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홍대를 일주일에 두세 번은 갈 정도로 좋아했었다.
금요일 퇴근 후엔 친구와 작은 클럽 공연장에 가서 심장이 쿵쾅 거릴 정도의 기타와
드럼 연주, 베이스의 둥둥 거리는 살아있는 음악을 들으러 갔고
날이 좋은 어느 날은 늦은 밤까지 연남동 공원에 앉아 맥주를 마셨다.
그저 그 공기를 즐겼다.
지하철이 끊기든 말든 상관없었다. 택시를 타고 집에 가면 그만이었다.
꽤나 낭만을 즐겼다.
또 어느 날은 맛있는 커피집이 있다며 또 어느 날은 맛있는 빵집이 있다며 달려갔다.
친구가 홍순이라고 부를 정도로 홍대를 좋아했다.
내가 만약 독립을 하게 된다면 홍대 근처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었다.
그랬는데 이사 와서 보니 다리 하나만 건너면 , 20분 정도만 달려가면 내가 좋아하는 그 홍대가 나왔다. 마음 것 갈 수 있다니 꿈이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시작되었고 공연도 카페도 가는데 제약이 많아지면서
난 더 이상 홍대에 가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잊혔다.
잊히는 동안에 마침 나는 나이도 많아지고 그런 낭만을 느낄 마음의 여유도 없어졌다.
그렇게 가장 가까이에서 좋아하는 것을 즐길 수 있을 때 나의 홍대 사랑은 끝나버렸다.
다 즐길 때가 있다는 게 맞는 거 같다.
'박수 칠 때 떠나라' 그런 느낌인가?
좋아하는 홍대 , 한강, 커피, 빵 이 있는 염창동은 나에게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이었다.
이 좋은 꾸러미를 풀지도 못하고 가만히 두고만 있다가 떠나는 거 같아서 처음에는 그저 아쉬운 마음뿐이고 떠나고 싶지 않았는데 계속 이야기를 계속 쓰다 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거 같다.
마음껏 즐기라고 이곳으로 오게 된 게 아니라 무언가 계속 꿈꾸고 소망하면
결국에는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게 해 준 곳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위로가 된다.
늘 생각만 했던 것들을 현실화시켜준 곳 염창.
그리울 거고 애틋할 거다.
서울에 살면 대단히 삶이 바뀌고 무언가 이루어 낼 것 같았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고
이뤄 낸 것도 없다. 형편이 넉넉해진 것도 아니고 커리어가 쌓인 것도 아니고
어쩌면 미래가 더 불안해졌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렇게 그냥 그저 살아 낸 것 자체만으로 그것만으로 됐다.
염창동에 살았다는 거 그냥 그것만으로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