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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로드

햄버거 다 모여

by 베키아


빵 이야기를 하면서 햄버거를 어찌 뺄 수 있을까?

빵 천국에는 버거 왕국이 존재한다.


재미있는 건 한 길에 KFC, 맥도널드, 버거킹, 롯데리아, 노브랜드가 쪼르르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맥도널드뿐이었는데 하나둘씩 생기면서 ‘버거로드‘가 완성됐다.

섭섭하지 않게 그 길은 아니지만 근처에 맘스터치도 있다.



버거로드 ?/


광화문에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이 쪼르르 붙어 있어 유명한 길이 있는데 마치 그곳과 닮았다. 그곳처럼 옆에 또 옆에 바짝 붙어 있는 건 아니지만 한 길에 모든 게 다 있다니 엄청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여기가 오피스 존도 아니고 번화가도 아니고 그저 사람 많은 동네일 뿐인데 이런 인프라가 생길 수 있다니 역시 범상치 않은 동네이다.


사실 자취하면 밥 챙겨 먹는 게 제일 일이라 끼니로 최고 간단한 햄버거 만 한 게 없는데 그 길은 어쩌면 자취생에게 배고픔을 단방에 해결할 수 있는 구원의 길인 셈이다.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고, 발걸음 하나 옮기기 힘들 때마다 나의 뱃속을 채워주고 아침에 일어나 만사 귀찮을 때도 나가면 내 배를 살려줬다.

심지어 물리지 않게 선택지도 많다.


발만 뻗으면 커피도 있고, 빵도 있고, 한강도 있고, 시장도 있고, 햄버거도 있고

그것도 전부 골라서 먹을 수 있다니 , 이러니 나는 염창병에 걸릴 만하다.


근데 단순히 다 있어서 염창병에 걸렸다기보다 전부 꿈꿔 왔었던 것이라 더 애정이 가는 거 같다.

햄버거도 마찬가지이다.

맥도널드가 단순히 맥도널드가 아니고 버거킹도 단순히 버거킹이 아니다.

나에게는 청춘이었다.

나에게도 열정이 한가득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새벽같이 일어나 일을 하러 나갈 때면 맥도널드에서 항상 맥모닝을 사 먹었다.

그럴 때면 그냥 나 자신이 짠하면서도 그런 열정을 스스로 대견하다고 생각했다.

버거킹도 열정이 한창 일 때 아침으로 커피와 너겟을 자주 사 먹었던 곳이다.

그리고 늘 생각했다. 집 근처에 이것들이 있으면 더 불태울 수 있겠다.

이사 오니 또 꿈처럼 그곳들이 있었다. 물론 불태울 열정과 청춘은 사라졌다.


그래서 맥도널드를 볼 때면 그때 생각이 나면서 마음이 뭔가 찡하다.

마치 정신 차리라는 신호를 보내는 거 같다. 하지만..,..... 마음만 울컥하고 끝이었다.

그저 맥모닝 사 먹고 드립커피만 사 먹고 있다. 아직은.......

버거킹에서 햄버거 사 먹고 너겟만 사 먹고 있다. 아직은.......



정신 차려야지. 잊지 말아야지.


버거로드는 끼니를 해결해 주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을 계속해서 상기시켜 주는 역할까지 하는 어쩌면 정말 구원 길 맞는 거 같다.



그나저나

구원의 길 말고, 햄버거 왕국이라 했으니 정말 맛있어서 찾게 되는 버거 집 하나는 이야기를 해야 할 거 같다.

염창에 수제 버거 집도 꽤 많이 있는데 그중에서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집이 있다.

‘쉘터버거’라는 곳이다.

이곳저곳 다 먹어봐도 결국에는 다시 찾게 되는 기본에 충실한 맛, 찾으면 잘 없는 그런 맛이다.

주기적으로 생각나고 햄버거 좋아하는 친구에게 꼭 먹어 보라고 말할 수 있는 집이다.


엄청 배고픈데 스트레스까지 받은 날 유독 생각이 난다.

고기와 치즈와 버터의 그 묵직함을 한입 베어 물면 입안에서 그 꽉 찬 맛이 느껴지는데 그 순간 모든 게 용서가 된다.


한 번은 장염이 심하게 걸려서 며칠 동안 죽만 먹은 적이 있었는데

죽만 먹으니 속은 허하고 뭘 먹기만 해도 배는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근데 그런 와중에 쉘터 버거가 어찌나 생각이 나던지 백번 고민하다가 못 참고 애라 모르겠다 하면서 먹었는데... 정말 대참사 일어났고 장염이 더 심해져서 며칠은 더 고생했었던 기억이 난다.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다. 배탈이 났는데 어떻게 햄버거 먹을 생각을 했지?

쉘터는 그런 존재이다.


역시 맛있다고 생각하는 건 다 같은지 처음에는 귀여운 매장에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꽤 넓은 아주 멋진 곳으로 이전했다. 미국 느낌이 물씬 나고 힙 해진 느낌이다.

앞으로도 아무 일 없이 그저 잘 돼서 멋들어지게 이곳에 남아 있어 줬으면 좋겠다.



나도 버거처럼 재료들이 조화롭게 차곡차곡 쌓여서 가득 찬 맛을 내는 꽉 찬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렇게 마음도 넓게 확장하고 멋들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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