되기를 기대한다.     


2024년 4월 8일 소통신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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