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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깨비시장

by 베키아


서울에 활성화되어 있는 시장이 얼마나 있을까?

요즘은 큰 마트 작은 마트가 곳곳에 있고 온라인 마트들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재래시장은 쉽게 찾아보기 힘든데 이곳에 그 찾기 어려운 시장이 있다.


위치는 목동이지만 염창동과 아주 가까이에 ‘목동깨비시장’이 있다.

처음 갔을 때 사람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었다.

많은 시장을 가보지는 못했지만 지역의 유명한 시장들을 가 봐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관광지도 아닌 그저 동네에 있는 작은 시장인데 이렇게 사람이 많을 수가 있나? 싶었다.

명절 연휴에 가면 정말 상상 이상으로 많다.


동네에서 유일하게 기가 빨리는 곳이다.

사람 많고 정신은 없는데 활기차고 뭔가 살아있는 느낌이라 그건 또 괜찮은 거 같기도 하다.

흔한 말로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홍시 6개에 오천 원~“”새우 마감 세일~ 한 바구니에 만원 만원“

“꽃게 좋아요~” “ 아 이거 맛있어, 일단 하나 먹어봐 ~”

사장님들은 손님들을 유혹하고 할머니, 할아버지, 아기 엄마, 아버지들은 요리조리 눈을 움직이기 바쁘다.

뻥튀기 사장님은 즉석에서 만든 동그란 뻥튀기를 갑자기 손에 하나 덥석 쥐어준다.


같은 시장이어도 시장인가 싶은 애매한 곳이 있는데 여기는 진짜다. 진짜 시장이다.

각종 해산물, 과일, 채소, 두부, 묵, 만두, 전, 뻥튀기, 빵, 떡볶이 반찬, 닭강정, 족발, 닭발, 김치 전문집, 김밥 등 등 규모는 작지만 알차게 있을 건 다 있다.

갈 때마다 내가 다 살 건 아니지만 시장 안에 맛있는 것들이 잔뜩 팔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왠지 배가 부르고 든든하다. 구경하는 재미는 덤이다.

목동깨비시장의 낮과 밤


그리고 깨비시장에서 조금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곳이 있는데

‘할아버지 떡볶이’와 ‘할범 탕수육’이다

어디 가나 맛있는 분식집 하나쯤은 있겠지만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맛도 맛이지만 이모, 엄마, 아저씨, 삼촌이 아니라

할아버지들이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무슨 사연으로 떡볶이와 탕수육을 만들기 시작했을까?

아무래도 솜씨가 좋으신 할아버지는 널리 널리 그 맛을 전파해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할아버지 떡볶이’의 떡볶이는 길쭉하고 말랑말랑한 밀떡에 아주 달달하고 살짝 매콤한 빨간 양념이 쫙 졸아서 진하고 자극적인 맛인데 평소에 떡볶이를 즐겨하지 않지만 종종 생각나는 그런 맛이다. 인기가 많아서 저녁때 가면 다 팔리고 없으니 먹으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할범 탕수육‘은 떡볶이도 있고 다른 분식도 있지만 이름처럼 주인공은 탕수육이다.

가격이 놀라운데 1인분에 3천 원이다.

탕수육을 3천 원에??

물론 고급 중식 탕수육을 생각하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난 충분히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저 감사하게 생각한다.

가끔 탕수육이 먹고 싶은데 사 먹기는 비싸고 양도 많고 어쩌지 못할 때 딱이다.

혼자 먹을 때는 2인분을 포장해 오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6천으로 즐기는 탕수육 한판.

할아버지들 최고다!


1인가구라 식재료가 대량으로 필요한 게 아니어서 시장에 자주 가지는 않지만 할아버지들 솜씨를 맛보러 종종 가게 된다.


3,000원 할범 탕수육



그리고 가끔 주말 아침에 김밥을 사러 가면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이 동네 사람들은 정말 부지런한 거 같다. 휴일 아침에 늦잠은 국룰 아닌가? 다들 잠이 없는 거 같다. 볼 때마다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어느 때는 괜히 나도 그 부지런함 속에 있는 거 같아서 내심 뿌듯하기도 하고 계속 부지런해야지 다짐하기도 한다.

물론 쉽지 않다.......


갈 일이 없어도 게으름을 각성시키기 위해 한 번씩 쓱 갈 필요가 있다.


가득한 먹거리와 부지런한 사람들이 있는 목동깨비시장이 있어 역시 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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