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다. 나는 어쩌면 유럽에 대한 환상이 있었던 것같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스페인에 대한 환상과 함께 말못할 꿈들을 잔뜩 꾸고 있었던 것같다. 이상과 현실은 전혀 다른데 말이다.
페루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고 코로나가 전국으로 퍼지면서 내가 살고 있는 광주에도 코로나가 엄청나게 퍼졌고 하필 그 해에 큰 애가 초등학교 입학시즌이 되어서 온라인으로 입학을 하는 등 정말 매일을 긴장하며 지냈다.
코로나로 고통받는건 비단 한국 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돌연 마음을 바꾸고 돌아온 페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페루는 락다운까지 걸리면서 각 국가별로 자국민들을 태우러 비행기가 두 차례 이상 뜰 정도였으니까...
그런 시즌을 거쳐가며 우리는 한국에서 다시 자리를 잡아야만 했다. 페루로 갈 때 얼마 안 되는 돈을 가지고 가기도 했지만 돌아올 때는 그 만큼의 돈을 가지고 오지 못 했기 때문이고 사람이 살아갈 때는 반드시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김오빠는 급여를 많이 준다는 말에 수산시장에 있는 한 가게에 나가기 시작했다. 새벽 4시까지 출근을 해서 오후 4시면 퇴근을 했었는데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형제들이 이 지역 건달들처럼 그런 사람들이었다.
처음 면접때 말 했던 급여와는 달리 근무에 대한 사항들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고 급여 또한 속았다는걸 알 수 있었다. 결국 퇴사엔딩으로 생선가게의 근무는 종료가 됐다. 한달여간을 일 했고 급여는 온갖 욕설, 저주와 함께 통장으로 뒤늦게 입금이 됐다.
정말 악착같이 생활을 했다. 나는 온라인 수업을 하는 내복언니의 생활에 맞춰야 했기 때문에 보험회사에 입사를 해서 온오프라인 영업을 하면서 생활비를 충당해나갔다. 김오빠는 지인이 운영하는 도축공장에서 배달일을 시작했다.
학원은 커녕 코로나 문제 때문에 집 근처 분식집에서 떡볶이 한 그릇도 제대로 못 먹을 정도였기 때문에 돈은 자연스레 모일수 밖에 없었다. 다만, 우리가 살고 있던 집이 시댁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그 집에서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생활비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최대한 아껴가며 생활을 했고 한국으로 돌아간 지 6~7개월이 된 이후, 비록 시댁 근처지만 1.5룸 건물로 이사를 갈 수 있었다. 보증금 500에 월세 35만원. 늘 그렇듯이 우리는 월세가 익숙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알바를 하면서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우연히 80만원으로 돈을 불려보겠다고 도전했던게 온라인 사기로 번지기도 했었고 이사를 한지 1년여만에 통장에 1000만원이 넘게 모이는걸 보고 뿌듯해 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김오빠가 쿠팡에 입사를 했고 제법 넉넉한 급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쯤 우리는 둘째가 태어났고 난 임산부때도 출산을 하고 나서도 온라인으로 하나하나 쌓아간 일들을 해내며 열심히 일 하고 돈을 모았다.
그렇게 2023년 11월 우리는 스페인으로 한 달살이를 떠났다. 바르셀로나에 도착을 해서 렌트카를 빌린 뒤, 적게는 1박 2일, 길게는 7박8일을 각 도시별로 지내면서 북쪽에서 남쪽으로, 그리고 다시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갔다.
그렇게 한달여간을 스페인에서 보낸 뒤, 한국으로 돌아갔고 그때부터 우리는 아이들의 생활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돈을 계속 모았고 2024년 5월부터 비자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비자 준비를 위해 도움을 주신 분은 제주도에 사셨던 과거 스페인에서 거주를 하셨던 분이 본인의 지인인 변호사를 소개해줬고 그렇게 계약서를 작성한 뒤, 법적인 조언과 도움을 받아가며 하나씩 스페인 자영업비자를 준비해나갔다.
다른사람들이 볼때는 종종 이런 말도 했었다.
"야, 너 로또 됐냐? 해외 이주를 어떻게 가?"
로또가 맞아야 해외 이주를 꿈꿀수 있었던걸까? 로또가 되지 않아도 열심히 악착같이만 살면 가능한 것같다.
스페인 자영업비자는 준비하는게 깔끔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복잡한 행정절차들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현지에서 서류 준비하기였다. 스페인으로 입국을 한 뒤, 내가 거주를 결정했던 곳의 중앙 경찰청을 방문해서 NIE를 신청한다.
외국인들의 신분번호로 쓸 수 있는건데 반드시 있어야 한다. 보통은 신청을 한 뒤, 일주일 정도가 걸리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나는 하루만에 결과가 나왔다. 바로 NIE번호 발급서를 받았고 다음단계로 진행을 했다.
비자 준비를 위해서 발급받은 NIE번호는 임시번호이다. 그래서 그 번호로는 그 어떤것도 스페인에서는 할 수가 없다. 정식 비자 발급신청을 위한 임시번호일 뿐, 스페인에서는 그 어떤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다음 단계는 세무서와 은행을 방문 하는거였고 NOTARIA라는 공증사무실에서 변호사에게 내 업무에 대한 위임장을 작성하고 공증받는 일을 했다. 내 변호사는 다소 이해못할 행동을 종종 했었는데 그건 바로 수수료.
보통 변호사 비용을 적지 않은 금액으로 받으면 서류대 같은 경우는 본인이 직접 끊고 신청하고 할 때 직접 결제를 한다. 그리고 나에게 청구를 하진 않는다. 선임비용안에 서류대부터 부대비용들이 다 포함인건데 나한테 서류비용을 꼭 따로 받아가곤 했다.
비자에 대한 글을 보시고 물어보시는 많은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현지에서 사업체 계약서가 있어야 한다는데 어떤걸로 대체를 하셨어요?"
애초에 현지에서는 어떤 계약서도 진행할 수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나라에 임시 NIE번호가 있고 여권 밖에 없는 여행자 신분의 외국인이 어떤 상가를 임대하거나 집을 임대한다고 가정해보자.
여러분이라면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신뢰를 할 수 있을까? 나라면 못 할 것같다. 그래서 나는 가게 계약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애초에 해주지도 않는다. 또한, 해서도 안 되는게 그렇게 서류를 현지에서 준비를 해도 한국에 돌아와서 또 다시 서류를 재차 준비를 하고 날짜를 예약한 뒤, 대사관을 방문하고 대사관에서 최초거주허가를 위한 심사가 최소 2개월인데, 그동안 현지에서 사용도 안 하는 빈공간의 상가에 대한 월세를 몇백만원씩 낼 수 있겠는가?
스페인의 부동산 법에는 독특한게 있다. 월세가 광고에 나온 금액이 아니라는건데, 예를 들어 1000유로 월세의 상가를 임대하게 된다면 나는 매출이 있던 없던 전기세, 수도세를 내야한다. 그리고 임대를 함과 동시에 상가에 대한 보험을 들어야 해서 보험료도 납부를 해야한다.
또한 세금이 3개월에 한 번씩 부과되기 때문에 그 세금도 납부를 해야한다. 월세에 대한 세금도 있는데 1000유로라면 그 1000유로에 대한 9%의 세금을 상가주인에게 함께 매달 보내줘야 한다.
스페인은 세금 도둑이라고 할 정도로 진짜 무시무시한 세금을 걷어간다. 보통 사업을 시작한 사람이라면 첫 세금은 매출의 40%라고 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세금을 걷어간다. 그러다 보니 가뜩이나 부동산 시장이 엉망이 지금, 스페인에서 자영업 비자를 준비한다고 무턱대고 최소3년 최대 5년까지 상가를 계약한다?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다.
스페인에서 서류를 준비하면서 내가 약간 스페인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었다는걸 느꼈던 순간은 점점 내가 스페인 행정과 그 나라 사람들을 만나고 대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탄식과 함께 실망을 한다는 것, 그게 내가 갖고 있던 스페인에 대한 환상이 조금씩 깨져 가고 있다는걸 느꼈던 순간이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아이들과 함께 더 잘살아보고자 하는 그런 생각과 결심으로 스페인을 두 번째 해외살이로 결정을 했던 거였는데 다시 한 번 더 생각을 해보자면 이런거 아니었을까?
"나 해외살아. 어디? 스페인. 좀 멋지지? 나 유럽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