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빵집을 소개합니다
서울에는 원래 빵 집이 많은가? 많기도 하겠지만 이곳에 유독 많다고 생각한다.
하나둘씩 생기더니 지금은 카페만큼 빵집도 정말 많다.
나에게 빵이란 파리바게트 뚜레쥬르가 전부였고 어디 맛있는 빵집 생겼다 하면 서울이어서 멀리 나와야 색다른 빵을 먹을 수 있었는데 여기에 오니 빵 이 넘쳐난다.
특색 있고 개성 있는 빵은 물론이고 옛날 맛을 느낄 수 있는 정겨운 빵집까지 빵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다.
먹는 걸 좋아하고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걸 좋아하는데 빵도 예외는 아니다.
식사 빵, 조리 빵, 샌드위치, 디저트 빵, 종류 상관없이 다 잘 먹는다.
세상에는 먹어봐야 할 빵도 , 맛있는 빵도 어쩜 이리 많은지 빵 좋아~
빵을 좋아하는 빵쟁이로써 그리고 빵천국, 빵동네, 빵수분, 빵창고의 염창주민으로서 빵집 소개 안 할 수가 없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도 있지만 먹어 봤던 곳 중에서 마음속에 저장해 둔 몇 곳이 있다.
그중에서 일단 마음속 1등!
누가 물어보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나만 알고 싶지만 두루두루 많은 사람들이 맛보았으면 하는 그런 집.
'운브레드'라는 작은 동네 빵집이다.
여기는 계란빵을 찾다가 발견한 곳인데 일반 모닝빵 크기보다 조금 더 큰 햄버거만 한 동그란 빵에 계란 버무리가 잔뜩 들어가 있다. 빵은 촘촘한 밀도에 살짝 쫄깃하면서 너무너무 부드럽고 속은 어찌나 가득 차 있는지 꽤 묵직하다. 하나만 먹어도 아주 든든하다.
무엇보다 여기서 제일 좋아하는 빵은 바로 올리브치아바타이다.
살면서 먹어봤던 치아바타 중에 최고이다.
구멍이 송송 뚫려 있고 구름처럼 가벼운데 맛은 또 꽉 차있다.
세상 촉촉 하면서 쫄깃한데 부드럽고 입안에서 빵이 통통거리는데....... 말로 설명이 안 된다. 잘 모르겠지만 발효가 엄청 잘된 느낌?
치아바타 잘못 먹으면 밀가루 맛이 강해서 그냥 밀가루를 통으로 먹는 느낌이 나는데 막 팍팍하고 목메고 여기는 이게 밀가루인지 구름인지?
빵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처음 먹고 정말 머리가 띵 했다.
뭐지 이거? 뭐야 이거?라는 말을 계속하면서 순식간에 다 먹어버렸다.
예전에 ‘폴 앤 폴리나‘라는 빵집에서 올리브빵을 먹고 받았던 충격보다 더 강했다.
그때도 무슨 이런 빵이 있나 싶었는데 이건 더 강력하다.
사장님은 고수가 확실하다.
오래오래 빵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이 동네를 떠나는 날 두둑하게 쟁여서 가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두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집은 이사 오고 나서 처음으로 갔던 ‘모에뜨’라는 빵집이다.
우유크림큐브가 맛있어서 tv에도 나오고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갔다.
여기도 아주 작은 동네 빵집이었는데 갔을 때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님이 늘 자주 먹던 빵을 주문하듯
“블루베리 크림빵 하나 주시오 “ 했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곳은 어른들 입맛도 사로잡은 진정한 동네빵집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사실 여기의 진짜는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오면 딸기 케이크가 나오는데
달지 않고 정말 맛있다. 요즘 케이크는 다 달고 가격만 비싼데 여기는 가성비도 나름 좋고 무엇보다 먹어도 물리지가 않고 깔끔하다.
매년 12월에 찾게 된다. 이 근방에서 여기만 한 딸기 케이크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다음은 '루브레드'다.
여기는 뭐 하나 빠지는 빵 없이 맛이 다 괜찮고 가격이 착해서 유명하다.
요즘은 빵이 너무 비싸서 몇 개만 담아도 만원이 훌쩍 넘는데 여기는 맛도 좋은데 가격까지 좋아서 그런지 항상 사람이 많다. 특히 주말 아침에 가면 가게 안이 빵 반 사람 반이다
그런 인기를 증명하듯 몇 년 사이에 증미역, 오목교, 발산에 분점이 생겼다.
분점이 생기 전에는 본점만 갔었는데 증미역점이 샌드위치를 착한 가격에 먹을 수 있어서 증미를 더 자주 가게 된다. 루브레드는 빵이 잔뜩 먹고 싶을 때 가면 딱 좋다.
네 번째는 '퐁퐁'이다.
프랑스식 빵집이다. 오픈했을 때 에그타르트의 모양이 특별해서 인기가 있었다.
페스츄리류 바게트 등이 맛있는데 여기도 얼마 전에 공간이 넓은 곳으로 이전해서 예전보다 사람이 더 많아진 느낌이다. 주말 아침 여기도 사람 반 빵 반이다.
그러고 보니 이 동네 사람들은 빵을 참 좋아하는 거 같다.
괜히 파리지엔이 되고 싶을 때 한 번씩 가준다.
마지막은
“와 어떻게 이런 작은 동네 골목에 이런 맛이 있지?” 의문의 감탄사가 나오는
디저트 가게인 ‘키릴’이다. 어디 다른 곳으로 이전할까 봐 걱정했을 만큼 그저 그저 맛있는 곳이다.
모양도 예쁘고 재료의 맛은 풍부하면서 그 모든 재료가 조화롭고 적당한 단맛에 끈적이는 거 없이 깔끔한 맛! 계절마다 제철 과일을 이용한 디저트가 나와서 항상 기대가 된다.
다만 큰 단점이 있는데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그 덕에 못 간 지 좀 됐다. 그래도 가격을 지불한 만큼 값어치가 있는 맛이라
돈을 쓰고도 허무함이 덜하다.
생각난 김에 조만간 한번 가서 달콤한 행복을 느껴야겠다.
식사빵 담당 운브레드, 크리스마스 담당 모에뜨, 푸짐함 담당 루브레드, 그리고 달달함 담당 키릴
나의 마음속 베스트 빵집들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