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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톡톡홍쌤 홍효정 Oct 23. 2024

버텨 보는 시간 인내는 쓰다

나와의 트러블은 자신의 삶을 포기하듯 대하는 딸의 행동으로 하루하루가 서로를 눈빛만으로도 충분히 싫다 못해 밀어내고 있었다.

질풍노도의 중학생 시절을 지나 여고생이 된 딸에게는 재미없고 지루한 학교생활이 기다리고 있었고, 의욕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고1 때 담임선생님과의 만남이 아니었다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만큼 고1 때 담임선생님은 고3 때까지 늘 딸의 뒤에서 딸의 편이 되어 주는 학교엄마와도 같은 든든한 분이 되어주셨다는 것을 대학 원서 쓰면서 알게 되었다. 다른 선생님에게 그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고맙고 따스한 분이셨는지를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셨던 분이셨다.

처음부터 그 선생님과 잘 지냈던 것은 아니었다.

원하지 않던 학교에 가게 되었다고 볼멘소리를 하던 딸은 학교에서는 의욕 없이 지냈고, 십 대의 거친 반항아 같은 눈빛과 행동은 충분히 선생님들에게도 거칠게 보였다.


처음 고등학교에서 상담을 하러 갔을 때의 담임 선생님은 본인의 자녀도 꽤 힘든 사춘기를 보냈고 그로 인해 이사도 3번이나 하면서 아이를 위해 상담공부까지 하셨다고 말해주며 잘 자란 성인으로 성장했다고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성장통이 좀 심하게 오는 아이들도 기다려주며 돌아갈 곳이 있다면 반드시 돌아온다며 나를 위로해 주고 조금 그 시간을 견디고 버티며 인내해 보자고 하셨다.

딸은 선생님과의 관계를 간 보는 시간 6개월을 그렇게 보냈고, 담임선생님은 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다독이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 들어주셨다.

그러면서 선생님과의 관계가 좋아지니 반에서도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었다.


딸과의 관계가 틀어진 때부터 많은 서로를 상처 주고 할퀴는 마음은 서로에게 내적상처를 주는 데는 차고도 넘쳤다. 치명적인 더 이상의 상처는 없다고 들 정도였다.

상처 난 것은 그대로 아물게 두고, 어떻게 하면 그  더 이상의 아픔이 없게 살아가야 할까 늘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학교 가기 싫어 어그적 거리는 아이를 아침마다 학교를 데려다주었다.

혹시라도 학교 가기 싫어 안 가고 딴 데로 갈까 그 두려움이 컸을지도 모를 엄마의 마음이기도 했다. 아침마다 데려다주는 내내 운전대를 잡고 가는 그 시간은 아무 말 도하지 않는다.  다만 딸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한 말을 걸지 않았다.

가뜩이나 예민한 아이가 아침이면 더 예민해져 건네고 받는 말에 상처를 주니 아침이면 말을 아끼고 꼭 필요한 말만 하는 게 아침 등교시간이었다.


차에서 내려 문을 닫는 소리와 함께 아이가 학교로 향해 가는 모습을 볼 때면 나는 기도했다. 딸이 학교 갈 수 있는 일상의 평범함을 감사하다고 집에 돌아오는 내내 소리 내어 기도했다.

한 학기를 마치고 여름방학 하던 날에는 아침마다 하고 싶은 말은 백 만개였지만 잘 참고 입을 다문 나도 나에게 감사했다.

그사이 나도 나의 성질을 죽였구나. 늘 팔팔하게 혈기 많았던 엄마의 모습에서 잔소리와 마음에 들지 않아 내뱉는 말을 하고 싶을 때면 한 번 더 생각하고 참아냈던 나의 모습에서 ‘인내’라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지만, 그 고비고비마다 꿀꺽하며 말을 삼켰다.

나도 참는 것을 할 수 있었구나 싶었다. 인내가 왜 썼는지 알 거 같은 시간이기도 했다.


인문계고등학교에서 특성화고로 가고 싶어 하는 딸의 요청이 있었기에 고1 한 학기 동안에 몇 개의 학교를 정해 전화 상담을 통해 좁혀서 한 학교를 정했다.

특성화고 에서의 상담은 엄마인 내가 먼저 방문을 하고 몇 가지 질문에 대답을 한 후

그림을 그렸던 딸의 작품을 가지고 여름방학에 모집공고와 함께 오기로 결정을 했다.

고등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나면 이런저런 이유와 상황들로 학교를 옮기고 선택하는 아이들이 많이 있었다. 방학 때 면접과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갔던 특성화고에서는 면접이라는 것을 처음 접한 딸은 정말 가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 가지고 덤볐던 거 같았다. 그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말을 해도 듣지 않는 딸이었기에 오롯이 딸의 영역으로 남겨두었다.

결과는 원하는 데로 되지 않았다.  발표날에 불합격을 통보받은 딸은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서러움에 방 안에서 소리 내어 울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기 싫은 학교에서 가고 싶은 학교로의 희망을 꿈꾸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으니 무너지는 마음이야 오죽할까 싶었다.

그런 딸의 울음소리는 엄마인 내 가슴을 미어지고 찢어지게 아프게 했다. 그러면서도 면접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었지만 자기 멋대로 했던 딸이 밉기도 했다.

이 무슨 애증의 시간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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