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장재형 Sep 03. 2023

 타인이 슬퍼하는 만큼  똑같이 그 만큼의 슬픔을

동정에 대하여


살아오면서 타인, 가족이나 친구 등 주위 사람들의 고통이 자신의 고통으로 변하는 경험을 종종 해왔다. 또한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자신이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버린 것처럼 슬퍼하고 한없는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다른 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는 모습을 보면서 슬픔을 느끼는 걸까? 그 사람이 슬퍼하는 만큼  똑같이 그 만큼의 슬픔을 느낄 수 있을까?


 《국부론》을 써서 당시 최고의 사상가로 존경받았던 도덕철학자인 ‘애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우리가 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대하여 느끼는 것을 동류의식(同類意識, fellow-feeling)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동류의식을 나타내고자 할 때 쓰는 말에는 연민(憐憫 : pity)과 동정(同情: compassion), 그리고 동감(同感: sympathy)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동정에 대하여》 이 책에서 말하는 동정이란 무엇일까?

동정(compassion)은 어원상 ‘함께(com)’ 나누는 ‘열정(passion)’이란 뜻이다. 그러나 함께 나누는 아픔, 고난에의 참여를 의미한다고 한다. 즉 동정은 타인과 타인의 고통을 향해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는 움직임을 가리킨다. (p9)

이러한 동정은 우리보다 더 행복한 사람들의 입장에 서려 하지 않고 우리보다 더 어렵고 더 불행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입장에만 서려 하는 인간 감정의 특징 중에 하나이다. 따라서 타자가 겪는 고통과 유사한 고통을 피할 길이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보장되어 있지 않을 때만 동정심이 생긴다. 우리가 경험하는 동정에 대한 계량 기준이 있다면 그것은 고통 자체의 크기가 아니라 우리가 고통 받는 이에게 부여하는 감정, 즉 고통에 대한 고통 받는 사람의 감정이다.(p204)


이 책은 동정이라는 단어를 설명하기 위해서 고전 문학과 예술에 나타난 동정의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안티고네, 프로메테우스,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 나르키소스의 죽음을 슬퍼하는 요정 등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비극적인 이야기, 단테의 신곡,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카프카의 변신, 트로이 전쟁의 주인공인 아킬레우스와 트로이의 왕인 프리아모스의 만남에 관한 이야기, 셰익스피어의 비극, 슬픔에 잠긴 성모와 예수의 피에타 조각상 등, 수많은 고전 속에 나타난 ‘동정’이라는 주제를 선정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문학작품을 읽든 영화를 보든 아니면 주위에 여러 가지 일로 고통스러워 하는 타인을 보고, 우리는 그 타자의 고통을 전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일까?

잘 생각해 보면 내가 그 사람이 될 수 없다. 우리는 단지 상상을 통해 스스로를 타인이 처한 상황에 놓고 스스로 타인과 같은 고통을 느낀다고 상상하는 것에 불과하다. 마치 우리가 타인의 몸속으로 들어가서 유사한 감각을 느낀다고 생각할 뿐이다라고 <도덕감정론>에서는 말하고 있다.


이것을 이 책에서 ‘변신’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변신은 현존의 위상 변동과 일치한다. 한 물체가 또 다른 물체 속으로, 혹은 또 다른 생명의 형체 속으로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변신을 주제로 하는 문학은 타자 앞에서, 타자를 계기로 시작되는 감정적 전이 혹은 전이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카프카의 《변신》은 어느 날 아침 주인공이 자신의 모습이 벌레인간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고통을 묘사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한 인간이 동물로 추락하는 모습에 대한 동정이 아니라, 이미 진행이 시작되었고 점점 격화될 것이 예상되는 모든 인간관계의 파멸에 대한 동정을 느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과 동정은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사랑도 타인을 향한 욕망이라는 점에서 언뜻보면 비슷한 감정인 듯 느껴진다. 하지만 사랑의 경우에 고통이 타자의 부재와 연관되고 타자의 어두움, 혹은 욕망과 사랑 사이의 경계나 타자와의 관계에 얽매이는 욕망의 고통스러운 한계와 연관되는 반면, 동정의 경우에는 고통이 타자의 현존, 타자의 상처와 연관된다. 동정은 타자의 고통을 나누어 갖고 타자와 함께 겪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p83)


‘동정은 우리가 우리와 비슷하다고 느끼는 누군가에게 일어난 불행에 대한 생각이 동반되는 슬픔이다’라고 스피노자가 《에티카》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우리와 너무 가까워서 오히려 우리의 일부라고 생각되는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동정이라는 감정을 잘 불러일으켜야겠다.

《동정에 대하여》는 인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은 꼭 읽어봐야할 책이다. 강력히 추천한다.



#동정에대하여

#동정 #공감

#연민

#감정

#세렌디피티인문학연구소

#장재형책쓰기연구소

#서평 #책추천

#도덕감정론

#애담스미스


작가의 이전글 우리 안에 숨겨진 ‘폴리매스’ 기질을 재발견하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