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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갈 냥이 May 04. 2016

낯선 향기

때론 , 익숙하지 않은 것이 좋은 날

오늘은 아침부터 서둘러서 안과를 들렸다가 운동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안과 문 여는 시간도 있고 해서 그녀의 아침은 좀 더 여유를 갖는다. 클래식 음악을 틀고 커피 한잔을 마시는데 행복함이 몰린다. 거기다 햇살까지 그녀가 있는 곳까지 온다. 햇살 때문에 기분이 좋아져서 일까.... 이상하지  왜 이렇게 흥분되는 마음이 들지... 그리고 뭐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심장이 가만히 있질않는다는 느낌(원래 심장은 가만있지 않는다 ㅋ) 하지만 그 느낌이 다른 날 보다도 더 많이 느껴지는 듯한.. 그래서 가슴이 막히는 듯도 하고, 그래서 크게 한 번 숨도 쉬어보고.......


더는 추체 할 수 없는 기분에 클래식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그녀가 클래식 음악에 춤을 추다니... 놀랄 일이다.(춤 은신 나는 음악에 미쳐 마구 마구 흔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녀) 한참 몸을 음악에 맞추어 움직이고 나니 아까보다는  조금은 안정된 느낌이 온다.


상대도 없는대 허공에 대고 한팔을 올리고 왈츠를 춘다.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려니 영화 속의 기억을 더듬어서 왈츠를 출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또 다른 음악에는 발레리나가 되어야 추는 백조의 호수를 상상하면서 춘다.

이런 살다 보니 별일을... 그녀가 가끔 혼자 빠른 음악을 틀어 놓고 춤을 추어보긴 했지만  이렇게 클래식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어 본 적은 없었다.

특히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춤이 부르스이다.

그런 느린 음악으로는 춤도 추기 싫지만, 기본적으로 그런 걸 배우지도 않고 느끼하게 안고만 추는 사람들의 형태가 싫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우리나라 남자들이 그런 실수 많이 하는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부르스야 다른 느낌이지만, 어찌 되었건 그녀는 젊었을 때도 지금도 부루스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추질 않는다.(이건 어디까지나 그녀의 좁은 소견_남자들이여 미안하다)

그런 그녀가 느린 음악에 맞추어 무형 속의 남자를 두고 춤을 추었다는 것에 그녀 스스로가 놀랍다.

  

기분 좋게 아파트를 나오니.. 바람이 생각보다 심하게 분다. 집안에서는  햇살만 비추는 것에만 신경 쓰고 음악소리에 바람소리를 듣지 못한 것이다. 창가로 밖을 내다보았다면 흔들리는 나뭇가지나 잎들을 보고 알았을 텐데..... 그녀에게 쏟아지는 햇살을 받기에도 오늘은 충분히 바빴다. 하지만 기분 좋은 느낌의 바람이다.

바람이 한바탕 흩고 지나니 그녀의 코를 자극하는 향기가 그녀를 두리번거리게 한다.

도대체 이 꽃향기는 무엇이란 말이가.

라일락이 지고 나면 또 무슨 향기가 남아 있지... 가로수로 있는 나무의 흰꽃 내음은 아닌데(나무이름이 생각 안 난다). 아무리 생각하고 두리번거려도 그 향기는 그녀를 따라 올뿐  보이지 않는다.


병원에 들어가니 간호사들이 무지 반갑다. 즐거운 마음으로 그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그녀. 이곳에선 향기가 더 이상 나지 않는 듯하다. 기다리는 동안 내가 좋아하는 소설을 본다. 소설 내용 때문인가 아 마음이 이상하다. 뭔가 심장박동이 좀 더 빨리 뛰는 것 같은 느낌... 뭐여 이러다 사고 나는 건 아니겠지.

그녀의 이름을 간호사들이 부른다.

"녜"

경쾌하게 답하고 의사 선생님에게 향한다.

의사 선생님도 무지 반갑다. 평사시엔 목례만 했는데 오늘은 그녀가 선생님께 말을 건네며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그녀의 목소리는 평상 시보다 한 옥타브 올라가 있고 그녀의 미소에 의사 선생님도 미소로 답한다.

진료실 창가로  들어오는 햇살도 그녀의 집 창가로 들어오는 그 애들 만큼이나 예쁘다고 생각한다. 햇살은 언제나 태양으로부터 파생되는 하나일 뿐인데 그녀는 그들을 장소에 따라서 다르게 본다. 그녀가 가장 예쁘게 보는 햇살은  그녀의 집 창가 햇살이다.


"기분 좋은 일이 있나 봅니다"

"그냥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 봐요"

그녀의 기분이 붕 떠있다.

"안약 넣고 어땠어요?"

"제가 깜박 잊고 두 번뿐이 넣지 못했어요"

"그럼 한번 눈 상태를 볼까요. 다행히  더 나빠지지는 않았네요. 컴퓨터나 핸드폰 자제하시고요. 오늘은 약은 없어요 쓰던 약을 쓰시면 되고 월요일에 뵙지요"

"컴퓨터나 핸드폰이 눈을 나쁘게 하나요?"

"눈에 피로도가 많이 쌓이게 하다 보니 충분한 관리가 없으면 나빠질 수 있어요. 안압 재고 가고 월요일에 다시 오세요"

"녜~~"

진료비를 계산하고 밖으로 나오니 다시 그녀를 흔드는 향기가 난다.

그녀는 헬스장 가려고 했던 마음을 바꾸었다. 이렇게 햇살 좋은 날 지하로 내려갈 수 없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그녀가 다니는 헬스장은 지하여서 햇살을 볼 수 없다. 하지만 주차장이 넓고 특별히 시간을 끌지 않는 한 주차비가 무료인 좋은 점도 있다.

이런 날은 그녀 집의  창가 책상으로 가는 것이 그녀에겐 기분 좋은 일이다.

바람을 타고 오는 향기는  자꾸만 그녀의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길가의 작은 화단에 나무와 꽃을 심는 분들이 있다. 봉사 활동하시는 건지 본업인지는 알 수없지만 그들의 얼굴이 해맑게 웃으면서 일을 하는 걸 보니 그녀도 괜히 좋다.

요 며칠 오래간만에 밝은 날을 맞아서 인지 지나다니는 행인들도  얼굴이 밝아 보인다.(이건 어디 까지나 그녀의 생각)


집에 도착한 그녀가 얼굴을 가린 머리카락을 넘기려고 하는 순간 밖에서 나던 향기가 순간 그녀의 코를 긴장시킨다. 그녀는 손등을 코에 갖다 댄다.

아 ~~~ 그녀를 자극했던 향기는 그녀가 오늘 아침에 바른 '로얄 메이드 오일 블렌딩 크림'이다.

그녀가 샘플로 받은걸 오늘 썼던 것인데.... 얼굴과 목과 손에 발라서 실내에선 다른 향들과 섞여서 미세하게 향이 나서, 그녀는 미처 느끼지 못했지만 얼굴에 바른 것이 코와 가깝다 보니 그녀를 자극한 것 같다.

그녀는 얼른 손과 얼굴을 씻었다. 사실 살짝 속도 울렁이는 것 같기도 해서이다. 아니 그녀는 잘 모르겠다. 속이 울렁이는 건지 마음이 일렁이는 건지. 아무튼 그 향기는 그녀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게 맡는 것 같다.

그녀가 냄새에 민감한 건 사실이다.

그녀가 싫어하는 불쾌한 냄새들은 그녀의 감정을 상하게 할 때도 있었지만 , 그녀 생각에 좋은 향기들은 그녀를 기분 좋게 했었지 특별히 오늘처럼 색다른 일렁임을 주지는 않았다.

어떤 향수에서 색다른 느낌을 받은 적은 있었지만 오늘처럼 알 수 없는 느낌은 처음이다. 익숙하지 않은 냄새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침 햇살이 테라스의 창가에 빛을 거두고 오후의 햇살이  부엌의 작은 창가로 고개를 밀고 있다.

빼꼼히 비추고 들어와 있는 햇살이 귀엽다. 부엌의 작은 창가로 비추는 그들은 작은 창가를 닮아 귀엽게 느껴진다.

햇살은 어떤 모양이나 어떤 통이든 크기와 상관없이 담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나도 오늘은 한줄기의  햇살이고 싶다.

어디든 들어가고 싶은 내 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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