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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정 Dec 15. 2021

프랑스에서 크리스마스에 먹는 통나무

Bûche de Noël, 뷔슈 드 노엘


프랑스에서 크리스마스에 먹는 통나무

Bûche de Noël, 뷔슈  노엘 
 


 12월이 가까워 올수록 파리의 거리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바뀐다. 반짝이는 조명이 걸리고 아기자기한 솔나무 장식으로 꾸며진다. 튈르리 공원에는 막쉐 드 노엘(marché de noël)라고 불리는 성탄절 시장이 열려 축제 분위기를 더한다. 우리나라에서 설날에 느끼는 따뜻한 분위기를 프랑스에선 크리스마스에 느낄 수 있다.

 

 설날에 떡국을 먹는 것처럼, 크리스마스에 전통적으로 먹는 요리가 있다. 칠면조나 푸아그라, 굴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뷔슈 드 노엘!


  ‘크리스마스의 통나무’라는 뜻을 지닌 디저트로 모양새가 통나무를 꼭 닮아 있다. 프랑스에서 12월 한 달 동안 엄청나게 많은 양이 팔리기 때문에 제과점에서는 가을이 시작될 때부터 뷔슈 드 노엘을 준비하기 위해 직원을 더 고용하기도 한다.


 뷔슈 드 노엘의 역사는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켈트족은 알반 아르후안(Alban Arthuan)이라고 불리는 동짓날 거대한 통나무를 태우며 악운을 물리치고 풍년을 기원하는 의식을 치렀다. 그 전통이 이어져 프랑스 몇몇 지방에서는 성탄 전야에 풍년과 행운을 빌며 통나무를 태웠다. 프로방스 지방에서는 통나무를 잘라 와인에 적셔 먹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게 긴 시간이 흐르며 통나무는 크리스마스를 상징하게 되었다.


 그리고 19세기에 들어서 상업이 발전하고 도시가 형성되면서 거대한 통나무를 구하기도 직접 태우기도 어려워졌을 무렵, 통나무 모양 케이크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추정된다. 누가 처음으로 시작한 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중 1834년 생 제르망 데 프레(Saint-Germain-des-Prés) 출신 파티시에가 만들었다는 설, 1860년대 리옹에서 쇼콜라티에인 펠릭스 보나(Félix Bonnat)가 만들었다는 설 그리고 모나코 왕자의 셰프였던 피에르 라캉(Pierre Lacam)이 1898년 만들다는 설, 이 세 가지가 가장 유력하다.


 전통적인 뷔슈 드 노엘(이하 뷔슈)은 롤케이크처럼 속을 말아 통나무 나이테를 재현하고 겉에 두툼한 버터크림으로 나무껍질을 표현했다. 머랭으로 조그마한 버섯을 만들어 올리거나 초콜릿, 젤리 등으로 돌멩이나 이끼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전통적인 디저트답게 매우 단맛이 특징이다. 속 케이크를 초코나 커피, 그랑 마르니에로 적셔 단맛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한 입만 먹어도 온몸에 달콤함이 쫙 퍼지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메종 드 이사벨


 프랑스에서 겨울 철 어느 동네 빵집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전통적인 모양이다. 롤케이크를 만드는 방식과 동일하게 비스퀴를 구워 촉촉하게 적시고, 크림을 발라 돌돌 말았다. 그리고 버터크림을 바른 뒤 포크나 비슷한 것으로 긁어 거친 나무껍질을 표현했다. 나무껍질 위에는 마지팬으로 만든 나뭇잎과 머랭으로 만든 버섯이 귀엽게 장식되어 있다.

 클래식한 뷔슈를 찾으려고 여러 제과점의 뷔슈를 찾아보았는데 메종 드 이사벨 뷔슈가 가장 예뻤다.


 어딘가 향수를 자아내는 맛이다. 커피맛이 진하게 나는 버터크림과 커피시럽이 촉촉하게 배어있는 비스퀴까지. 전통적인 뷔슈답게 강한 단맛이 인상적이다. 따뜻하게 데운 홍차 한잔과 곁들이면 좋은 맛. 홍차와 먹다 보면 손이 자꾸 가서 계속 먹게 된다.




 뷔슈는 선구자가 발명해낸 이래로 세월이 흐르며 엄청나게 발전했다. 미술이 대상을 그대로 재현하다가 점차 대상을 단순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간 것처럼, 뷔슈의 21세기에 들어서며 형태와 맛이 여러 변화를 겪는 중이다. 혁신적인 제과 셰프가 새롭게 창조한 뷔슈는 더 이상 버터크림과 롤케이크에 한정되지 않는다.


 앙트르메와 쁘띠 갸또로 구성을 바꾸며 자기만의 개성을 표현한다. 전형적인 통나무 디자인을 벗어나 크리스마스트리 모양, 단순화된 통나무 모양,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모양 등 다양한 형태의 뷔슈를 만든다. 구현하는 맛 역시 다양해졌다. 각종 견과류와 과일은 물론이고 꽃과 꿀을 활용해 다채로운 뷔슈를 구성한다. 이러한 역동성 덕분에 매년 유명 파티시에의 제과점에서 어떤 뷔슈를 만들지 기대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얀 쿠브레


 얀 쿠브레는 귀여운 여우를 상징으로 삼는 매력적인 제과점이다. 올해 통나무 위에 누운 하얀 여우가 올라간 뷔슈 사진을 봤을 때 꼭 맛을 보겠다고 다짐했다.


 3차원으로 구현한 여우를 통나무에 올리다니 기발하고 멋지다. 구성은 '타르트 이스아티스'라는 얀 쿠브레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와 동일하다. 피칸과 바닐라의 조합이 매력적이다. 여우의 형태를 예쁘게 잡기 위해 초콜릿을 상당히 두껍게 코팅하긴 했지만 맛은 전체적으로 훌륭했다.


얀 쿠브레



데 갸또에 듀 빵


 데 갸또 에 듀 빵의 뷔셰트. 뷔셰트는 작은 통나무라는 뜻이다. 반원통형 모습이 단순화된 통나무처럼 생겼다. 모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셈이다. 많은 제과점에서 이러한 형태로 뷔셰트를 만드는 경우가 잦다. 또 자신의 시그니처 메뉴 레시피를 형태만 바뀌 뷔셰트로 출시한다.

데 갸또에 듀 빵


피에르 에르메


 피에르 에르메의 시그니처인 이스파한 뷔셰트와 처음 보는 이름인 코코로 뷔셰트.


 역시 아담하고 귀여운 형태로 만들었다. 각 뷔셰트마다 구름을 형상화한 그림을 넣어 독특하다. 이스파한은 유명한 그 맛을 그대로 재현했다. 언제 먹어도 이스파한 장미와 리치의 조합은 훌륭하다. 코코로 뷔셰트는 파인애플과 코코넛을 활용하고 바바 식감(축축한 식감이다)을 살려 만들었다. 열대 지방을 떠올리게 하는 맛.

피에르 에르메


  변형된 뷔슈의 모양들을 보면 놀랍다.  커다란 케이크의 크기나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작은 뷔셰트를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프랑스의 여러 유명 제과점들은 기존 메뉴를 활용해 뷔셰트를 만들었다. 각각 원재료의 맛을 살려 만들어 원하는 재료가 든 뷔셰트를 고르면 좋을 듯하다.


 뷔슈 드 노엘은 현재까지도 프랑스에서 크리스마스에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전통을 따라 통나무를 태우거나 먹지 않고 맛있는 디저트를 즐길 수 있어 행복하다.


 최근은 한국에서도 크리스마스에 맞춰 뷔슈를 출시하는 제과점이 늘고 있는 추세인 만큼 뷔슈와 함께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시기를 추천한다. 달콤한 디저트가 한 해를 기분 좋게 마무리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다음 해에 풍년과 행운을 가져오는 건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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