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촌 샤브 칼국수의 원조?
등촌에 이사 와서 주변 사람들에게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거기에 등촌 샤브 칼국수 진짜 있어? 였다.
등촌 하면 샤브 칼국수, 샤브 칼국수 하면 등촌!
체인점이 많아서 아마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이름을 안 들어 본 사람은 없을 거 같다.
뜨끈한 국물에 고기도 있고 야채도 듬뿍 먹을 수 있어서 건강한 느낌을 주는 음식이라 주변에서 싫어하는 사람을 못 본 거 같다.
나도 자주 먹고 꽤 좋아했다. 그런 등촌 칼국수가 과연 등촌에 있을까?
있었다.
등촌 샤브 칼국수가 아니라 강서구 등촌동 654-95에 ‘최월선칼국수’가 있다.
‘최월선 칼국수’ 이곳을 벤치마킹해서 생긴 곳이 등촌 샤브 칼국수 라고 한다.
진짜가 있었다. 1984년에 생겼다고 한다.
맛은 어떨까?
어쩌다 보니 여름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날 처음 가게 됐었는데 일단 사람이 많았다.
샤브샤브하면 추운 겨울에 뜨끈한 국물을 후후 불어 먹는 맛이라 여름에는 좀 한산할 줄 알았는데 계절을 안 타는 거 보니 맛집이 확실해 보였다.
메뉴가 한 가지라 인원수에 맞춰서 바로 나온다.
특이한 건 고기가 없고 오직 야채와 버섯뿐이다.
내가 먹어 왔던 등촌 샤브는 항상 고기가 있었는데 없으니 뭔가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 마음은 잠시이고 버섯과 야채를 건져 먹기 시작하면 그 마음이 싹 사라진다.
버섯은 쫄깃하니 씹는 맛이 일품이고 미나리는 상큼해서 입맛을 돋우고 빨간 국물은 칼칼하니 속이 풀리고 고기가 없으니 오히려 맛 자체가 깔끔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더운 날 매콤한 국물까지 먹으니 땀이 폭발하는데도 멈출 수가 없는 맛이었다.
어느 정도 야채를 건져 먹고 나면 칼국수를 넣고 보글보글 끓이다가 면발이 국물을 쫙 흡수해 색깔이 주홍빛을 띠면 그때 딱! 건져서 갓 무친 김치를 돌돌 말아서 후룩후룩하면 어찌나 맛있는지 모른다.
그렇게 면을 다 건져먹고 나면 국물이 걸쭉해져 있는데 그 국물을 좀 덜어내고 밥을 볶는다.
이것이 바로 샤브 칼국수의 꽃이다.
숟가락에 볶음밥 올리고 덜어놓은 걸쭉한 국물을 툭 적셔서 한입 하면 이것이 바로 보양식이지 뭐가 보양식일까?
샤브샤브는 어쩌면 겨울보다 여름이다.
하지만 찬바람 불 때 먹으면 또 그렇게 맛있수가 없는데 ......
역시 샤브는 그냥 맛있는 거다.
최월선 칼국수는 내가 늘 먹었던 샤브의 맛은 아니었지만 최월선 그 자체의 맛이었다.
아마도 그래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 거 같다.
그냥 여기의 맛을 먹으러 오는 거다.
이곳은 등촌 샤브의 원조이기 전에 그저 칼국수가 맛있는 집인 것이다.
계속 그렇게 지금처럼 오래오래 있어 줬으면 좋겠다.
언젠가 다시 찾아도 그 맛을 추억할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