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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 며느리 vs. 60년대생 시부모님

주변 친구들이 결혼할 때, 몇 가지 공통된 질문이 나온다. 첫째, "시부모님은 어때?" 둘째, "그래서, 집 사주실 때 도와주신대?" 셋째, "노후 자금은 준비되어 있으시대?" 이 세 가지 질문은 단순히 호기심이 아닌, 결혼 후 시부모님과 며느리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를 반영한다. 내가 내린 결론은, 그 관계는 ‘기브앤테이크’로 정의할 수 있다.


주변 친구들의 결혼 생활을 지켜보면, 시부모님이 결혼 준비 과정에서 얼마만큼 경제적으로 지원했는지가 그 후의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시부모님께 도움을 받은 친구들은 대체로 시댁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예를 들어, 자주 먼저 연락을 드리고, 주말에 만나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기도 한다. 그들에게는 ‘받은 만큼 돌려드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도리다. 반면, 시부모님의 경제적 지원이 전혀 없었던 친구들은 관계가 훨씬 더 계산적이다. 받은 게 없으니 나 역시 그만큼만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어떤 친구는 결혼 후 몇 년이 지나도 시부모님과 연락처조차 공유하지 않고, 명절이나 생신 등 특정한 날에만 최소한의 예의를 지킨다. 남편을 봐서 해야 할 도리는 하되, 그 이상은 기대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90년대생 며느리들은 공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공정성은 단순히 경제적인 부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시부모님께 도움을 받지 못한 친구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시부모님이 여전히 전통적인 며느리 역할을 기대할 때 극대화된다. 딸 같은 며느리를 바란다고 말하며, 며느리에게 고급 호텔에서 생신을 챙겨달라고 하거나 자주 만나 시간을 보내자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며느리 입장에서는 이런 기대가 당혹스럽게 느껴진다.


MZ세대는 조직에서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공정성을 중시한다. 우리는 시댁에서 "며느리라면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하지 않겠냐"는 전통적인 기대를 불편하게 여긴다. '그 정도는 며느리라면 당연한 거 아니냐'고 말하는 목소리들이 있지만, MZ세대의 시선에서는 그 당연함이 결코 당연하지 않다. 며느리로서 전통적인 역할과 MZ세대가 중시하는 가치관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세대 간의 가치관 차이에 있다. 60년대생 시부모님 세대는 며느리와의 관계에서 여전히 전통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다. 반면, 90년대생 며느리는 스스로의 삶과 가정 내 역할에서 공정성과 자율성을 원한다. 이 두 가치관이 충돌할 때,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를 형성할 때, 이 갈등은 오히려 세대 간 대화와 공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정성을 중시하는 MZ세대 며느리도, 시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서로에게 기대하는 것들을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통해 더 나은 관계를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방적인 기대가 아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90년대생 며느리와 60년대생 시부모님 관계는 더 이상 전통적인 틀 안에 머물 수 없다. 우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이 관계를 정의해야 한다. 공정성이라는 MZ세대의 기준은 단순히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부모님과의 관계를 보다 투명하고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제는 시부모님과 며느리 관계에서도 공정성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대화와 이해가 필요한 시대다. 그래야 진정한 가족 관계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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