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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상 Mar 14. 2024

(유학일기) 4. 중국유학! 여행처럼 떠나가다.

(너무 순조로우면 의심을 해야 한다.)

중국 절강성 항저우에 위치한 하이량 국제학교는 인터넷 서치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거기에 떡하니 한국 안내 전화번호가 남겨 있고, 그리고 통화를 하니 그 학교 교장 선생님이라고 말씀하신다. 한국인이 어떻게 교장 선생님 이신가?라는 질문에 유학생이 많아서 그렇다는 답변을 듣고 살짝 고민이 되었지만 결국 우리는 이게 횡재인가 하고 상황을 반기게 되었다.


두려운 마음이 싹 가시면서 여기면 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학원이 아니라고 장담하시고 그리고 비용도 캐나다 보다 훨씬 저렴해서 초기 비용이 1인당 약 2300만 원 정도였다. (그건 모든 행정과 학비 기숙사 등등이었다.)

유학원 수수료가 없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교장선생님이 친히 학생을 유치하는 것이라 안내를 받았으니 속으로 이렇게 순탄하게 진행되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의심이 살짝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전 글에서 홍보 영상이나 홍보사진을 올린 것처럼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 그리고 국제학교가 함께 운영이 되고 있었다. 넓고 그리고 깨끗한 환경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면서 미국이나 캐나다의 사립학교 캠퍼스의 소규모 운영 방식과 사뭇 다름을 알게 되었다. 약 3만 5천 명의 학생과 2천여 명의 교사들이 근무하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교육 그룹이라는 말을 듣고 교육의 질도 당연히 좋을 것이라 확신하고 곧장 출발을 결정했다.  


학기제도에 맞추어 가려면 급히 서둘러야 한다고 교장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그렇다 9월 학기가 시작임을 감안하면 진짜 너무 촉박해서 아이들의 인생이 걸린 일에 약 한 달의 여유를 두고 국내와 중국의 모든 행정적인 절차를 밟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 쌍둥이는 머나먼 타국 생활을 시작하는 유학의 길을 입학 5일을 남겨두고 출국하게 되는 무식해서 용감한 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학교 기숙사를 배정받고 입실 전 며칠을 교내 호텔에 묵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아들들과 함께 중국 여행이라도 해야겠다는 한가로운 계획을 세웠다.


막내까지 다섯 명이 비행기를 탔다. 그 길은 아이들에게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양과도 같은 낯설고 두려운 길이었고 , 우리에게는 이 사춘기의 지랄 맞은 성격과 우발적 반항에 노출되지 않아도 된다는 조금은 기분 좋은 길이었다.

(2019년 하이량 캠브리지 국제중학교 졸업사진 -누군가 인터넷에 올려놓았다 저기 아들이 있다.)

공항에 도착하면 마중 나오신다던 교장 선생님은 바쁜 일정을 핑계로 오지 못했다.

대신 택시를 잡아 타고 전화기를 바꿔 드리니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목적지를 향해서 출발한다.

택시로 한 시간 반 가량 달리면 될 것이란 이야기를 듣고 우리 모두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달렸다.

그런데 약 한 시간이 지난 후에 택시가 갑자기 산골 오지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것이다.

심지어는 길이 끊어진 곳에서 뉴턴해서 다시금 돌아 나오는 기상 천외한 운행을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갑자기 등골이 오싹하면서 지금까지 들어왔던 중국에 대한 온갖 부정적인 이야기 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살인과 인신매매 그리고 장기 밀매와 더불어서 영화 속 등장인물인 장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불친절한 기사와는 대화도 안되고 우리는 목소리를 높여 이 길이 맞는지? 온 얼굴로 질문을 하면서 교장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서 이 심각한 상황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교장과 통화를 마친 그는 다시금 이리저리 돌다 넓은 길로 우리를 이끌어서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며 예상보다 한 시간이 더 늦은 즈음에 학교에 도착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고속도로비를 아끼려고 국도로 간 것이었다.) 여행처럼 시작해서 전쟁같이 이어질 중국 유학의 서막에서 우리는 앞으로 펼쳐질 불길한 일들에 대해서 까마득히 모른 채 중국에서의 첫날을 거창한 식사로 시작하였다.  

(여행처럼 시작해서 전쟁으로 끝난 중국 유학-첫주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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