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와중에 비 몇 방울
아침을 신나게!
남은 닭죽에 된장찌개를 먹었다.
아침을 왕창 먹는 게 조금 부담되긴 하지만
남편이 차려줬으니 감사히 먹었다.
먹고 나서 오늘은 호숫가 카페로 나가봤다.
팔당호 부럽지 않은 호숫가 카페 나들이라 좋았는데
뷰가 좋고 쾌적한 만큼 가격은 비쌌다.
아메리카노 한잔에 6천 원…
그래도 앉아서 경치도 보고,
남편이 아이와 산책 간 동안 책도 읽고,
내가 좋아하는 산미 있는 커피가 맛있었으니 됐다.
아침을 많이 먹었더니 배가 안 고파서
점심을 건너뛰었다.
남편이 저녁으로 대패삼겹살을 구워 먹자 해서
아이들과 마당에 나가 함께 먹었다.
앉아서 아이들이 놀다가 입을 벌리며 오면
밥과 고기를 한 숟갈씩 떠 먹였다.
그 와중에 나도 함께 같이 먹었다.
나는 우리 집 마당을 좋아한다.
물론 꽃가루 날리는 늦은 봄부터 모기가 기승인
시기까지는 마당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진 못하지만,
내 집 마당이 주는 안정감과 아기자기함이 좋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비눗방울 불어도 괜찮은,
아무 때고 나와 고기를 구워도 좋은,
감사한 공간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손은 눈보다 빠르게
움직여(ㅋㅋㅋ) 아이들을 먹였고 나도 먹었다.
그렇게 몇 점의 대패삼겹살과 된장찌개,
밥 두어 숟가락으로 저녁을 마무리했다.
오랜만에 체중을 쟀는데,
요 며칠 잘 먹어 그런지, 스테로이드 때문인지,
더 이상 살이 빠지진 않는다.
오히려 500g쯤 늘었다.
체중관리를 위해 점심을 먹고 저녁을 좀
조절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에 어느 책에서, 먹어야 할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기 애매하다면,
‘증조할머니가 음식이라고 생각할만한 것’만
먹으면 된다는 문구를 본 적 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요즘 먹어야 할 식품들만 먹는
편인 것 같다.
아무리 간편하다, 영양이 모두 들었다 해도
성분표가 복잡한 음식은 가급적 선택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수많은 맛있는 음식들이 있고,
조리법만 살짝 바꿔주면 같은 재료로도 풍성한
맛을 낼 수 있다. 11년 차 주부로서 그동안 나는
조금 더 맛있는 음식을 하는데 온 요리 에너지를
집중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한 식재료, 단순한 조리, 단출한 식사.
어쩌면 결국 이 방향으로 가는 것이 나와 가족에게
좋은 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재료가 원물에 가까울수록, 조리과정이 단순할수록,
우리 몸에는 더욱 이로울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이치인데,
이 당연한 이치를 돌고 돌아 이렇게 깨닫게 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