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송함 담당
코인 세탁소?
그건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보던 것이었는데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될지 몰랐다.
빨래를 집에서 하면 되지 왜 나가서 하지?
역시 뭐든 경험해 봐야 아는 거 다.
독립을 하고 빨래방이 그리고 세탁기가 이렇게 소중한지 처음 알았다.
자취방에는 작은 세탁기뿐이라 두꺼운 옷은 한계가 있고 이불은 아예 빨 수도 없다.
집 말고 제일 많이 간 곳 일 것이다. 제2의 집이나 마찬가지이다.
빨래방 그거 동네마다 다 있지 ~ 뭐 그리 특별한 가 싶겠지만
여기는 다르다.
‘워시큐’
다른 곳과 다르게 엄청 큰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다.
동네를 돌아다녀 봐도 그리고 아예 다른 지역에 가 봐도 이런 크기의 세탁기와 건조기는
본 적이 없다.
이사 왔을 때쯤 마침 오픈을 해서 나는 처음부터 이곳 빨래방을 이용했는데
그래서 다른 빨래방도 이런 줄 알았다.
그러다 어쩌다 다른 곳을 가봤는데 내가 정말 좋은 곳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정말 다른 곳은 성에 안 찬다.
두꺼운 겨울 이불을 속 시원하게 팡팡 빨 수 있고 커 다한 건조기에서 뽀송뽀송하게 건조할 수 있는 곳은 여기가 유일하다.
겨울옷들도 모아놨다가 한방에 가져가서 세탁할 수 있다.
비 오는 날 수건 같은 건 진짜 안 마르고 잘못 마르면 냄새가 나는데
그럴 때 커다란 건조기로 쓱 돌려주면 꿉꿉함 없이 잘 말려준다.
정말 여기 없었으면 나의 자취생활은 상상도 할 수 없다.
늘 꿉꿉하고 축축한 생활이었을 거 같다.
좋은 건 또 소문이 난다고
지금은 사람이 너무 많아져서 주말에 가면 세탁기가 다 돌고 있어 헛걸음할 때가 많다.
그럼 다시 무거운 세탁물을 들고 돌아와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기운이 쑥 빠진다.
그래서 아예 아침 일찍 가거나 애매한 시간에 가보기도 하는데 다들 같은 생각인지 타이밍을 잘못 맞추면 또 돌아와야 한다.
그럼에도 워시큐는 제2의 집이기 때문에 놓을 수 없다.
내가 잘 맞춰서 가야지........ 내가 잘해야지........
워시큐는 세탁기가 좋아서도 좋지만 또 괜히 좋은 게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방명록이다.
어디 가나 방명록은 있지 머~ 또 하겠지만
동네 주민들이 쓰는 글이라 그런지 읽고 있으면 왠지 더 마음도 가고 재미도 있다.
무엇보다 모든 글에 사장님의 답 글이 달리는데 그게 또 재밌다.
한 권으로 시작해 지금은 4권째 인가? 5권째 인가 그렇다.
내일 면접 본다는 이야기에는 파이팅 하라며 답이 줄줄이 달리고
연인과 헤어져서 마음을 비우러 이불을 세탁하러 왔다는 글 에는
위로의 답이 달리고
내년에는 취업할 수 있을까? 결혼할 수 있을까?라는 글에는 희망의 답이 달린다.
청포도 맛 사탕을 준비해 달라는 글도 주기적으로 쓰여 있고
누군가는 주변 맛집을 알려 주기도 하고 그림 솜씨를 뽐내기도 한다.
친구와 같이 와서 그림 오목을 두기도 한다.
좀 멀리 이사 갔지만 이불만큼은 여기서 하려고 찾아온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크리스마스에는 크리스마스 인사를
새해 에는 다들 복 받자는 인사가 쓰여 있다.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글로 누군가는 마음을 털어놓고 누군가는 그 마음을 위로해 준다 게 뭔가 낭만이다.
그 노토는 단순한 방명록이 아니라 마치 동네의 사랑방 같은 곳의 공간이다.
나는 첫 번째 권에 한번 남기고 그 후에는 쓴 적이 없는데
이렇게라도 남겨본다.
“사장님, 항상 빨래방을 깨끗하게 유지해 주셔서 감사하고 가끔 마주치면 건조기 시트 챙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워시큐가 있어서 늘 뽀송했고 특히 여름 장마철에 걱정이 없었습니다. 여기 때문에 이사 가기 싫을 정도 에요. 커다란 세탁기 건조기 최고예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그리고 워시큐에 오시는 분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맛있는 거 많이 드시고 늘 뽀송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